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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경건한 기독교인 여자친구가 고민.
게시물ID : humorbest_5485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민Ω
추천 : 66
조회수 : 11303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20 18:09:23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0/20 17:16:29

진지한 고민이 있어서..

좀 최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고 싶기때문에 가능하시다면 추천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베오베 가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고 진지하게 답글 달아주셨으면 해요.

굳이 오유에 올리는 이유는 오유의 종교관이 저의 종교관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 글을 추천한다고 해서 저나 여자친구의 얼굴 인증을 하지도 않을거구요.

뭐 베오베에 눈이 멀어서 자작쓰네 이런 소리 안나오게 베오베 간다고 해도 3페이지로 밀리는 순간 삭제겁니다.

만에 하나 여자친구가 이걸 보거나 하게되는걸 원치 않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글을 추천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 하나, 그저 제 부탁이란 점을 뺀다면요. 부담갖지는 말아주세요.

하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의 의견과 조언을 듣고 싶기는 하네요 ㅠㅠ

 

 

 

 

 

 

 

저는 20대 초반 남자사람입니다.

일단 대강의 상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2년쯤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데.. 저랑 모든 면에서 잘 맞고, 사이가 정말 좋아요.

2년 사귀면서 말싸움 딱 한번 했습니다. 그나마도 서로 취미생활 하다가 의견충돌 한번 한게 끝이구요; 사실 싸움이라 하기도 거시기하죠.

애가 개념으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여자고, 굉장히 보이쉬하고 가끔은 남자인 제가 봐도 멋지다 싶을 정도의 애에요.

춤도 잘추고 운동도 무술하는데 왠만한 남자들 뒷차기 한번으로 날려보내는 무서운 아이입니다; 

된장녀?

더치페이?

무개념?

막 인터넷에 고민이라고 올라오는 이런거 아무것도 해당된 적이 없어요.

게다가 얘도 저도 서로 이성에 관심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이성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진 취미를 갖고 있죠 둘 다)

서로 정조도 깨끗했고...

막 다른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하루죙일 문자하고 툭하면 삐지고 이런 것도 없고 제 인생에 이보다 저랑 더 잘 맞는 여자를 찾을거 같지는 않아요.

항상 행복한 고민을 하던게 왜 내가 처음으로 만난 여자가 이여자냐.. 싶을 정도로 적어도 제겐 완벽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얘도 절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구요. 태어나서 이렇게 사람 좋아해본적이 없답니다.

다른 커플들은 뭐 처음엔 불타오르다 나중에 권태기 온다 이러던데

저희는 오히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서 큰 마음이 없다가 서로 자꾸 만나고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빠져들었어요.

실제로 2년 중에  첫 1년 중 마지막 반년은 헤어졌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다시 만났죠.

헌데 헤어진 이유가 조금... 골때린다고 해야하나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여자친구 아버지가 목사님입니다.

그리고 이 여자친구는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데 얘랑 얘네 가족이 평소에 자주 보이는 개독이냐?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막 기독교 관한거 올라오면 소위 '일부를 보고 전체를 까지 마세요' 의 패러디로 '전체를 보고 일부를 까지 마세요' 라고들 하죠?

그 '일부' 에 속하는.. 적어도 제 인생에선 매우 희귀한, 정말로 경건하게 신을 섬기는 개념찬 기독교인입니다.

 

오죽하시면 이 애 아버님이 원래 큰 교회에서 로테이션 목사 중 한분이셨는데 갈수록 그 교회가 변질되어가는게 느껴져서

각성시키려고 무딘 애를 쓰다가 믿었던 자기 교인들과 다른 목사들에게 뒤통수맞고 격노,

차라리 집에서 혼자 하나님 섬기는 한이 있어도 이런 썩은 교리에 몸담지는 않겠다고 하시고 나와서 개척교회를 여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교회도 없으시고 집을 교회로 쓰시고 계신답니다.

얘길 들어보니 매일 새벽예배는 물론 수요예배, 금요예배, 토요예배, 주일예배;;

일요일만 교회가는걸로 알았던 제겐 컬쳐쇼크더군요..

 

혹시 Machinegun Preacher 라는 영화 보셨나요?

거기 나오는 목사님과 굉장히 비슷한 포스를 가지고 계십니다; 총만 안들었다 뿐이지..

