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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입장은 인간의 기질에서 결정된다.
게시물ID : phil_55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픽ㅎ
추천 : 1
조회수 : 64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5/03 02:04:31


또 퍼옵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cid=276&docId=997754&mobile&categoryId=1111



일반적으로 철학자들은 다양한 철학 이론들이 자신의 기질과는 무관한 이성적 사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임스에 따르면 인간의 기질은 그 어떤 다른 요소보다도 철학 경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한 근거에 기반하여 철학적 사유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기질이 어떻게 해서든 그 철학자의 주장에 유리한 증거를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질이 딱딱한 사람들은 추상적 원리보다는 구체적 사실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기질이 감상적인 사람들은 구체적 사실을 넘어선 추상적 원리를 추구하게 된다.

제임스는 이처럼 딱딱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경심파라고 부르고, 반대로 무른 기질을 지닌 사람들을 연심파라고 명명한다. 전자는 대체로 사실을 중시하는 경험론자로서 감각을 중시하며 실재론적이고 비관적이며, 비종교적, 숙명론적, 다원론적, 회의론적 경향을 띤다. 반대로 연심파의 사람들은 원리를 중시하는 합리론자(이성주의자)로서 주지적이고 관념론적이며, 낙관적, 종교적, 자유의지적, 일원론적, 독단론적 경향을 띤다.

심정적으로 제임스의 실용주의는 경심파와 연심파 중에서 경심파 측에 경도되는 듯하다. 연심파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추상적 원리 또는 절대적 실재란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것을 '겨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특정한 사실에 붙인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 실용주의자는 유명론을 수용한다. 또, 우리에게 경험되는 현상적 사실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도 실용주의자는 경심파의 주장을 수용한다. 합리론은 순수하기는 하나 비현실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주의는 일반적인 경심파 철학, 가령 실증주의적 경험론과 달리 추상적인 것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심파와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실용주의는 가령 추상적인 것들이 특수한 것들을 잘 처리하고 어떤 목적에 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추상을 반대하지 않는다. 만약 종교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가져다 준다면, 그 역시 배제할 필요가 없다. 실용주의는 비록 전형적인 경심파 철학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생활에 가치있는 것이라면 모두 수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용주의의 입장은 경심파와 연심파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울지 모르나 철학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매우 획기적인 입장이 될 수 있다. 경심파가 사실을 중시하는 태도를 지녔다면 연심파는 원리와 가치를 중시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이러한 두 측면을 모두 중시하는 철학적 태도를 요구한다. 그런 면에서 실용주의는 가장 현실적인 철학적 견해일 수 있다는 것이 실용주의자 제임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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