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남동생 때문에 어릴 때부터 쭉 괴로워요.
게시물ID : gomin_5526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ma
추천 : 2
조회수 : 21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1/19 02:08:20

 94년생 여성이고, 남동생과는 6살 차이입니다. 

아버지가 집안 장남이시고, 저는 집안 아이들 중에 최고 연장자입니다. 

꽤 가부장적인 느낌이 큰 집안이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제가 태어났을때 내색은 안 하셔도 꽤 실망하셨던 모양입니다. 

집안의 첫 단추를 끼워 줄 아이가 장손이 될 남자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그래도 유일한 어린애였기 때문에 제 기억상으로 그때까지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당연히 동생은 온 집안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때 전 일곱살, 동생을 잘 키워야 해서 저는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외갓집에 맡겨졌습니다. 

집에서 버스로 30분밖에 안 걸리는 곳이고 할머니도 정말 잘해주셨지만, 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나 봅니다.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제가 거기 있었던 기간은 고작 몇 달인데, 저는 한 2~3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당시 일기를 보면 '엄마가 보고 싶고 집에도 가고 싶지만, 참지 뭐! 동생이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이런 느낌의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저는 동생과 저의 집안 내의 위치 차이를 느꼈나 봅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고, 동생은 계속 관심 속에서 자랐습니다. 집안 권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듯한 아버지가 동생을 가장 예뻐했습니다. 

엄마가 하루 없던 날, 동생이랑 티격거렸을 때 어디서 동생한테 난리냐, 하고 눈 오는 날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땐 별로 심각하게 생각 안 했고, 쫓겨난 그 길로 바로 친구들 불러서 눈사람 만들고 놀았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서럽기도 하네요. 


저는 점점 강하게 자랐습니다. 독립심이 강해서 부모님 품을 빨리 벗어났습니다. 책임감이 무척 강하고 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 무책임하거나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의 지나친 사랑을 받고 자라서일까요? 동생은 점점 제가 싫어하는 인간상에 가까워졌고, 저는 동생이 싫어졌습니다. 질풍노도의 중학생 시절, 동생이 컴퓨터를 고장내서 사진이 없어졌단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던 일이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제가 참 잘못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 꽤 뚱뚱했습니다. 160cm에 46kg. 많은 체중은 아니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 아니라서 살집이 꽤 있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친척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왜 그렇게 살이 쪘냐, 하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하하하, 좀 빼야 되는데 말이죠ㅜㅜ 하고 넘어가려는데 동생이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동생은 많이 왜소합니다. 키도 작고 몸무게는 더더 작습니다. 나는 운동을 하면 더 날씬해질까봐 못하겠는데, 누나는 운동 좀 해야 되겠다. 일가 친척이 다 모인 자리에서 동생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좀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요. 그때부터 동생은 조금 거만한 성격이 되었던 듯 합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동생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성적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교육계열 종사자이시기 때문에, 성적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학교 때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저는 상위 2%에는 들었고, 동생은 중간 정도였습니다. 집안에서의 서열은 그대로였지만, 조금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늘 동생만 예뻐하고 저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으셨던 아버지, 여전했지만 술에 거나하게 취하시면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 귀찮을 정도로 공부 잘하냐, 무슨 대학 가고 싶니, 그 정도 대학이면 진짜 가겠다, 대학 갈 나이 되면 입시 자료 다 긁어와서 갖다 줄게, 하고 말을 걸고, 동생의 잘못을 혼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제2외국어의 관심이 많아진 저는 중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딕플 전자사전 대신 카시오 전자사전이 가지고 싶어졌고,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셨을 때 슬쩍 말을 꺼냈습니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전자사전 값을 주시면서, 딕플은 동생한테 물려주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봐도 불공평한 이런 게 이루어질 정도였으니, 동생이 비뚤어질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은 비뚤어졌습니다. 조금만 일이 잘못되어도 어머니를 때리며 울면서 떼를 썼습니다. 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초등학교 5,6학년이 되어서도 그런 행동을 계속하자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동생한테 훈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나한테 훈계를 받는 것이 기분나쁜지, 동생은 적대심을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집안에서 늘 동생보다 서열이 낮은 위치에 있다 보니, 학교에서 성격이 점점 비정상적일 정도로 책임의식만 강해졌습니다. 조별 과제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 모든 일을 떠맡았습니다. 제가 속한 집단에 무슨 일이 잘못되면, 꼭 다 제 탓인 것 같아서 모두에게 사과하고, 총대를 매서 해결하려 들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를 칭찬하기도 했지만, 불쌍해하거나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성향이 너무 강해진 저는 곧 가벼운 정신 질환을 얻었고, 얼마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동생은 왕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순한 동네라, 구타나 언어폭력은 없지만, 동생은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서 말을 하면 친구들이 잘 들어주지 않아서, 말을 잘 안 하고 소심해졌다고 합니다. 집에서 하던대로의 거만한 행동을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봅니다. 동생의 자존심을 올려주기 위해서 운동, 기수련까지 시켰지만, 하려는 의지가 없어 제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곧 중학생이 되는 동생이 얼마 전에 사소한 잘못을 했습니다. 자기가 떠 먹던 국그릇의 버섯을 먹기 싫다고 다시 냄비에 넣었습니다. 저는 니가 먹던 걸 그렇게 하면 남들이 어떻게 먹으라고 그래, 혼을 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않으셨지만, 어머니가 저를 따로 불러 혼을 냈습니다. 동생은 니가 혼낼 수 있는 아이가 아냐, 동생이 이렇게 된건 다 니가 기가 너무 세기 때문이야. 동생이 아무리 잘못해도 넌 혼낼 자격 절대 없어, 하고. 저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 가서도 그렇게 맨날 책임감 느끼고 총대 메면, 사람들이 저를 호구 취급할 거라고, 좀더 제가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그 말을 어머니에게 전했습니다. 동생을 훈계했을 때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때가 왔다고 생각해, 제 억울한 점을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까지 동생 때문에 힘들었으니까, 나만 참아야 하고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그랬더니 어머니는 저를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냥 어쩔 수 없다, 네가 나가는 수밖에 없겠네, 하고 말했습니다. 


쫓겨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미 집에서 먼 대학에 합격했고, 제 안정적인 자취 생활을 뒷받침해줄만한 경제적 형편이 되기 때문에 이미 저의 독립은 결정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금 충격이었고, 지금도 많이 서럽네요. 


사실 저는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 꿈입니다. 심리학과에 갈 생각이에요. 그런데 동생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너무 슬프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순한 아이들만 있는 동네라고 해도, 중학생이 되어도 계속 그런 태도라면 동생은 더 심한 왕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진들한테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든 부모님과 동생의 마음을 바꿔놓고 싶습니다. 


쓰다 보니까 점점 길어졌네요. 다 읽어주신 분은 정말정말 착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ㅠ

그냥 밤에 잠도 안오는 김에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 해 봤습니다 ㅠ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