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00일을 맞아 중 3딸에게 인터뷰 제의를 했다. “현 시국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냐?”고. 딸과의 대화이므로 평상시 말투를 가능한 그대로 옮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인터뷰 비를 대신하는 4,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놓고 탁자에 둘러 앉아 잠시 학교 얘기를 하다 지금 시국에 대해서 “뭐가 문제인지 아냐?”고 부터 물었다.
“소고기, 촛불 시위, 시위대 연행하는 거, 이명박 맘대로 하는 거, 물가상승, 장관이 능력이 없어, 기업 위주의 정책, 영어 몰입교육 어이없어, 0교시 초등학생 7교시 한다고 난리치고 이상해, 자사고 100개 이런 거”라고 거침없이 쏟아 내는 딸에게 놀라 하나씩 물었다.
자사고 100개는 왜? 뭐가 문제야 자사고 100개를 만들면, 많아지니까 공부 조금만 하는 애들은 자사고 가려고 할 거고 그럼 사교육비가 많이 들자나, 자사고는 다 선행을 요구하니까
영어 몰입교육은 어떻게 생각해 안 좋아. 영어만 배워서, 안 그래도 영어 때문에 미치겠는데 학교에서 그러면 학원에서 더 많이 배워야 하고 영어 못하는 애는 바보 되고....
너는 영어 잘하자나? 내가 잘하는 거하고 뭔 상관이야!
초등생 7교시나 0교시 수업은 어떻게 생각해? 그거 진짜 어이없어, 이명박 0교시 7교시 해보라고 해, 자기는 일찍 일어나면 다야, 안 그래도 애들 졸려 죽겠는데, 0교시 수업하면 효율 그런 거 하나도 없고 쓸데없는 짓이야. 그리고 너무 대학입시 위주로 공부하는 거 맘에 안 들어, 중학교 때부터...
입시 위주 교육이 아니면 어떤 교육을 받고 싶어 제대로 된, 대학을 최종 목표로 정하는 게 아니라 중학교에서 애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인간성 그런 거 좀 길게 더 길게....
기업위주 정책은 어떤 때 그런 걸 느꼈어 어제 뉴스 보면서... 그냥 대기업 위주의 그런 정책만 하니까 중소기업도 망하고 자영업도 망하고.... 경쟁력이 떨어지자나 상대적으로... 대기업은 안 그래도 잘 사는데, 막 못사는 사람 더 괴롭히는 거 같아
물가상승은? 너는 별로 못 느끼자나? 느껴! 과자 값 엄청 올랐어, 빵 값도 오르고 모든 게 다 올랐어, 아이스크림도 500원 짜리가 없어 700원이야
장관능력 없음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장관들이 업무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인맥 같은 걸로 장관하자나, 청문회 때도 그렇고
이명박 맘대로 하는 건 뭘 보고 그렇게 생각 한 거야? 촛불 시위를 며칠을 했는데 자기 맘대로 ‘재협상 없다.’ 그러고, 대운하도 국민의 대부분이 반대하는데 자기 맘대로 추진하려고 그러고 지 맘대로야, 적어도 의견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없어.
이런 거 학교에서 친구들도 많이 얘기해? 너하고 다른 의견 얘기하는 친구는 없어? 다 비슷해 다른 얘기하는 친구 있긴 있는데, 이명박하고 광우병 얘기할 때 “어쩔 수 없자나” 이러면 애들이 뭐라고 해
그런 친구들 많아? 나는 한 명 밖에 못 봤어 대부분은 이명박도 싫어하고 시위도 가고 싶어 하고 그래
소고기에 대해서는 광우병은 어떻게 생각해? 광우병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고 말이 안 돼, 30개월 이상 소는 광우병 확률이 20개월보다 높아서 미국인들은 먹지도 않는데 우리한테 판다는 거 아냐.
시위대 연행하는 건 왜 문제야? 그건 완전히 독재야, 80년대도 아니고 시위하는데 왜 잡아가, 왜 때려, 내가 내 주장을 펼치는데 왜 잡아가, 자기가 맘대로 협상해 놓고 어이없어
법 위반이라고 얘기하자나 집시법? 그런 시위가 법을 위반한다는 게 이상해, 그런 법은 만들지 말았어야 해.
‘악법도 법’이라 자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악법은 법이 아니야, 악법은 도움이 안 되는 법이야, 고치라고 요구해야지, 요구를 하면서 안 하겠다고 해야지.
소고기, 촛불시위 이런 걸 보면서 뭐 하고 싶은 얘기 있어?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해서 이명박을 탄핵시켰으면 좋겠어.
갓난아이의 ‘백일; 찬치와 단군신화의 ‘백일’ 모두 ‘이제 사람이 되었다.’ 또는 ‘사람구실을 한다.’는 의미다. 그럼 이명박 정부의 100일은 어떤 의미일까? 취임 백일을 맞아 ‘국민과 대화’를 한다는데 이명박 정부의 소통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정부다운 정부 구실을 하려나?
중 3인 딸과의 대화에서 내가 확인한건 그녀가 정치적 백일을 넘겼다는 거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어린 ‘이’가 아닌 사람이 되었다는 거다. 정치적 백일을 넘긴 수많은 딸/아들들의 눈부신 성장을 나는 앞으로 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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