원랜 삼성이였나 현대였나 대기업에서 해외발령 나셔서 독일쪽에 무슨 한국제품 붐이 일어났을때 높은 자리에 계셨는데

그걸 다 때려치고 자기 종교관에 충실하게 살겠다고 가족과 함께 돌아오셨답니다.

 

그리고 제 여자친구는 위에 설명드린 목사님, 즉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자라온 아이입니다..

이미 태어날때부터 신앙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좋게 말해서 모태신앙, 나쁘게 말하자면 세뇌겠죠.

 

저요?

 

말씀드렸다시피 전 대부분의 오유인들과 비슷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전 종교는 악이되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무신론자이자 현실주의자입니다.

아니 현실주의자라고 할 정도는 아닐진 몰라도 한없이 그에 가까운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신론자는 확실합니다.

만에 하나, 정말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고 그게 성경에서 말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한없이 고도의 문명을 가진 인간을 초월한 지식을 가진 어느 외계의 생명체같은게 저희를 주시하고 있다 정도랄까요.

허무맹랑하게 들리나요? 제겐 기독교의 전지전능한 유일신의 존재여부가 저 외계 생명체의 존재여부와 확률이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냥.. 저란 놈이 대강 이런 놈입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셨었고 저도 그런쪽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역사를 좋아하죠.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혼자 흥미돋아서 파본걸 토대로 봤을때 제게 있어서 크리스챠니티와 성경이란

그저 중세시대의 권력자들이 우민들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하기 쉽게 유도하는 매뉴얼같은 것으로 밖에 보이거든요..

그래서 부모님과 종교에 대해서 토론도 해봤는데 제 부모님의 종교에 대한 의견은

너야 교회 안나가도 힘든 일 있으면 혼자 이겨낼만큼 마음이 강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너처럼 강하진 않기에 기댈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기대기 쉽고 또한 가까운 것이 종교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그 종교의 교리가 사실이냐 거짓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그 종교의 리더가 경건하냐 아니면 기대러 온 사람 등쳐먹는 사기꾼이냐가 중요하다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구요.

단 제가 보는 종교의 필요성은 제 부모님의 그것보다는 더 많이 부정적이지만요.

실제로 전 어렸을때 큰고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교회를 다니다가 거기 전도사새끼한테 심하게 데인 기억이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종교 그 자체와 그를 믿는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존중은 합니다.

 

그리고 이게 처음에 잠깐 헤어졌던 이유입니다.

제가 교회를 안나가서요...ㅎㅎ

이 여자와 처음 만났을때는 제자와 선생의 입장으로 만났었는데 이미 목사 딸이란걸 알고 있었기에 제가 못을 박았었습니다.

 

대강 말했던게

널 앞으로 가르치게 될텐데, 내가 듣기로 너가 굉장히 열성적인 크리스챤이라고 들었다.

근데 난 따지자면 너의 정 반대의 인간에 가깝고 너와 너의 종교를 존중하지만 어디까지나 너가 날 끌어들이려 하기 전의 얘기고,

만약 내가 싫다는데도 너가 자꾸 내게 전도하려고 한다던가 하면 우리 관계가 좀 껄끄럽게 될테니까 서로 종교에 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질 말자.

라고 못을 박았었죠.

얘도 이해해줘서 고맙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었구요.

 

근데 어쩌다보니 서로 사귀게 되고...

당연히 얘 아버님은 저 한번 집에 데려오라고 하시는데;

제가 그 집에 가면 당연히 교회 다니냐 얘기가 나올것이고-> 제가 no라고 할 경우 전도를 하시려 할테고->

전도를 하시려하면 제가 처음에야 참겠지만 갈수록 스트레스를 받을거고 -> 그러면 얘 아버님과 제 사이가 이상해지겠죠.

-> 그럼 그 사이에 낀 제 여자친구는?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린 제 여자친구는 그냥 제게 아무 얘기도 안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그걸 쌓고 쌓다가 결국엔 제게 이별통보를 했었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뒤통수 맞은 기분이였다가 다시 만났을때 자초지종을 듣고는 좀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서로 의견 조율 끝에 어차피 서로 싫어서 헤어진게 아니라 가치관 차이니까 계속 관계 유지하면서 진전을 도모해 보자.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다시 만나기 시작한겁니다.

 

그런데 문제아닌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그냥 단순히 인생 살면서 한번쯤 갖는 인연이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던 저희가

만남을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빠져들고 결국 좋아하는걸 넘어서서 정말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소위 말하는 사랑으로까지 감정이 번졌습니다 -_-; 서로 서로에게 진심이 된거죠.

