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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할머니가 겪은 6.25 썰
게시물ID : military_23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러시안룰렛
추천 : 6
조회수 : 45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06 15:24:15

필자가 초등학교때 외할머니한테 들었던 썰임

일단 여자친구도 돈도 없으므로 음슴체

 

우리 외할머니는 6.25가 터지기 전에 북한의 강원도에 사심.

외할머니네 가족은 대지주라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손녀였음.

 

어느날 갑자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땅문서를 태우셨다 함.

책 뒤져보니까 49년도에 북한에서 시행한 토지개혁 때문인듯.

그리고 1년 뒤에 전쟁이 터짐.

 

워낙 부자라 정리할것도 많아서 다른 마을 사람들이 피난가서 마을이 텅텅 비었을 쯤에야 출발을 하심.

남한으로 가는 길을 몰라 길잡이를 고용했는데

몰래 피난가다가 인민군한테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낮에는 숨죽여 이동하거나 밤에 다녔다 함.

그러다 고라니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기겁을 하고..

 

그렇게 남한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은 더 밑으로 떠난 후라 어느 마을이든 빈 집 뿐이었다 함.

그래도 사람들이 급하게 피난가느라 먹을거를 두고가(된장, 간장, 김치) 꽤 큰 빈집에 들어가 잠시 지내심.

그러고 또 먹을게 떨어지면 남쪽으로 이동.

 

서울에 도착하고 미아리 고개인가 어느 고개를 지나가심.

근데 길 한복판에 만두 속 고기처럼 시뻘건 형체가 길에 깔려있었다 함.

소문으로는 패전을 거듭하다가 꼭지가 돌아버린 국군 장교가 달려오는 인민군 탱크를 들이받아서 그렇게 됬다고 함.

그리고 길 양옆으로 국군 시체가 즐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등짝이 터져나갔다 함.

나같으면 멘붕왔을 것 같은데 어린나이여서 뭔지 모르셔서 그랬는지 아님 산전수전 다 겪으셔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그땐 벼 감흥이 없으셨다 함.

 

계속 남쪽으로 향하다 한강이 나왔는데 이미 다리는 끊어진 상황,

피난민들은 뱃사공을 사서 밤에 인민군 몰래 강을 건넘.

그러는 도중에 갓난애기를 데리고 탄 여자가 있었는데, 애기가 울어보채자 사람들은 애기를 잠재우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으니 강물에 던졌다 함.

여자도 애기 따라 강물에 뛰어내리려는거 사람들이 겨우 말리고...

 

그렇게 강을 건너고 서울 남쪽에 집을 구해서 방공호를 짓고 잠깐 사셨는데

어느날 북한군이 포격을 가함.

근데 그날의 충격이 심하셨는지 그 포격 소리가 생생하다고 하심.

영화를 보면 대포를 꽝 쏘면 쉬이익 하다가 펑 하고 터지는데 그게 아니라

어디서 꿍 하는 소리가 들리면 머리 위에서 또르르르,, 하고 방울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다가 어느 순간 꽝 하고 터진다 함.

여튼 그렇게 그 마을은 인민군한테 점령되고 인민군은 마을 가운데에 있는 야산에 기지를 만듬.

 

그리고 어느날 하늘을 보니 미군 정찰기가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는걸 목격하심.

사람들은 그걸 쌕쌕이라고 불렀는데 그 정찰기가 사라지고 얼마 뒤 전투기 편대가 날아오더니

인민군의 기지가 있는 야산에 기관포를 갈겼다 함.

그렇게 벌짚이 되도록 두드리다가 미군들이 도착했는데 야산엔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산 밑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두고 미군들이 시체들을 거기로 던졌다 함.

 

여튼 그 일이 있고 몇 달 뒤에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 뒤에 할머니는 전쟁 고아인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심.

 

 

워낙 옛날에 들은 얘기라 시간 순서도 엉망이고 빼먹은 부분이 있을듯..

그리고 우리 할머니는 전생에 판소리꾼이었나 말을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디테일하게 잘하셔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손주놈은 필력이 딸려서 이정도밖에는 못쓰겠음..

레알 태극기 휘날리며 뺨침.

영화 제작사들 우리 할머니 안데려가고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듬.

 

여튼

할머니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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