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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노조원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야기
게시물ID : sisa_546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fsavafsv
추천 : 3
조회수 : 6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24 13:27:57
저는 노동조합에 몸담고 있습니다.
제가 31살입니다. 회사 규모가 상당히 작고
외국계 회사이지만, 상당히 강경한 노조가 자리하고 있어요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는것을 두려워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어린 나이지만 회사의 퇴직연금이나 연봉협상때 교섭의원으로
참가하기도 하고, 산별노동조합의 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무런 정보도 모르고 그냥 노조간부들 따라다니면서
'따까리' 노릇에 불과하지만 윗 간부들이 저를 비롯한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딱 하나 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노조원의 간부화. 였습니다.
직접 부딪혀봐야 실상을 알고, 의식이 바뀌고, 행동을 한다가 이유였어요.
노조라면 당연히 데모를 떠올리고 나쁘게만 생각하는 어른들.
취업과 스펙을 쌓는거에만 집중해 사회의 부조리에 대응하지 못했던
백지같은 젊은이들 모두 생각을 고치고 어떤것이 옳은지 판단해보자가 골자였죠.

실상은 심각했습니다.
회사는 본인들의 실수로 낮아진 회사 성과를 직원들의 실수로 돌려
연봉인상을 거절하기도 했고, 기존사원들의 복지는 챙겨줄테니 신입사원들의 
복지는 축소하도록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복리후생은 연봉인상을 더 해줄테니
앞으로는 없애자고 지도층에 은밀한 제의가 오기도 했어요.

이런 금전적인 문제 말고도 가장 중요한것은 불합리한 일에 대해 대응할수 있는
실체적인 창구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9시 출근 6시 퇴근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라면 팀장이 8시 반에 출근하고
7시에 퇴근한다면 직원은 8시15분에는 출근해야하고 7시 15분에는 퇴근해야 하죠.
행동은 가장 기본적인 룰에서 부터 시작이었어요.

왜 회사내규로 지켜져야 하는 출퇴근시간을 지키지 못하는지.
왜 야근을 수당을 받지 않고 일해야 하는지.
왜 기름값은 오르는데 회사의 여비교통비는 오르지 않는지.
왜 내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법적으로 문제될만한 일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왜 근로기준법상에 명시되어 있는 규칙들을 따르지 않는지.
왜 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선을 체크해야 하고 감시해야 하는지.

이러한 의문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개선되고 고쳐져 나갔습니다.
모든 회의에 대한 정보는 공유되고, 교섭의원 간부들은 말단직원들까지
고루고루 의도적으로 체험하게 되면서 뭔가 노조간부들이 사측과 은밀한
협약이 있을것이라는 의심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지고 의견이 모아지고 의식이 깨어졌습니다.

노조는 일부 팀장들이 출근을 일찍해서 직원들이 어쩔수 없이 
일찍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정보를 캐치하고 노조원 비노조원 전부에게
단체메일을 보냈습니다. 회사내규에 9시-6시가 근무시간이니
이 시간에 맞춰 나오는 것에 대해 공식적, 비공식적 불이익을 가할수 없다.

그 이후로 저는 8시 55분까지 출근합니다.
물론 아무도 저에게 뭐라고 하지 못합니다.
그메일이 발송된 이후 모든 직원들은 8시 50-9시 사이에 대부분 출근합니다.
6시 칼퇴근은 말할것도 없죠.

노조는 일부 직원들이 거래처 직원들과 주말, 혹은 저녁에 공식적인
접대와 세미나를 무임금으로 의례 당연하다는듯 시행한다는 사실을 캐치했습니다.
노조는 또 단체메일을 통해 업무의 연장선상이므로 휴일근무수당을
앞으로는 꼬박꼬박 신청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대신 업무와 관련된
일이라는것을 레포트를 통해 기안을 올려 사전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죠.

무임금 야근, 무임금 주말근무는 거의 대부분 회사들의 관례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메일 이후로 저희 회사는 팀장따라 주말에 등산가고
주말에 거래처 접대하느라 술먹느라 쉬지 못하고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는 회사는 많은 이익을 냈지만 노조가 포함되어 있는 조직이 성과가 낮았다는
사실을 들어 연봉 인상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검토한 결과
윗선의 판단미스로 큰 손해가 끼쳐 성과가 낮아졌을뿐 노조의 조합원들은
전년도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냈었죠. 이러한 근거를 들어 노조는 연봉협상을 거절했습니다.

이익은 많이 났는데 연봉인상과 성과급은 윗선들이 다가져가고
직원들은 몇번의 서류조작과 우기기로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훼손당하고
반영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인건비 인상은 억제당하고 부당한 업무압박 까지 받게 될 상황이었죠.
저희는 회사의 일률적인 연봉제안을 거절하고 원칙과 공생을 위한
임금교섭을 제안했습니다. 그게 2년전일이고 아직도 협상중입니다.

모든 노조원들은 2년전 연봉은 물론이고 작년 연봉도 아직 교섭중이지만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돈보다, 투쟁을 약속했습니다.
누구에게는 돈 몇푼 더 받아내자는 투쟁일수도 있고
회사가 살아야 내가 살지라는 기존의 인식틀을 벗어난 무모한 데모일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노조의 입장은 내가 잘살고 일 열심히 해야
회사도 살수 있다는것에 기초했습니다. 그렇게 노조는 계속 협상하고 투쟁하기로 했습니다.

노조라면 항상 선입견이 있습니다.
귀족노조? 데모만 하는 집단? 결국 돈에 끌려가는 정치질?
물론 그럴수도 있겠죠. 어용노조도 많고, 회사의 개처럼 행동하는 노조도 있고
노조원들의 믿음을 무기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노조간부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근로자들 모두가 의식하고 깨우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하겠다는게 귀족입니까?
야근하는게 당연한 겁니까? 회사가 잘먹게 되었으니 좀 나눠가지고 싶다는게 불법입니까?
회사 지도층들만 잘살아야 됩니까? 근로자는 잘 살면 안됩니까?

저는 평생동안 엄마말, 학교말 잘듣는 학생이었습니다.
6-3-3년 12년 개근에 반장도 도맡았고, 대학교도 좋은학교 열심히 다녔습니다.
하지만 항상 들었던 말은 선생님말 잘들어라, 나서지 마라, 시키는것 열심히 해라 였어요.
지금 제가 노조일 하는걸 아시는 부모님 역시도 제일 먼저 하는말이
데모하지 마라, 왜 그런일 니가 하느냐 가 우선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것보다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것이' 어쩌면 진짜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노조위원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가끔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위원장에게 '형님 어디 hr 부서 이런데서 돈 많이 주고 형님 스카웃 해간다는데 없어요?'
라고 하면 위원장이 'c8, 그런데는 졸라 많은데 내가 내새끼들 먹고살게는 해줘야지' 라고 합니다.

당장 돈 많이 벌어저 내가족들에게 주는것보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환경이 우선시되는게 미래를 위해 더 낫다라는 말이겠죠.
처음부터 많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게 지금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에서 아둥바둥 버티는 우리가
가장 신경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노조얘기 나오면 귀족노조 이야기로 이익집단 만드는
분들이 계시길래 짧게 나마 글 올려봅니다.

출처: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964879&cpage=&mbsW=&select=&opt=&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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