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계단을 내려가는데 봄바람이 나를 스치려 한다.
그냥 그렇게 스쳐가려 하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봄바람의 손을 잡았다
조금은 따스한 그리고 조금씩 시원한
얄싸스런 꽃향기와 싱그런 풀 내음을 간직한 그녀를
이대로 지나치게 두면 못 만나고 후회할듯 싶어서
그렇게 스쳐지나가려던 봄바람의 손목을 잡았다
조금만 나의 곁에 있어달라고
나는 지나가려던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나즈막히 말했다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내게 안겼다
이 포근하고 미친듯이 향긋한.. 곁에만 있어도 평온한 봄바람을
말 없이 안고 또 안겨 있었다
그녀는 날 마주한채 내 얼굴을 그 보드라운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나랑 함께 있어달라고
그녀가 눈웃음을 그리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9초동안의 입맞춤, 영원할것 같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은 시간 9초
그녀가 내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뗐을 때 나를 안던 팔을 더 세게 잡더니 꿈결에나 실을 법한 목소리로 내게 무언가 속삭인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끝나자 내가 안고 있던 그녀가 정말로 바람이 되어 사라져갔다.
나 홀로 그 겨울의 언덕 위에 서 있을 때 그녀가 한 마디를 속삭이고 떠나갔다.
이렇게 스치듯 안녕,
그리고 다시 만나게될때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