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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라) 고등학생 때 평화나라 무개념 엿 먹였던 ssul
게시물ID : soda_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다왕자님
추천 : 15
조회수 : 3057회
댓글수 : 78개
등록시간 : 2015/08/17 19:29:32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였을 때 겪은 황당하고도 어이가 없지만 사이다 먹인 것 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사건이네요.
 
고등학생 시절 저는 IT기기에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이어폰과 음질 좋은 mp3(소니a865,a845 같은...)나 이어폰, 헤드폰들을 사기도 했었고요.
 
아이패드 시리즈, 해외 스마트폰 시리즈, 갤럭시 시리즈, 소니 mp3 등등 약 100여가지를 중고나라에서 사고 팔며 사용해봤던 것 같네요.
 
이렇게 중고나라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비매너 분들도 많이 만났고, 사기 대처법 등등 여러 노하우들이 쌓여져갔죠.
 
 
당시 노트3를 사용하고 있던 저는 갑자기 아이폰5s가 너무나 쓰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 가격 방어가 너무나 잘되는 애플 탓에 노트3 보다 아이폰5s가 중고가가 더 많이 나갔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밑져야 본전이고 제 노트3가 상태도 좋고 구성품도 많았기에 아이폰5s와 교환을 희망한다는 글을 중고나라에 게시하였습니다.
 
 
운 좋게도 약 2시간 후에 교환을 희망한다는 연락이 왔고 인천에 사신다길래 강남에서(고속버스) 직거래로 교환하자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강남까지 약 한시간 거리지만 '아이폰5s를 드디어 써보는구나!' 라는 기대에 부풀어 약속시간 6시에 정확히 도착하였습니다.
 
그 분은 40분을 지각했지만 인천에서 올라오셨고 아이폰5s에 미쳐있던 저는 넓은 아량으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딱 첫 인상이 '아, 좀 노는 애구나' 싶더군요.
 
재수생이라는데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검정 나시티, 왼쪽 팔에 문신, 귀걸이 그리고 사라져있는 옆머리.(참 자세히도 봤었네요...)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아이폰5s 상태가 너무나도 좋았고 구매한지 얼마 안되어 리퍼기간도 빵빵했거든요.
 
 
 
사건은 5일 뒤 발생합니다.
 
아이폰5s와 노트3는 유심칩 크기가 다릅니다.
 
저는 인터넷에 유심 자르는 법을 검색해서 잘라썻지만 그 친구 같은 경우는 새로 유심을 사야지 핸드폰을(노트3) 사용할 수 있었죠.
 
그 친구한테서 연락이 이렇게 오더군요 
 
"오늘 유심을 샀는데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다보니 통신사 전상망에서 문제가 생겨서 내가 쓰던 아이폰5s에 유심을 잠시 끼우고  세팅을 해야합니다. 제가 사는 곳 까지 갈테니 번거로우시겠지만 잠시만 만날 수 있을까요?"
 
라고요.
 
저는 아이폰은 처음이고 외산폰이라 저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그럼요. 제가 학원이 있어서 저녁 8시경 가능하신가요?" 라고 호구 짓을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8시에 이번엔 지각 안하고 친구 한명 껴서 오더군요. 담배 한대 뻑뻑 펴대며.
 
인사를 나누고 야외 카페 테이블에 앉아서 아이폰5s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잠시 세팅할 동안 노트3로 인터넷하고 있으라며 건네주었고요.
 
자기 유심을 끼고 만지작 만지작 거리더니
 
"아 잠시만요. 배가 너무 아파서 역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정말 죄송해요." 라고 하더군요.
 
 
 
 
네. 그렇게 그는 사라졌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설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닐거야 하며 약 한시간 30분을 기다렸네요.
 
인천에서 왔으니 이 동네는 처음일테니 길 잃었나 걱정돼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도 보고요.
 
그 친구가 제 유심까지 가져가버린 탓에 저는 연락 수단이 없었습니다.
 
2시간 가까이 되니 그제서야 '당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진짜 저도 참 호구였네요 ㅠㅠ) 그 친구 번호라도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노트3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도 그 호구같은 놈이 폰을 초기화를 안시켜놔서 친구들이랑 주고 받은 연락처들이 몇개 있더군요.
 
근처 대리점에 들어가서 인상 좋으신 아저씨께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리니 "아유 어서 여기 이거 써" 하시며 자기 핸드폰을 건네주셨습니다.ㅠㅠ
 
이 핸드폰으로 마음이 급했던 저는 약 그친구의 친구 약 8명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허나 30분이 지나도 연락 한통 안오더군요.
 
그 때 한명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고 다행이 번호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번호를 얻고 집을 가면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 전화는 여성분이 받으셨는데 퉁명스러운 말투로 저희 담당아니니 어느 부서에 연락하라며 번호 주며 끊더군요;(어느 부서인지, 무슨 번호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두번째로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저희 집으로 경찰을 보내주겠다며 상담해보라고 하시더군요.(이때 정말 당황했습니다. 경찰분이 직접 집에 오신다고 하셔서...어머니에게 엄청 혼나겠다는 걱정도 컸고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너무 급했던 저는 엄마에게 "엄마 너무 미안한데 조금이따가 경찰오면 상황 알게 될거야" 하며 집 전화로 사기친 놈에게 수십번을 전화해보고 엄마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봤지만 모두 씹힘...
 
