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의 요금 기습 인상으로 시작된 '맥쿼리인프라 VS 박원순' 대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차전 승리를 거뒀다. 서울행정법원은 30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가 주요 주주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이 제기했던 운임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시의 운임 신고 반려 처분이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9호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서울시장 시절 체결했던 불공정 계약, 즉 이 전 대통령이 박았던 '대못'을 박원순 시장이 뽑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9호선 전쟁' 1차전 승리, 내친김에 MRG도 손볼까?
이번 사건은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9호선 측은 지난해 2월 15일과 21일 서울시에 요금 인상 신고를 했다. "운임 원가 상승" 등의 이유였다. 서울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9호선 요금 인상 신고를 반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 측은 같은 해 4월 14일 "기본 요금 500원을 인상하겠다"고 기습적으로 요금 인상 안내문을 게시했다.
서울시가 강하게 항의하자 9호선 측은 "9호선 고객님께 드리는 사과의 말씀"을 게시해 운임 인상을 보류하고 서울시와 원만한 협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운임 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매년 세금으로 운영 수입을 보장받으며 요금까지 올리려 하는 9호선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법원은 결국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9호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서울시
이날 판결과 관련해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환영한다"면서 "공익적 차원에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일방적인 요금 신고는 잘못된 것이므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9호선 측에서 항소를 할 경우 "1심 판결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승소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6월 중순을 최종 시한으로 정해 9호선 측과 운임 요금 등과 관련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를 통해서라도 메트로9호선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맥쿼리인프라 등이 운영하는 민자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 9호선인 만큼, 이번 기회에 혈세를 축내는 불합리한 민자 사업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역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서울시가 언급한 '잘못된 구조'는 어떤 것일까? 현재 9호선은 맥쿼리자산운용의 관계 회사인 맥쿼리인프라가 24.5%를, 현대로템이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9호선을 운영하는 주요 주주인 셈이다. 맥쿼리는 9호선에 후순위 대출 330억 원을 빌려주고 15%에 달하는 높은 이자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문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이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던 2005년 5월, 맥쿼리 측과 9호선 실시 협약을 맺으면서 MRG 조항을 삽입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맥쿼리에 매년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 9호선은 이미 지난 3월 말, 540억 원의 지난해 운영 적자 보전금 지급을 서울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운영수입보장금 500억 원과 무임 승차 지원금 40억 원이다. 가만히 있으면 수백 억의 혈세가 줄줄 샐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7월 이 협약에 대해 "굉장히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생각한다. 원천적으로는 계약 내용이 잘못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서울시는 향후 맥쿼리인프라와 협상을 통해 지하철 9호선의 수입 보장률을 현행 8.9%에서 대출 금리 수준인 5%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요금 결정권을 서울시로 이전하는 등 사업 재구조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사업 재구조화는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시의 재정 부담을 최대한 줄여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1000억 원 규모의 시민 펀드를 조성해 9호선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도 세웠다. 일각에서는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주식을 팔고 손을 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맥쿼리 측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500억 원의 혈세 중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박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세열 기자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3053017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