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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바닷가에 눈이 옵니다.
게시물ID : soju_54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3
조회수 : 10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2/01 07:19:50
미련같은거, 후회같은거 없을줄 알았는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딴생각 채워넣은줄 알았는데. 몇주만에 다 잊었다고 대견해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사실 그건 다 잊은게 아니었는데. 눈이 볼에 닿는 순간 눈이 내리는만큼 눈물이 흐르네요. 며칠전인지 몇주전인지 날자만큼은 기억나지 않던날 받았던 '옥아, 지금 여기 눈온다.' 는 몇자 안되는 문자. 애써 답장하고싶은 마음 꾹 눌러담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 생각하며 번호도 지워버리게 만든 그 문자. 지워버렸지만 짧기때문인지 다른 이유때문인지 토씨하나 잊을 수 없는 문자. 다 지워버렸지만 뇌에 정으로 새겨놓은것처럼 잊혀지지 않는 번호.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다른생각 애써 넣으려 하지만. 손잡고 눈맞으러 나온 커플은 건너편 편의점 앞에 쭈구리고 앉아 불쌍하게 있는 아르바이트생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고있다고는 생각을 못할테지. 바닷가에 치는 파도소리가 왠지 스산하게 들리는건 내 착각인지. 바닷가로 손잡고 다정히도 걸어가는 커플들이 그저 눈꼴시린건지. 차라리 몰랐다면 지금쯤 나도 커플이 눈꼴시렵다며 그저 웃어넘기고 오는 눈에 강아지처럼 눈이 오는것을 기뻐했을지. 다 잊어버리고 몇년전, 아니 몇달전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지금이랑 다른 선택을 했을지. 눈이 손등에 내려앉아 차가운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것처럼, 내 눈물만 남기고 이젠 가버린 사람이 괜시리 생각나서 기껏 괜찮다고 생각하던 가슴에 또 이렇게 구멍을 뻥 뚫어놓는건지. 차라리 이렇게 아픈거 모른채로 그저그냥 외롭다, 외롭다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놈이 외롭다, 외롭다 농담처럼 웃으며 얘기할때가 좋았는데. 진짜 외로운게 뭔지도 모를때가 지금이랑 비교하면 훨씬 행복했을텐데. 눈송이 하나에 이렇게 가슴이 무거워지는데. 닿으면 녹아없어지는 눈송이 하나에. 녹아 남는다고 해도 물방울져 흘러떨어지는, 결국은 무게하나 남지 않을 이 눈송이 하나때문에. 눈이 오는게 그렇게도 즐거운지 쌍팔년도 영화에나 나올법한 시츄에이션을 펼치는 저 커플이 마냥 부럽고 가슴아픈건 내가 못누려본걸 누리는 저 둘이 누려서 질투가 나는건지. 그러면서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저 두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내가 멍청한건지. 오지랖이 넓은건지. 달은 이미 바다밑으로 사라지고 조금씩 밝아지는데 밝아지는 만큼 왜 어두워지는것같은지 모르겠다. 아아. 가슴이 무거워져 마신 시원한 맥주한잔이 답답한건 없애줬는데 왜 더 가슴이 무거워지는건지. 언제나처럼 맥주한잔이면 답답함에서 해방되고 조금 날카롭게 정신을 갈아세울줄 알았는데. 오늘이 마지막 아르바이트 날이다. 오늘은 마지막 아르바이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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