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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게시물ID : freeboard_301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깨B
추천 : 7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8/06/02 22:55:14
토요일, 나갔지요.
참 뿌듯했습니다.
대구에서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는데 모시고 나갔거든요.
온가족이 다함께요.
실은 부모님께서 올라 오셔서 저녁만 먹구 혼자 빠져나올까하다가...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얘기가 나오고...
대학 다닐때 총학에서 애국청년이었던 여동생의 논리정연함으로...
어느덧 저희 가족 모두는 촛불을 들고 가두행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진하시디 순진하신 어머님께선...
그래도 차도로는 못나가겠다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처럼 착하고 순진하신분을... 세뇌시킨 좃선...
경향 넣어드리길 잘했구나...
부모님 말씀으론 경향이 옛날엔 거의 관보 수준이었다는군요.
그래서 많이 놀라셨답니다.
어쩐지 순순히 보신다 했습니다. 
삼십분쯤 걸었을까요...
어머님께선 무릎통증을 호소하셨고, 이젠 환갑이 넘으신 아버님도 이만하면 충분하시다며...
이 시위대가 너무나도 순수한 "초짜"들의 모임을, 너무나도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그리고 이성적인 모임임을 부모님께 확실히 각인시켜 드렸다는 소기의 그러나 엄청난 목적을 달성한 삼남매는 뿌듯해하면서 집으로 동생들 자취방으로 왔습니다.
순진하신 어머님은 그래도 혹시 불순분자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아...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영리한데 불순분자의 선동에 넘어갈까요...
불순분자는 오히려 경찰이 심어놓았겠죠.
집에 도착하니 일장 연설이 펼쳐집니다.
어서 장가가서 그런 곳엔 나오지 말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해맑게 웃으며 결혼하면 부인이랑 나오겠다고하자 장가가면 얼마든지 그러라시는 아버님... ^^;
그러면서 다함께 맥주를 마시며 정말이지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다 모두들 잠이 들었지요.
문제는 아버님께서 보신 새벽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정오뉴스...
어머님은 적잖이 당황하셨죠.
어제 그 평화롭던 시민들이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장면에선...
아... 순진하신 어머님께선 이제껏 경찰의 과잉진압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해오신 겁니다.
설령 그만한 이유가 없더라도 공권력에 대든놈이 나쁜놈이라는 믿음이... 씨발 좃선...
헌데 그 믿음이 흔들리시는 겁니다.
인테넷은 더 처참하더군요.
결국 일요일 점식식사후 내려가시기로 했던 두분은 아버님만 내려가시고 어머님은 월요일 오늘 새벽 내려가셨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계속 저희를 꼭 붙잡으셨죠.

그렇지않아도 직장땜에 예비군복을 못입고 나가고 일상복만 입고 나가서 죄책감이 드는데,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자고있던 순간에 나의 단잠을 위해 어떤 이들은 공권력이라는 명분하에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앞에 저렇게 쓰러지는구나...

그래서 오늘도 우산 쓰고 잠시, 정말이지 잠시 혼자서 다녀왔습니다.

그렇게라도하지않으면... 모르겠습니다. 그냥 처음 문화제 나갈때처럼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고 그걸 해결하려면 그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더 오래있지 못하고 돌아와 이렇게 컴앞에 앉은것도 죄책감이 듭니다.

직장, 먹고는 살아야한다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하지만 단박에 끝낼것도 아니고...

은근과 끈기로 오래오래 갈거니까요.

전 그렇게 믿습니다.

모두들 편안함밤되세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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