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발행물에 시가 실린것도 자랑.
인생에 있어서 자랑할 게 이것밖에 없는 건 안자랑.
수채우기 용으로 써서 넣은 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게 함정.
시간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해도
내게는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 때의 거울속의 나는
미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그저 꿈 많은 평범한 하나의 소년이었을 뿐이었다.
정말 필요할 때 일수록
더 빠르게 흩어져버리는 시간임을 알았음에도,
나는 가만히 서서 흩어져가는 시간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즈음,
나는 거울 속의 나의 모습이
무언가에 쫓기고 짓눌려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마주서있음을 느낀다.
산고
모든 사람들의 열망과 기대가 한곳으로 모아지고,
산모는 아스라질 듯한 고통에 끊임없이 신음한다.
어머니가 오랜 시간 마음으로 품어온 아이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곧 세상에 싹을 틔우리라.
지금은, 아직은 산고가 생생한,
아기 머리 하나 겨우 보이기 시작한 때인지도 모른다.
걸음 걸음마다 날 서린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그런 고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아직도 산고의 끝이 아득히 멀다 할지라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산고가 깨어질 그 때가 되면,
나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목 놓아 울련다.
햇살
햇살이 되고 싶다.
추운 겨울, 꽁꽁 언 맨 시장 바닥 위에서
평생을 나물장사로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해오신
그들의 거칠고 차가운 손을 포근하게 잡아줄 수 있는,
나는 그런 따뜻한 햇살이 되고 싶다.
구름이 앞을 가린다 하여도, 꿋꿋하게 달동네로 찾아가
그 곳의 소외받는 모든 외로운 이들의 곁을 맴돌며
그들에게 속삭이듯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나는 그런 의로운 햇살이 되고 싶다.
이슬이 맺히는 찬 새벽, 누군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 위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좌절하고 있을 때면
그들의 앞 길에 떠올라 희망을 찬연하게 비추어줄 수 있는,
나는 그런 환한 햇살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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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이게 뭐지,
싶기도 하고.
'산고'는 FTA 날치기 사건 쯔음에 써서
분노 가득, 감정 가득 담아서 쓴거라
이건 뭐, 어휴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