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옆에 위치한, 인구 천만의 작은 나라다. 우리 교민도 백여 명 남짓하다.
이 나라가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한국에 송출하기로 했다는 얘기는 지난 달 말 영국 국영방송 BBC의 보도로 시작됐다. 냐사타임즈 등 말라위 현지 언론들은 노동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관련 계획을 추진 중이며 남성 200명과 여성 160명이 출국준비를 위해 여권 작업 중에 있다는 구체적 사실도 언급했다.
우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말라위는 한국이 노동자를 받기로 약속한 나라가 아니다.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이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도 인력송출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었다. 외교부는 BBC 방송 직후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말라위 측에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렇다면 저 멀리 말라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제는 선거였다. 내년 선거에서 연임을 노린 반다이 대통령이 친하게 지내는 현지 한국인의 말만 믿고 "한국에 인력을 송출하기로 했다"며 홍보를 하고 다닌 것이었다.
여기에 말라위 야당이 "노동조건이 열악한 한국에 말라위 청년들을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관련 이슈는 현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영국 BBC 보도도 말라위의 여야 정쟁을 따라가다 이뤄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말라위 정쟁에 한국이 졸지에 '노동 후진국'으로 비쳐지게 됐다"며 "한국에서는 '안그래도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정부가 이럴 수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쏟아져서 난감하다"고 했다.
말라위 정부와 여당은 아직까지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하겠느냐"며 10만 인력 송출은 사실이라고 버티고 있다. 외교부 문성환 아프리카 과장은 "말라위는 인도주의적 원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나라"라면서 "우리 정부가 유감을 밝혔는데도 계속 선거에 한국을 이용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편,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한국인 사업가는 1년 전쯤 사업 차 말라위에 갔다가 여성인 반다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가 됐다고 한다. '명예영사'를 자처하면서 말라위로 가는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10만 송출설'은 이 사업가가 전남 무안군과 영농기술 교류에 대한 MOU를 체결하면서 "장차 인력송출까지 이어진다"고 과장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문덕호 아프리카중동국 국장은 "한국은 원칙적으로 '명예영사'라는 제도를 활용하지지 않는다"라며 "한국대사관이 없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영사를 자처하는 분들 중에는 제대로 된 기업인이 아닌 경우도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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