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겨울 군 입대 날

 

이른 아침 아버지의 차를 타고 

 

논산으로 가는 길

 

아버지는 평소보다 말이 없으시다.

 

출출하던차 휴게소에 들러서 음식을 먹을때도

 

자신은 배 안고프다고

 

밖에서 담배만 태우셨다.

 

그리고 논산에 도착하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하는데

 

주변에 고깃집이 많았다.

 

입대전 고기 먹이고 싶어하는 

 

부모님들 마음을 노린 것인지....

 

그런데 먼저 간 친구가 다시 올 손님도 아니고

 

비싸도 부모님들은 자식 사먹이고 할게 분명하니까

 

고깃집 대부분 바가지 씌우고 

 

고기도 형편 없다는 말을 한게 기억이 나서

 

계속 고기 먹고 들어가라는 아버지에게

 

얼마전 고기 많이 먹어서

 

그냥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3개를 시키니까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탕수육도 하나 먹어라 하신다.

 

어머니도 그래 탕수육 하나 먹으면 되겠네 나도 먹고 싶고.....

 

어찌어찌 다 먹고

 

이제 논산훈련소 입구로 들어가는길

 

원래 입교식? 하는것도 다 볼 수 있지만

 

TV서 그런거 보면 질질 짜고 난리도 아니라서

 

부모님 우실까봐 그냥 먼저 가시라 하고

 

입구에서 인사 드렸다.

 

문을 들어갈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안아 주시고

 

아버지도 안아주시려고 했는데

 

당시 나는 그게 상당히 어색 했나 보다

 

원래 무뚝뚝 했던 아버지라서 그런지......

 

어색하게 안아 주시려는 포즈를 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그냥 꾸벅 인사 드리고 잘 다녀 오겠습니다 하고

 

논산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3일간의 대기기간

 

첫째 날 군복을 지급받고 저녁이 되어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야

 

내가 군대에 있다는 것이 실감 되었다.

 

누군가 730일 남았네 하는 소리에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린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조교가 종이 박스를 나눠 줬다.

 

입고 온 옷과 사제 물품들을 박스에 넣어 집으로 보낸다고.......

 

그리고 30초 내로 신속히 모든 행동을 종료하고

 

박스를 가운데 정렬 하라고 했다.

 

입대 시기가 겨울 철이라

 

상자는 작은데 겨울 외투랑 막 쑤셔 넣으니

 

자리가 없더라...

 

옆의 사람은 잘 쑤셔 담는데

 

내 껀 왜이리 안들어 가던지..........

 

조교는 계속 빨리하라 하고

 

정말 정신없이 쑤셔 담았다.

 

그리고 잠시 조교가 나간사이 훈련병들은

 

누가 먼저랄것 없이 박스 위,옆 공간에 

 

부모님 사랑합니다. 같은 말을 적었다

 

초등학교때 이후로 그런 글을 적어 본 적이

 

처음 이었다. 가슴이 뭉클해 졌다

 

그리고 낮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또 밤이 되자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침상에 베개가 하나 없는 걸 보니

 

갑자기 스팀이 확 돌았다.

 

전체 훈련병 수 보다 모포랑 베개가 모자라서 

 

매트리스는 3인당 2개 였고

 

자는 도중에 베개랑 모포 누가 가져가 버리고 혹은 

 

불침번 서고 오면 내 베개는 없고.......

 

어제부터 껄렁껄렁 하던 놈 자리를 보니

 

얼룩 묻은거 보니 딱 내 베개인게 아닌가?

 

진짜 멱살 잡고 하고 싶었지만 조교도 있고

 

부모님 생각에 진짜 다 참고

 

그냥 그날 저녁은 베개 없이 잤다.

 

어찌어찌 해서 대기 기간 끝이나고 훈련소로

 

들어가 정식 훈련병이 되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부모님 생각할 기회도 많이 없구

 

그리고 1.1일 신정......

 

설날이고 하니 특별히 집에 전화를 하게 해 준다고 했다.

 

전화.....밖에서는 쓰지도 않는 공중전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 일인지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전화를 하러 긴 줄을 서서 기다릴 때에도 

 

가슴은 두근두근 하였다.

 

앞서 전화를 하는 전우들은 

 

대걔 통화를 하다가 울먹이거나 눈물을 훔쳤다

 

뒤쪽에서 자기는 안그럴 꺼 같다던 애들도

 

막상 자신의 차례가 오자 

 

아버지,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모두들 울먹이거나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

 

앞서 많은 사람이 울먹 거려서인지

 

전화를 하기 전 부터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다.

 

그리운 아버지,어머니.....

 

집으로 전화를 걸고

 

행여나 콜렉트콜이라서 

 

전화를 못받으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데

 

저 아들입니다 아무 번호 누르세요 하는 소리를 들으셨는지

 

잠시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빠르고 상기된 목소리 였다.

 

그래 아들아 !! 지금 어디고??

 

네 아버지!! 지금 훈련소 입니다 !!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아버지의 목소리............

 

 

 

 

 

 

 

 

 

 

 

 

 

 

 

 

 

아들아!!! 그런데 이 베개는 뭐냐??

 

 

 


한 2초 후에야 알겠더라....
그게 입소대대의 베개였다는 것을.....


덕분에 전역하고도 군용 베개를 사용한다.
이거 군용품 절도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