그렇게 애태우다가 경찰 두분이 도착하셨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인자한 인상의 경찰아저씨 한 분과 젊어보이는 한 분이 오셨는데 나이 조금 있으신 경찰 분께서 저를 진정시켜주시고 진지하게 얘기들어주시고 종이에다가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처신해나가야할지에 대해 꼼꼼히 적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네요.
 
젊으신 분께서는 가만히 얘기를 들으시며 메모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연락을 모두 안받고 있다하니 그 친구의 번호와 이름을 적어가시더군요.
 
 
그렇게 경찰분이 나가시고 그 친구에게 "지금 경찰분 오셔서 얘기나눴고 계속 연락을 씹든말든 알아서하고 마지막으로 연락한다. 내일 아침에 사건 접수 할 것이니 경찰서에서 보자." 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오더군요.
 
그 친구의 어머니셨습니다.(제가 호구짓 할 동안 집에 아주 잘 도착했나봅니다 ㅡㅡ)
 
어머니(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우리 아들이 벌벌 떨며 울고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아줌마에게 설명 좀 해주겠니?"
 
설명해드리니 아주머니가 아드님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당장 사과하라고 하시며 바꿔주더군요.(너 미쳤니?  빨간줄그어지고 싶어? 대략 이런...)
 
사기꾼 : 정말 죄송합니다
 
나 : 죄송? 지금 그 쪽 때문에 제가 몇시간동안 쩔쩔맸는지 아세요? 됐고요, 경찰서에서 봅시다.
 
사기꾼 : 정말 죄송합니다. 노트3에 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던 조그마한 기스가 나 있고 아이폰이 더 저랑 맞는 것 같아 이런 짓을 저질렀습니다.
 
나 : 그 때 직거래 한 이유가 뭐죠? 서로 상태 꼼꼼히 보자고 제가 먼저 말씀드렸던걸로 기억하는데요? 본인 입으로 상태 너무 좋다면서 가져가시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지금 보니 노트3에 찍힘있던데 이건 도보에 떨어뜨렸을 때 생기는 찍힘인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사기꾼 : 할 말이 없습니다. 근데 노트3가 그 쪽 손에 있는데 무슨 죄로 신고하실건지요  -> 여기서 환장...
 
나: 저기요. 직거래로 물건 교환한 이상 소유권도 넘어가는 거예요. 제가 중고나라에서 이 짓 1,2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즉 노트3의 소유권은 당신이고요 아이폰5s의 소유권은 저라고요. 그리고 경찰분들이랑 상담했다고 말씀드렸을텐데요?
아, 그리고 제 유심도 가져가셨던데 이거 도둑질인건 아시죠?
 
사기꾼 :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 : 됐고요 말이 안통하는 것 같으니 어머니 바꿔주세요.
 
어머니 : 학생 진짜 미안해요. 진짜로... 어떻게 해주면 학생 분이 풀리겠어요?
 
나 :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입니다. 아드님 말하는거보니 아직 정신 못차린 것 같은데요?
 
어머니 : 아이고 학생 제발 그러지 말아줘요. 다 제 탓이예요. 제가 다 보상해줄게요.
 
나 : 재수생이라더니 이런 짓 하고다닐 정도로 시간 많은가보네요.
 
어머니 : 재수생 아니예요. 고3이예요. 그러니 제발 한번만 봐줘요. 아줌마가 다 보상해줄게요.
 
그렇습니다... 나이 속인 거였습니다...
 
나 : 어떻게 뭘 보상해줄건데요?
 
어머니 : 아줌마가 내일 직접 가서 폰 돌려주고 돈 50만원 줄게요.
 
잘사는 편은 아니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돈 뜯어낼 생각 1도 없었고, 경찰에 신고해도 합의 안해줄 생각이였는데 돈 먹고 그만하자 이런 식으로 받아져서 더 화가 나더군요.
 
저희 어머니도 상대편 어머니가 너무 사정사정 하시고 울먹거리시니 더 이상 일 크게 벌리지 말자며 제안을 받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나 : 아드님이 직접 오셔서 저랑 얘기나눠야 할 것 같네요.
 
어머니 : 우리 아들이 인천이라 내일 학교 끝나고 학원도 있고..무엇보다 지금 너무 힘들어해요. 토도하고..학생 그냥 내가 학생 사는 곳까지 갈게요
 
나 : 아들분 직접 안오시면 어머니 오셔도 저 그냥 경찰서 갈거예요. 이 일은 그 댁 아드님하고 저와의 문제지 저와 아줌마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어머니 : 아이고 아이고..알았어요 학생 너무 미안하고 경찰서에 제발 신고만은 하지 말아줘요. 내일 아줌마랑 아들이랑 찾아갈게요.
 
 
 
바로 다음 날 아주머니랑 아들분 찾아오셨고 저희 동네가 번화가라 사람도 많았는데 아주머니 우시고 사기꾼도 울고...
 
사기꾼이 고개숙이고 울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폰도 돌려받고 유심도 돌려받았습니다.
 
50만원은 죗값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좋은 곳에 쓰겠다고하며 받았습니다.
 
 
50만원은 예전에 봉사하러 자주 갔었던 집 근처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했습니다.
 
 
그 때도 참 감사했지만 지금 글을 쓰다보니 대리점 아저씨와 경찰 아저씨 두 분께 너무나 감사하네요.
 
두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결하기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중고 아니 평화나라 무개념들 진짜 많습니다.
 
몇년동안 이용해온 저는 참 세상 별난 사람들 다 모여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네요 ㅋㅋㅋㅋ
 
모두 중고나라 이용하실 때 꼭! 사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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