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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1부 9화-1부 完
게시물ID : pony_55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5
조회수 : 65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03 20:27:45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1부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약간은 요란스러웠던 밤이 지났다.

크리살리스는 그 일 이후 피곤하여 잠에 빠져들었고, 왕은 남은 서무 처리를 로덴부레트에게 인계하느라 진땀을 뺐다. 휴브리스는 출정전의 시간을 어떻게 할지 몰라 성안을 돌아다니다가 밤을 지새버렸다. 사티로스는 곧 있을 살육을 기대하며 술을 삼켰다. 펠롭스는 어떻게든 전쟁을 멈추고 싶어 안달이었다.

끌려간 청년들은 앞으로 있을 끔찍한 살육을 예견하며 밤을 떨었다. 어린 여동생들은 곧 돌아온다는 오빠의 말을 곱씹으며 눈물을 찔끔거렸고 어머니는 자식의 걱정에 밤자리를 설쳤다. 누이는 떠난 남동생들의 빈자리가 익숙치 않아 계속해 대답도 없는 남동생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딸들은 밤 새 우는 어미를 달래며 아버지를 걱정해보았다.

그리고 이 많은 시름들이 계속될 날들을 가늠해보았다. 

시름 많은 밤이 지나고 어느새 새벽, 잠이 짧은 장교들은 이미 병사들을 재촉해 사열을 마친 상황이었고 왕이 사열대로 들어선다. 사열식마다 입고 있었던 화려한 의복이 아닌, 견고한 갑옷을 입고.

밤새 식은 공기는 병사들의 이성을 차게 날을 세우게 한다. 번뜩이는 병사들의 안광을 맞으며 체인질링의 위대한 왕 루데셉툰은 거침없이 고함을 지른다.

“체인질링의 아들들아!!!”

왕의 고함에 병사들 또한 마주 고함친다. 그에 덩달아 어젯밤에 갓 징발된 병사들도 악에 받쳐 고함친다. 공포가 고함에 물들고 곧 다수의 괴성은 희열과 광분의 함성이 되어 사열장을 울렸다.

“체인질링의 아들들아, 병사들아, 구원자들아, 용사들아! 구국의 영웅들이 될 자들아!!!”

연호될수록 병사들의 괴성 또한 커져만 갔다. 스스로가 소리를 치는지도 잊을 정도로 열광이 젖어들 무렵, 루데셉툰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홀(笏) 대신 검을 뽑아들었다.

“이 검 앞에 저 무지하고도 무례한, 천하의 개자식들의 몸을 바쳐라! 찢어발길 육신을 내놔라! 적들을 역사와 나라에게 목숨을 바치게 하라!”

쿵, 쿵, 쿵, 쿵.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체인질링들은 병장기들을 땅에 두드렸다. 장군들이, 장교들이, 부사관들이, 병사들이, 노예들이, 귀족들이, 만인이 병장기를 땅에 두드리는 모습은 차라리 희열이었다. 그 장렬한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여인들도 덩달아 희열에 빠진다. 잠시만 휘몰아칠 것만 같던 흥분은 이제 모두를 집어삼켰다.

그 희열의 혼란 속에서 왕마저 검으로 땅을 두드릴 즈음에, 한명의 사내만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 1왕자, 휴브리스. 빗나간 화살을 이름으로 가진 그는 암울하게 그 형상들을 바라보았다.

저, 곧, 죽을 자들.

갈기갈기 찢겨져 땅에 내동댕이쳐지고는 결국 들짐승과 날짐승의 먹이가 될 자들, 저, 맥없이, 죽을 자들. 그리고, 그리고......

그걸 부추기는 자신들.

휴브리스는 끔찍한 기분에 휩쌓였다. 결코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외쳐라, 너희들은 누구냐!”

그 말에 번뜩, 저도 모르게 휴브리스는 외친다.

“휴브리스! 체인질링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자!”

자신의 선창과 함께, 갖가지 악에 받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티로스! 저 잘나빠진 포니들의 모가지를 딸 놈이외다!” “슈발탄, 적들을 섬멸할 자입니다!” “지외드의 아들, 윅슨! 포니들을 쳐 죽이고 오겠습니다!” “엑소나 모론토스, 적들의 입을 침묵하게 하겠나이다.” “쉔 모르드나, 그들의 아구창에 칼을 쑤셔박을 자다!”

함성들이 악다구니가 되어 연병장을 휘몰아쳤고 휴브리스는 몸을 떨었다. 자신이 함성을 외쳤다는 것에 대해 놀라서가 아니었다. 함성을 외칠 때 자신이 분명 희열을 느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출정식과 홀인계식 -분명 섭정은 로덴부레트였지만 정통적인 성주는 크리살리스였기에 그녀가 홀을 인계했다-  은 거창하지도, 소박하지도 않게 진행되었고 어느새 각적(角笛)이 울렸다. 거대한 각적은 그 위용만으로도 병사들의 기를 살리는 데엔 충분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철컹거리는 군장들이 길을 울렸다. 체인질링의 군대는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들어서는 장으로 진군한다. 전쟁과, 혹한과, 살육이 난무할 장으로.














//

1부 완결.


다음 주에 2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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