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제 얘기를 하다보면 비슷한 일 겪어보셨던 분들이 종종있어서
딱히 특별한 이야기는 아닐것같습니다.
고등학생시절 저는 공부는 못해도 건강만큼은 자신있었고, 조금 아픈 정도는 그냥 참아 넘기곤 했었습니다.
평소와 다를바없던 어느날 학교 수업중에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좀 아픈 정도가 아니라 복통으로 몸이 떨리고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더는 못버티겠다 싶어서 선생님께 양호실에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서는 순간,
눈앞이 무슨 만화에서 화면전환 되는 것처럼 갑자기 까맣게 변해버렸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기억이있는데, 그때 기억을 되새겨보면 갑자기 검은색이 쏟아지네.. 하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친구들의 말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면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실신했던거죠;;
눈을 떠보니 서있던 곳과는 한참 떨어진 곳에 누워있더라구요.
선생님과 친구들은 당황해서 멘붕상태로 어버버하고 있는 저를 양호실로 옮겼고,
양호선생님이 본인 차로 저를 병원까지 데려가 주셨습니다.
부모님이 일하시다말고 병원에 오셔서 진료를 했는데,
실신한 이후 기억이 없어서 혹시 간질일수도 있다고 CT로 뇌촬영까지하고..
여튼 그날이 제 평생 가장 많은 주사바늘을 꽃아봤던 날일겁니다.
검사결과 뇌에는 아무 문제없고 그냥 빈혈이었다는데,
뭐, 혈구 크기가 일반인보다 작아서 피가 끈적한 상태라느니 어쩌니하니까 걍 링겔만 맞으면 된다길래
링겔맞고 조퇴하는걸로 끝났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진짜 힘든일은 이 이후에 생겼습니다.
제가 겁이 엄청 많아진거죠.
제일 무서웠던건, 정말 갑자기 사람이 죽어버릴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TV나 그런데서 하는말 들어보면 죽을때 의식이 남아있어서 뭐 후회를 하면서 죽어간다느니..
아니면 뭐 환영같은걸 봤다느니... 그런 아무런것도 없이 그냥 의식이 뚝 끊겨버리는 경험을 겪었으니까요.
죽을때.. 아.... 나는 살면서 뭣도 못해보고 죽는구나.. 좀 더 해볼껄... 하는 그런 후회조차 할 겨를도 없이
그냥 스위치 꺼지듯이 탁하고 모든게 사라져버릴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불안함 보다는 허무함이랄까요.
아둥바둥 열심히 살아봐야 어느순간 뭐가 어떻게 잘못되서 스위치꺼지는 것처럼 내 의식과 모든것들이 딱 끝나버릴 수도 있겠구나.
그날 이후로는 한동안 배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가게되고, 잠들었다가 못깨어날까봐 거의 잠도 못자는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못하고 죽어버리면 끝이다라는 생각에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얌전하게만 살다가, 하고싶은거 하고싶은말 다 하는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를 돌이켜보면 울렁거리는 느낌이듭니다.
혹시라도 걍 죽어버릴까..하고 생각하시던 분이 제 글을 봐주셨다면, 몇말씀만 더 드리고 싶네요.
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폐가 같은 집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방치되어 지내던 시간이 많았었습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6~7살때부터 자살시도를 했었구요.
식칼로 배를 찔러서 죽자. 목을 졸라 볼까.. 손목을 그을까..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이것만 얘기하기도 할얘기가 참 많지만, 여튼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이 어떻게든 살려내더라구요.
많이 커서도 거의 습관적으로 자살충동이 들때가 많았었습니다.
근데 그날 이후로는 자살시도 안합니다.
죽는게 무섭거나 아쉽거나 하는게 아니라. 그냥 정말로 진짜로 그냥 딱 죽으면 끝이구나를 알게된거 같아서요.
내가 죽은뒤 남은 사람들에대한 걱정?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 죽는 순간의 고통..
그 어떤것도 아무것도 없이. 아예 전혀 아무것도 없다는게;; 참.. 표현력이 부족해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게 가장 무섭더라구요.
뭐랄까;; 그냥 존재 자체의 부정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요즘도 모든게 다 잘안돼서 걍 죽을까.. 이런생각이 든 적이 몇번있었습니다.
나름 죽는거에대해서 타당한 이유도 붙여보고.
근데.. 그냥 살라구요.
뭐, 뻔한 얘기들 있잖습니까. 그래도 살다보면 길은 다 있더라... 뭐 그런.
근데요. 정말 아무리 고통스럽고 더 악화되기만하는 인생이더라도. 죽어서 없는것보다는 나아요.
죽으면... 힘들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그런 생각도 못합니다.
그런생각 안할수 있는게 더 나을거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괴로운게 더 나아요.
죽어봐야.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것보다는 괴로움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이게 더 행복한거에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것도 고게에 자꾸 죽느니 어쩌니 하는 글들이 눈에 띄어서 한번 맘먹고 적어봤습니다.
저로서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주제라 그냥 보기가 안타깝더라구요.
물론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그런건 별거아니다라고 말할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정말 죽어서 사라지는게 더 나을것같다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겠지만.
제 짧은 소견으로는......... 안그러셨음 좋겠어요.
후회도 살아있어야 할 수 있는거니까요.
참..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되려나;;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뭐 여튼... 걍 살아요ㅋㅋ
암만 그래봐야 죽는거보다야 사는게 낫죠ㅋㅋㅋㅋ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