벌써 1년전 일이다. 내가 갓 애니계에 입문해 오덕 오덕 거리고 있을 때다. 하도 주변에서 포니 포니 거리길레 포니가 무엇인고 하고 알아보
려 인터넷 시장을 뒤지고 있었다. 인터넷 시장 한 쪽 구석에서 포니 간판을 걸고 포니짤를 오래도록 그리는 노인이 있었다. 가장인기 있는
포니 한마리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 옆 동네는 3내공에 준다든데.." "
포니 한마리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싸가지 없는 노인이었다. 더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그려 달라
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포니를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다듬고 저리 다듬고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엔
애들 용 만화 캐릭터 같은데. 자꾸만 갈기 부분이니 눈 부분이니 이리 저리 다듬고만 있었다. 인제 그만 다듬어도 되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이젠 또 날개부분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 날개 가 조금 삐뚤어져
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 포니는 날개랑 갈기가 생명인데 날개랑 갈기가 비뚤어지면 그게 포닌가?" 한다. 나도 기
가막혀"살 사람이 그래도 좋다는 데 무얼 더 다듬는단 말이오? 노인장, 너무 매니악한거 아니오? 그냥 원래 이미지랑 똑같은것 같구만," 노
인은 퉁명스럽게 "그럼 픽시브제를 사시던가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그래도 여지껏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포니는 갈기랑 날개가 생명이라니까 날개의 균형과 갈기의 선이 살아 있어야 그게 진
정한 포니야 그냥 이미지랑 똑같이 만든다고 좋은 줄 알아?"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엔 숫제 날개끝만 연거푸 다듬고 있다. 나도 그만 흥
분해 버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 후에야 포니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있던 포니었다. 남들 다 떠나고 나혼자 덩그러니 기다리
던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
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한 무뚝뚝한 짤 장수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블로그에 와서 올렸더니 이웃들이 이쁘다고 야단이다. 픽시브
것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냥 망아지 아니냐 생각 했는데 이웃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이런 존잘러는 아무에게나 짤을 그려주
지 않고 만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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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포니게 입성 첫글을 뭘로 쓸까하다 문득 옛날 학교에서 배웠던 방망이 깎는 노인이 생각나서 한번 휘갈겨 봤습니다.
재미가 있을지 모르겟네요 하하하!! ;; 앞으로 실력이 절륜한 분들에게 그림도 신청해 볼까 생각중이긴 합니다만 잘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