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설전이 격해지고 급기야 끝장토론까지 펼쳤지만 좀처럼 이견(異見)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일 열린 끝장토론에서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심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 야당의원은 김 본부장에게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느니 ‘옷만 입은 이완용’ 등의 격한 표현을 섞어가며 맹공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김 본부장은 그 의원이 과거정부시절 정부 관료로 있으면서 한미 FTA를 지지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맞받아쳤다. 한마디로 ‘말 바꾸기 하지 말라’는 매서운 역공이다. 이에 그 의원은 ‘그 땐 잘 몰라서 그랬다’고 둘러댄다. 정말 돈 주고도 구경 못할 웃기는 진풍경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처리해야 할 업무는 뒤로 미루고 연일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고 있다.
누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미 FTA가 어제 오늘 나온 얘기도 아니고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부터 추진한 일인데, 지금 와서 상대국인 미국은 상하원 비준을 마쳤는데, 우리 국회는 비준은커녕 끝장토론이라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것이 끝장토론을 할 성질인가? 도대체 뭘 끝장토론 하겠다는 것인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꼬투리 잡아 결국 FTA를 무산시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야당의 비협조로 여당이 단독 강행처리도록 유도하여 이 약점을 잡아 차후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펼치려는 것인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야당의원들로서 그들은 과거 정부에서 정책입안에 깊이 관여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한미 FTA를 구상하고 발동을 건 당사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시행을 불과 두어 달 앞둔 지금 와서 현직에서 일하는 관료들을 야비하게 몰아세우는 것은 정말 비열한 짓이다.
자기들이 정권 잡았을 때는 좋다고 해 놓고선 남이 하니까 잘못된 것이라면 누가 이런 사람들을 신뢰하겠는가? 매사가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 정치를 맡긴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