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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징그러워서
게시물ID : sisa_5492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맞춤법학과장
추천 : 1
조회수 : 3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06 23:31:44
한밤중에 물을 마시러 냉장고를 찾았다
덜컥
문을 열어젖혔더니 5센티는 돼 보이는 미국바퀴가 냉장실 노오란 조명에 비쳐 달아난다
아마도 어두운 밤이면 방바닥의 각질이니 음식찌꺼기니 하는 것들을 먹어치우고
더러운 배설물과 세균들을 흘리며 알을 깠을 것이다
에프킬라를 찾아 들고 쫓아가 죽인다
인생은 실전이야 존만아
흥건해진 시체 옆으로 새끼 바퀴 하나가 놀라 싱크대 아래에 쏙 들어가버린다
바퀴가 한 마리라도 보이면 드글드글 수없이 많이 있는 거라던데 
바퀴랑 동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름이 돋는다
아냐
미국바퀴는 날아다니니 창 밖에서 들어온 거야
저 녀석을 신경 쓰며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무시하는 게 이익이지
어쩌면 싱크대 아래에만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장 편한 생각을 하고 만다
싱크대 아래에야 있든 말든 상관없지
결국 눈에 띄어야 징그러운 게 바퀴거든
어차피 난 인간이고 열등한 바퀴 따윈 언제든 처리 가능하니까
일주일 후 침실 벽에 붙은 바퀴 한 마리를 잡았다
다시 사흘이 지나자  나의 퇴근을 요란한 소리를 동반한 비행으로 바퀴가 맞았다
한 달 쯤 지나자 바퀴를 봐도 처음처럼 징그러워 보이지 않았고
점점 귀찮고 짜증나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온 나는 기절초풍할 광경을 보았다
전 날 먹다 남긴 라면 냄비에 수십 마리의 바퀴가 모여 있던 것이다
바퀴들은 점차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더이상 싱크대 아래에만 머물지 않았다
역한 기운에 구토가 나왔다
바퀴들은 더욱 신나 구토에 몰려 들었다
수백 마리의 바퀴를 뒤로 하고 난 찜질방으로 도망쳤다
싱크대 아래를 토벌하지 않는 한 
내가 수천만 원의 전세금을 지불한 이 투룸은
나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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