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시청 앞에 집회 나갔다 말 많은 추모회를 보았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부터 내내 들리는 말이라곤 "누구누구, 가족을 찾습니다. 누구누구, 가족을 찾습니다." 하는 공허한 울림 뿐이었습니다. 고작해야 경찰의 울타리 안에는 수십명 모여 있더군요. 피곤한지 절하다 말다 하는 사람들 너머로는 둥그런 뭔지 모를 조명탑 같은 것이, 조명을 감싼 비닐도 제거 안하고 덩그라니 서 있었습니다. 절하는 정면 뒤로는 누가 담배도 피고 있더군요.
제사로 비유하면 상주가 절하는 병풍 뒤에서 담배 피워대고 있는 격이었습니다. 참 잘하는 짓입니다.
위패라고 별 수 있습니까.
사진만 보셔도 알만하실겁니다. 앞쪽에는 나름 멋있게 배열해 두다가, 뒤로 가자 사태의 상황을 아셨나 봅니다. "자리가 모자란데요." 라고. 뒤쪽에는 무슨 아파트마냥 다닥다닥 위패 (...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합판에 종이 오려서 풀로 붙인 물건) 을 모셔 놨더군요.
최고는 -_-
세지도 않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자 사진에서 동그라미친 위패가 넘어 지시더군요.
"밤새 만들었습니다." 라고 자랑하던데. 즉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들었다고 티 내는지, 보아하니 못질한 자국도 안 보이더군요. 스테플러(호치케스)로 찍어서-_- 고정시킨거 같았습니다. 참 성스러운 위패입니다. 그나마도 고정이 안되서 저 위패는 2번 더 넘어졌고, 그리고 슬쩍 치우더군요.
행사랍시고 진행하는 건 제단에서 절해대는 두명과 녹음기마냥 끝없이 사람들 이름만 바꿔가며 가족을 찾습니다, 라고 해대는 사회자 뿐. 중간에 어떤 개연성도 없이 갑자기 꽃을 늘어 놓더군요. 그 전까진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하거나 어슬렁거리거나 담배피워 대더군요. 위령제에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걸 잊었군요. 그걸 사진으로 찍는걸 깜빡한게 원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목숨이라도 걸고 100% 사실--- 아니 이럴 필요도 없죠.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테니까.
경찰이 만든 폴리스 라인의 안쪽,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는 위폐가 한 줄 더 있었습니다. 아래쪽 그림 처럼.
예, 광장의 잔디 가장자리를 둘러 싸듯이. < 둥 글 게 > 위폐로 < 포 위 해 > 놓았습니다.
왜입니까.
왜 위폐 한줄은 특별히 그렇게 해 놓았습니까.
장난합니까. 시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이유 하나, 그 이외의 이유를 저는 생각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도 '이 공간이 비어 있어서' 니 순수한 목적의 위령제니 라고 우길 생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