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잔기침 소리에도 싸립문을 열고 나오실 엄마의 잠자리는 편안하신지. 꽃 사슴 다섯 마리중 젤 이쁜 새끼 얼만큼 자랐을까? '뿔 자르는데 녹혈 마시러올래? 박서방네도 온다는데...' 말끝을 흐리시던 엄마. '내가 힘쓸데가 어딨다고...싫어!' 언제 한번 나긋나긋 해 지려는지 엄마의 뒷뜰엔 사슴이랑/백구랑/염소랑/닭이랑/...꽃들 손에 기를기 돌지 않는데도 꽃이면 꽃 열매면 열매 짐승이면 짐승 어찌 그리 탐스럽게 기르고 가꾸시는지 그 손, 그 얼굴 그 목소리 그리워라/그리워라/그리워라 부산살 때 기차타고 열시간 넘는 길을 달려가면서 기차 바람가르는 소리보다 더 빠르게 마음이 달렸었는데 팔자 땜 하느라 짝지잃은 년, 귀밑머리 허여니 청승스레 앉아 있는 꼴 뵈드리기 싫어 기차표를 물렸다. 아시리라. 그저 '와라'가 아닌 '올래?' 넌즈시 물으시면서 너 좋아하는 송이버섯 구워줄께 '안가!' 엄마? 약발이 넘 약했어. 엄마... 그냥 생각 해 볼께라던가 아님 알았다고 해도 되련만 이제 부산보다 더 가까운 경기도에 살면서도 달려 안기지 못하는군요. 엄마... 멀리서 기차 소리 들리는 듯 하다. 가만 가만 마음 싣고 떠나는 새벽기차. ㅡ2005 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