정말로 진지한 관계가 되었습니다만... 그래서 더욱 큰 문제가 되어버린게 서로의 종교관이죠.

 

오늘 까놓고 얘기하더군요. 자긴 제가 정말 좋고 아마 적어도 자기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 중에서 가장 사랑하게된 사람같다고.

인간적으로써 봤을때는 최고의 신랑감이고 저와 결혼하기 위해 모든걸 바칠 수 있으며

제가 재력이나 권력이 있든없든 그런건 전혀 상관없다고 합니다. 여차하면 자기가 먹여살리겠데요ㅋ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과 저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정말로 미안하지만 하나님..이라고 하더라구요.

솔직히 글로 적으니까 재수없게 들리죠? ㅎㅎ

근데 애가 이 얘기를 하다말고 흐느끼면서 울더라구요... 오빠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평소에 너무 강인한 이미지라 상상조차 못했기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봤을 때와 동급의 충격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이 아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프고 저 역시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달래서 집에 보낸 뒤에 생각해본 끝에 나름대로 몇 개의 결론을 내봤는데:

 

1. 깔끔하게 헤어진다

2. 여자친구가 인생에서 단 하나의 예외를 만든다 - 나

3. 내가 꺾고 들어가서 교회에 다닌다.

 

1번은 너무 힘듭니다.

저게 되었을거라면 애당초 처음 헤어졌을때 그걸로 끝이였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깊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서로가 없는 삶은 생각하기 힘들정도로요.

그래서 일단 불가능으로 두었습니다.

 

2번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일반인이 손가락을 튕겨서 불씨를 낼만큼의 확률 정도로 정말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니 불가능이라고 봅니다.

 

3번.

3번은 일단 말하자면 가능은 합니다.

 

정말로 종교는 심적으로 나약한 사람이나 필요한거고,

특히나 인류의 최초의 판타지 소설을 베이스로 삼은 기독교는 멍청류甲 이라고 생각하는 저이지만.. 일단 가능은 합니다.

처음 헤어질때는 불가능한 일이였지만 지금이라면 이 애를 위해서 교회 정도는 나가도 될거같습니다..............만.

그렇게 쉬운 문제였으면 여기에 안올렸죠..하하

 

이 애는 제가 단순에 교회를 나오는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영혼이 깨었으면 하는거..랍니다...

소위 말하는.. 그.. 영접이라고들 하나요? 그걸 원한답니다.

강요하는 억지, 가짜 믿음이 아닌 제 스스로가 얻게 되는 진실한 믿음을 가져야한답니다.

그리고 그런걸 굉장히 잘 분별해요;

제가 억지로 교회다니면서 믿는 척 해봐야 금방 들통 날겁니다.

얘 아버님이 얘가 저랑 만나기 시작한 후 부터 정말로 어른스러워 졌다고 했답니다. 왜인거 같나요?

저랑 많이 토론 했었거든요.. 서로의 종교관에 대해 더 잘 알기위해. 저 얘한테 FSM 교리까지 보여준 사람입니다;

근데도 꺾기는 커녕 그걸 양분삼아 신앙이 길러졌답니다 ㅎㅎ

성경에 무슨 믿음이 있는 사람들보다 믿음 없는 자에게 더 배울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꼭 저 같다나.. 여튼 이런 아이에요.

 

헌데 제가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정말 저런 성령 영접 믿음 각성 이런게 올까요?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소위 성령이 제게 내려줄까요?ㅋㅋㅋㅋ..

영접이 가능할거라고 믿나요? 애당초 神의 존재를 믿지도 않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하염없이 영접하게 될 계기만을 기다리며 교회를 다녀야 할까요?

실제로 제 아는 분은 갑작스런 암 투병생활을 신앙생활로 이겨낸 뒤 독실한 크리스챤이 되셨죠.

그러면, 제가 저렇게 기다리면 옆에서 지켜보는 제 여자친구는 그나마 행복할까요? 만족할수 있을까요?

저는 스스로 만족할까요? 버틸 수 있을까요? 괜히 어설프게 꺾고 들어가다가 이상한 관계로 파탄나지는 않을까요?

 

어쨌든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숨만 나옵니다.

제 상황을 과장 좀 보태서 짧게 요약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경건하고 독실한 크리스챤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무신론자 남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자.

해결법을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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