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쓸쓸하고 조금 울적한 하지만 딱히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싶지도 않은 조금 무력한 그런 기분.
그건 마치 네가 밉지도 안 밉지도 않은 그런 기분과 같지.
상처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닌가 봐.
난 널 보냈지만 보내지 않았지.
어느 날 내 마음의 경계에 어중간하게 걸쳐있는 널 완전히 떠나보내고 그저 편한 사이로 남게 된다면 그 때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참 이상해.
지금껏 다른 이들을 떠나보낼 때와 같으면서도 또 다른 이런 기분은 처음이니까.
크게 한바탕 울어제끼고 나서 스리슬쩍 공허해질 때가 되면 잊혀지던, 그런 그들과는 달리 넌 더욱 선명하게 내 마음 속에 남아.
살아가면서 누구나 가장 의미 있는 만남이 있기 마련이라는데 그게 너였을까?
글쎄. 순간의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너로 남는다고 해도 좋을 거라고 그렇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