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구> 피곤하다. 요즘 누구 닮아 가는지 점점 잠이 없어진다. 집회에 참가하고 집에 와도 새벽3시에 잠이 들고 집회에 참석 안 해도 새벽에 자긴 마찬가지다.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나오는 집회 참가자들과 전경들과의 대치를 보다 자정이 넘어가고 전경들이 강제 진압 나서는 것을 보다보면 두시가 훌쩍 넘어간다. 강제 진압 하려면 빨리 하던가. 졸려죽겠는데 잠도 못 자게 하는 인터넷 방송이 아주 가끔씩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새벽까지 방송을 보고 아침에 출근 하려니 몸이 천근 만근이다. 토요일 집회의 여파로 삭신은 저리고 집회에 참석안한 어제도 방송 보느라 잡을 설쳐 지금 정신이 몽롱하다. 이게 바로 얼리버드 증후군이라는 건가?
잠을 못자기는 나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문턱까지 몰려와서 퇴진을 외치는데 그냥 발 뻗고 잘 강심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사이코패스 정도나 가능한 짓이겠지.
국민도 잠 못 이루고 대통령도 잠 못 이루고. 전 국민이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전 국민이 피로해 하니 저러다 말겠지, 라는 생각을 혹시 대통령은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심한 오산이다.
여기서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제 시작인 분위기다. 바야흐로 6월. 미국산 소고기 출하, 효순이 미선이 추도일, 6.10항쟁 기념일, 대운하 발표, 등등 나조차도 10일 날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지 예측을 못하겠다.
지금 국민들은 여전히 자제 중이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거행한 집회에서 만일 국민들이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고 있었다면, 보도 블럭을 깨고 짱돌을 들었다면, 광화문에 진을 친 닭장차 쯤은 얼마든지 돌파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전경들이 시민들과 기자들을 밀치기 위해 닭장차 위로 올라갔을 때 시민들은 짱돌을 던지지 않았다. 물대포에 맞고 연행이 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무력 시위를 자제했다. 이 자제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소고기 재협상이다. 이 근본적인 원인제거가 없는 장관, 수석 짜르기 등의 미봉책은 해 보나 마나다. 소고기 파동의 주범을 대통령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몸통은 그대로고 깃털만 날리는 모습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다.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또 참석하고 참석 안했던 사람들도 인터넷 보고 열 받아 참석하고 무관심 했던 사람들도 최소한의 의무방어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참석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숫자는 기하급수적이다. 이 숫자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렇게 요지부동일까?
어제 밤 집회에 참석하기 힘들어 낮에 먹거리라도 응원 하려고 시청 앞에 갔더니 이미 시민들이 들고 나온 생수와 먹거리들이 연단을 가득 매우고 있더라. 이게 일종의 군수물자 대 주는 것 아닌가? 그 군수물자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달하는 상황이라면 그 정부는 이미 막장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경찰의 철통같은 호위아래 청와대에 옴짝달싹 못하고 국민들은 청와대로 몰려가겠다고 하고, 대통령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자 마자 바로 쌍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이면 이미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의 상징적 위치를 상실 한 것이다.
오늘 우리 회사 여직원이 촛불 집회에 참석한다고 하기에 오늘은 비도오고 하는데 괜찮겠냐, 라고 물으니 비와서 사람 많이 안 오는 날 나가서 인원수 채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하며 나를 무안하게 만든다. 이미 친구들과 시청 앞에서 모이기로 사전 연락을 한 모양이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이 대부분 이렇다. 장기전 분위기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다. 여기서 어영부영 끝나면 5년 내내 끌려 다닌다는 생각에서 이번 기회에 어떤 결말 보자는 분위기다.
10시 넘어 종로와 세종로 을지로가 집회 참석자들로 쏟아져 나오면 완전히 무정부 분위기다. 하지만 이 무정부주의자들이 집에 가고 다음날 아침이면 직장에 출근 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가사를 돌보는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밤만 되면 또 무정부주의자가 되고,
국민들이 좀비도 아니고, 왜 밤 만되면 종로통을 수많은 무리들이 어슬렁 거리게 만드는 것일까. 집회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 못하는 정부에 더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한 것일까?
원로들을 만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 원로의 면면은 누구일까. 전두환? 김영삼? 조용기? 김홍도? 아서라. 그런 사람들 만날 생각이면 아예 안 만나는게 도와주는 것이다.
컴도저라고 자랑만 하지 말고 청와대에 있는 컴퓨터 파워 누르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기 바란다. 원로 만날 시간에 조회 3시간만 하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여 데모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세상이다.
왜 이런 문명의 이기를 활용 할 생각은 안하고 자꾸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동네 방네 외국 다니면서 글로벌 호구짓 할 시간에 인터넷 검색 하는것 부터 배우기 바란다. 세상의 모든 지혜와 정보는 인터넷에 다 들어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국민의 소리도 다 인터넷에 들어있다.
비서관에게 짜증만 내지 말고 이제부터 컴퓨터를 켜기 바란다. 그런데 가끔 자료화면에 나오는 대통령 집무실을 보니 컴퓨터가 아예 없더라. 지난번에 로그인 안 된다고 버렸나?
미국에 조공하고 일본에 뒷통수 맞고 중국에 개무시 당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자국민들에게도 까여 이제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호구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