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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세월호)
게시물ID :
comics_5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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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절대안생겨요
추천 :
11
조회수 :
68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2/25 14: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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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Xsg8
웹툰, 그 중에서도 네이버 웹툰을 즐겨보는 나는 매주 챙겨보는 웹툰과 그렇지 않은 웹툰이 있다. 후자의 웹툰 중 하나가 바로 이
닥터 프로스트. 그 이유는 닥터 프로스트가 에피소드형 웹툰이기 때문인데, 한 에피소드가 모두 나왔을 때 몰아보는 것이 스토리에 더 몰입하기 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려 13화로 구성된 이번 최장 에피소드를 나는 이제서야 보게 되었고 매화를 눈물과 함께 읽어나갔다. 이번 에피소드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기에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내 감정을 정리하고자 한다.
케이블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닥터프로스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먼저 닥터프로스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웹툰의 주인공인 프로스트 박사는 젊은 나이에 용강대 심리학과 교수로 임용된 엘리트 중 엘리트이다. 어렸을 적 사고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지만 시즌1, 2 에피소드의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점차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이후의 스토리를 다룬 것이 바로 지금의 시즌3이다.
에피소드의 첫 화에서 다루는 소재가 '세월호'임을 암시했을 때 사실 소름이 돋았었다. 민감한 소재일뿐만아니라 작품을 통해 세월호에 대해 다루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봐왔던 작가님의 준비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주목을 받기 위해 이 소재를 선택한 것이라면 작품 전체를 깎아내릴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비판도 감수해야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역시 작가님의 스토리텔링 실력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호 사건이 보여주는 정부의 무능력함이나 선장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 주로 비판을 했지 생존자들이 느꼈을 고통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생존자와 실종자를 위해 내가 한 것이라고는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았던 수준에 불과했고 생존자들이 세월호 방송을 보고 충격으로 바닥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느낀다거나 물을 보면 무서워서 샤워를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식의 고충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이번 에피소드 환자인 '연식'이의 상황에 충격을 먹은걸지도 모르겠다.
(연식이의 과거 회상 中 왼쪽이 이번 에피소드의 환자인 연식, 오른쪽이 그의 친구 지수)
너무나도 평범했던 그 둘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시방에 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야자를 빼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하루종일 뚱해있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랬던 그 친구들이 그 날을 기점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힘들지만 의미가 없어보이는 지겨운 싸움의 연속.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연식이를 두고 부모님은 참담한 사건이 벌어진 그곳에서 남은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정부와 유가족, 생존자 가족들의 싸움이었지만 사실 진정한 싸움은 그들 내부의 갈등이나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그 자신들과의 싸움이었을지 모른다.
세월호와 함께 물 속에 잠겨야만 했던 그 학생들은 그저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을 뿐이었다. 가만히 대기하라는 내용의 방송이 배 전체에 울려퍼졌고 선체가 기운 정도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기에 함께 있던 친구들은 두려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서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며 두려운 마음을 달랬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구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뉴스, 신문 등 다양한 언론의 공격과 사건 피해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난. 그 모든 것들을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겪으면서 기댈 곳 하나 없이 그들은 죄책감을 가져야했다. 친구들을 버리고 혼자 나왔다는 죄책감.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힘들었다. 사건은 아직도 진행중에 있고 세월호는 지금도 가라앉고 있지만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나는 프로스트 교수처럼 "고생했다"라고 말해주고싶다. 너희들은 충분히 고생했다.
생존자들에게는 유가족들이, 유가족들에게는 생존자들이 또다른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이성적으로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 그런 말을 듣고, 그런 행동을 보면 상대방이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무조건 이해하라는 말이 오히려 새로운 상처가 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방도 결국 상처입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지금도 이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만 잊어버리라는 사람들과 끝까지 잊지 말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프로스트 교수의 말처럼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그냥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관심 갖겠지만 지나친 관심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것. 훗날 다시 그 상처를 직면할 수 있을만큼 괜찮아졌을 때, 그 상처를 두 눈으로 직시하고 넘어설 수 있을만큼 강해질 것이다.
글을 쓰면서 최대한 글을 읽고 나서 다시 웹툰을 보아도 지장을 받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실제로는 '죄책감'을 중심으로 연식이와 프로스트 교수의 비슷한 상황을 골고루 풀어나가지만 에피소드 중심의 글을 쓰기위해 철저히 연식이 위주로 편집하였으며 따라서 이 에피소드가 '닥터 프로스트' 작품 전체를 전개해나가는데 있어서 뜬금없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많아도 필력이 부족하여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자신이 약간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에피소드 전체 흐름을 훑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내용을 담아내신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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