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새벽까지 야근할 일이 많아서 일주일에 두 세편 보다가
이제야 좀 일이 없어져서 어제 새벽까지 마지막 다섯 편 몰아봤어요
그러고보니 처음 비밀의 숲 보게된 게 우연찮게 막방날이었네요... 거의 3주 걸쳐서 봤군요.
한국 드라마 장르물에서 참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스토리를 짜낸 드라마가 있었나 싶어요
수사 파트도 파트지만 황시목 검사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치나 소품들이나(한경위 그림 너무 귀ㅣ여워요 정말 흑ㅎ극ㄱ소유하고싶다)
캐릭터들의 유대며 반목도 잘 그려낸 것도 낸 것이지만 평면적으로 보여줄수도 있는 최팀장이나
김경사, 장형사 같은 캐릭터들도 완전히 그쪽으로만 몰아가지 않게 만들어낸 것도 그렇고
14화쯤에서는 아... 이거 새벽인데(3시;) 자고 내일 보면 정말 안 되겠다 싶었을 정도로 몰입해서 결국 다 보고 말았네요..
황시목도 황시목이지만 저는 이창준 캐릭터가 아주 제일 강렬히 기억에 남아요.
분명 초반에는 아무리봐도 배드 사이드인데 멀쑥하고 약간 묻어나오는 경상 사투리에 표정은 또 어딘가 외로워보이지 아주 무슨 이런 캐릭터가(
그래놓고는 여기 저기 물든 연기 잘 해올 정도로 맘 먹고 살았으면서 또 마지막 화에선 천천히 오라고 하지를 않나... 아니 무슨 이런 캐릭터가...
그리고 조승우씨는 정말.... 예전에 조수미가 남자의 자격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나더라고요.
노래를 잘 하려면 아주 작은 음량마저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조승우는 그걸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황시목이라는 캐릭터가 검사에 머리도 좋고 뇌 수술도 받았다고 하니까 임팩트 있는 인물이겠다 싶었는데
막상 까보니까 한경위가 그러잖아요. 그렇게 잘난 사람인데 왜 저렇게 위축되어 있을까? 그런데 마냥 또 그렇게 위축되어 있는 사람은 아니고요.
그런 평소의 황시목을 마치 피아노시모같은 여린 톤으로 이끌어가는 것 같은 것도 굉장했는데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끌어내거나 얻고자 해서 목적성에 따라 행동할 때나,
그리고 마지막 화의 그 미소짓는 장면에서와 같은 경우에 와... 어떤 배우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자유자재로
포르테, 포르테시모까지 피치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 내내 연기에 감탄하면서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아.. 또 이런 드라마가 나올까요?
또 이런 즐거움이 있을까요?
아직도 머릿속에 옥탑방의 가든 파티랑 한경위 그림들이랑 검사장실의 이창준이 떠다니네요...
오랜만에 정말 마음 깊이 즐거운 드라마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