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쪼말도 그렇고 저같은 브론즈 심해어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유저가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떨어집니다.

포킹메타, 한타형 조합 이런 포지션말고요. 왜 미드에 누커가 서고, 탑에는 딜탱이 서고, 정글은 왜하고, 원딜과 서폿은 왜 바텀에서 서는지..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보편적으로 남들이 그런 전략을 쓰니까 그냥 따라 쓰는 경우가 많고, 아예 정석처럼 굳어졌죠. 때문에 브론즈나 일반겜에서는 봇파괴 조합이 정말 잘먹힙니다. 그런 포지션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고, 어떤 상성과 관계가 성립되는지 가슴에 닿지가 않기때문이죠. 시간도 남는겸 설명이나 하고 싶습니다.

시즌 1로 거슬러올라가보죠. 당시에는 서폿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개념이었죠.

로머가 한명(정글링도 안하고 완전히 급습만 하는 챔프) 탑에는 딜탱, 정글러가 한명, 미드에 원딜이 서고.. 바텀에는 누가 섰는지 잘 기억이 안납니다. 서포터는 그 역할 자체가 없다 시피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에는 미드에 원딜이 서다보니 그렇게 짧은 라인에서 하드 세이빙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베이비시팅이라고 해서, 본인은 미니언을 전부 헌납하고 원딜에게 몰아주는 플레이도 적었으니까요.

로머는 현재의 정글러와, 미드라이너의 로밍을 섞은듯한 포지션으로, 정글링도, 미니언 섭취도 전혀 하지않고 온전히 라인간을 이동하며 혼선을 주는데 전력했습니다. 이렇게 들으면 경험치를 먹기가 불리하므로 정말 비효율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지금도 여러 라이너들이 라인커버를 부탁하곤 하잖아요? 그런 개념인겁니다. 게다가 정글러가 둘이나 되니까 적은 큰 부담을 가지게 되는거죠. 당시 정글몹은 지금이랑 개념이 달라서 리메이크 전까지 고인취급이었던 트런들이나 요즘은 거의 안쓰이는 우디르처럼 정말 깡체력이 아니면 정글링하다 맞아죽기 쉽상이었으니까요. 

다만 이런 과거 전략의 문제점은 말그대로 강한 라이너를 라인에 보내서 그냥 단순히 상대를 찍어누른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조합보다는 개개인의 라인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정작 게임마다 성장폭이나 역할이 마구 뒤바뀌는 난장판이 열리기도 했기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걸 완벽히 카운터 친게 현재의 EU스타일입니다.

어느 경기였는진 기억이 안납니다만, 미드에 누커가, 탑에 딜탱이, 정글에 유틸성 탱커가, 그리고 원딜 서폿이 바텀에 서는 형식의 포지션은, 미드라이너가 로머의 역할을 충실히 할수 있으면서도 강한 성장력으로 후반 폭딜도 가능했고, 무엇보다 순간딜러인 누커는 지속딜러인 원딜에게 아주 강하기 때문에, 미드에서 둘이 만난다면 기동성면이나, 딜면이나 누커가 앞설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시에 아군 원딜은 서폿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후 EU스타일의 첫 등장으로 적을 완전히 관광태우는게 공공연히 비춰지자 수많은 유저들은 '뭐 저런 정신나간 빌드가 있나'싶은 심정에 EU스타일을 플레이 하기 시작하고, 이게 상당히 안정적인 포지셔닝이라는게 밝혀집니다.

포탑간 거리가 멀고, 라인이 긴 탑솔러는 기동력과 탱성능이 뛰어난 딜탱이 서기 적합하고, 미드는 강한 순간 폭딜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탑,바텀 라인에 로밍이 가능하고, 바텀은 서포터의 와딩으로 중반까지 용을 안전하게 지킬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재 유저들은 주입식교육마냥, EU스타일이 아니면 승리를 할수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고, 정작 탑티모가 상성이 극심하다는건 알아도, 왜 극심한건지는 이해를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EU스타일은 가장 무난한 빌드이고, 현메타에선 가장 뛰어난 빌드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포지션을 짜는게 과연 제대로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