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도에 태어난 나는 살면서 기억하고 있는 참사의 그날이 많은 것 같다.
삼풍백화점 붕괴라던지.. 성수대교라던지.. 대구지하철..
세월호
하지만 세월호만큼 오래도록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참사는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은 3년이 지나 그 자리를 가보면 이미 수습이 다 되어 흔적조차 발견하기 힘들었으니까.
3년전의 오늘 나는 회사 식당앞을 지나며 '세월호' 라는 제주도를 가던 배가 침몰했고 전원 구조 라는 오보를 봤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오보였다는 것을, 신나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 그리고 같이 타고있던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하나 둘 수습되고 남은 게 9분이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일으켰고, 상관없는 사람들이 죽었고, 상관없는 사람들이 유가족이 되었지만
마음 한켠에 치우지 못할 바윗덩어리 하나 모셔두고 살아온게 1000일이 벌써 지나 3년이 되었다.
다른 참사때는 잠시나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커다란 바위가 되어 그 크기조차 변하지 않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진흙투성이인 모습이나마 세월호가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을때 그 바위가 조금이나마 깎여 나갈 수 있었을까..
세월호의 마지막 9분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 마음속 바위를 치울 수 있을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그 바위가 사라질까..
이 모든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마음껏 공부하고 놀고 사랑을 나누고 취미생활을 했었을 그 청춘들의 가능성
누군가의 아빠 엄마로써 생계를 책임지던 사람들이 앞으로 펼쳐 나갔을 미래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