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글을 읽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해졌다. 자신감이 해 아래 작은 눈사람처럼 녹아 없어진다. 갑자기 내가 쓰는 글에 관한 온갖 질문이 생겨난다. 재미없고 평범하고 부족하고 약하기만 하다. 이번에 되지 않는다면 무너질까 겁이 난다. 실패해도 괜찮을 거라고, 다시 하면 된다고 웃어넘겼지만 사실 내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다. 울고 불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리고 관두겠다고, 조용히 다짐할지도 모른다. 여태 내가 꺼내왔던 말과 써왔던 문장과 해왔던 약속을 전부 거짓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슬프고 화가 나고 아팠던 기억을 몽땅 아무렇지도 않은 기억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정말 잘 쓰고 싶다. 무섭다. 이제 곧 새벽 여섯 시인데. 눈을 감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