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와 비슷한 글을 읽었는데 이게 저에게도 일어나네요...
답답하고 힘이들어 글을 남깁니다
저희는 800일 넘게 사귄 이제 이십대 중반에 접어드는 커플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가깝게 지내는 모임이 있습니다. 남자 3~4명 여자 2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소에도 몇번 모여서 밥이나 술 마시는 자리를 갖기도 하고 두번정도 1박으로 여행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저번 연말에는 모임멤버 + 각자의 친구들을 한명씩 데려와 '친구를 소개한다' 를 주제로 망년회도 하더군요 .
제가 그 모임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 모임에서 자꾸 썸씽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여자친구 말고 한명 더 있는 여자를 다른 남자애가 좋아하고 실제로 고백까지 했던 적도 있었고
또다른 남자 한명은 (A라고 하겠습니다) 예전에 제 여자친구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여자친구 말로는 지금은 전혀 그런 감정이 없답니다. A가 지금은 자기 말고 모임의 다른 여자애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더군요
(예전부터 이 A 때문에 몇번이나 다툰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말에 모였던 망년회를 멤버로 다시 새로운 카톡방이 개설되고 이번일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월요일날 여자친구가 갑자기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 모임에서 제주도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여자친구 이야기로는 망년회때 처음 보게 된 멤버의 친구를 자기 친구가 좋아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답니다.
어디 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제주도.
몇일 다녀오냐고 물었습니다.
2박 3일 정도로...?
누구 누구 가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친구와 썸씽 있는 남자애(누군지 잘 모릅니다), A,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다른 남자애 한명.
여자애들은 모임의 여자 멤버 둘 + 여자친구의 친구.
이렇게 남녀 3:3 으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데... 어찌 기분이 좋을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그 모임의 여행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강원도 쪽으로 2:2? 3:3 정도로 1박으로 한번 다녀온적이 있었고
지난 여름에는 1박으로 바닷가에 남녀 2:2로 놀러가려다가 일정이 틀어져 찜질방에서 하루동안 놀고 왔습니다.
그때에도 왜 굳이 그렇게 짝 맞춰 놀러 가냐고 기분나쁘다고 했다가 오히려 여자친구가 화내서 제가 되려 사과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곳도 아닌 제주도로 2박 3일이라니.. 그것도 남녀 3:3 으로...
렌터카도 빌려서 놀러 다닌다고 하고... 펜션 잡아서 2박 3일 묵는다고 하네요.
기분이 많이 안좋아져서 별다른 말을 안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잘못했다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내가 왜 화나는지 몰라? 이번일이 처음은 아니잖아'
자기도 다 이해한답니다. 화내지 말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계속 미안하다고 애들한테 못가는 쪽으로 이야기 하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알겠다고 그러면서 전화 끊으려 하는데
'저기....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건데.. 정말 안돼?'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금의 여지는 남겨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차분해지면 보내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루정도만 더 생각해보고 알려줄께' 라고 말하고 끊었습니다.
다음날 가만히 생각해보아도 마음은 갈팡질팡..
안보내주면 시무룩하고 삐지고 성질낼걸 생각하니 보내주어야 할것 같기도 하면서
보내주면 제가 속이 썩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물어봅니다. 가도 되냐고
'그래 다녀와...'
라고 말하고 계속 생각해보아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습니다.
30분 정도 후에 다시 전화해서 '계속 생각해 보는데 도저히 힘들겠어...'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래..? 알겠어 애들한테는 잘 이야기할께..'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통화.
여자친구가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오빠... 여행가는거... 안되겠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가면 제 마음만 타들어가고 힘들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되겠다고 너 거기 가는거 나 싫어. 안갔으면 좋겠어. 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한동안 아무말도 없습니다.
왜 아무말도 없냐니까 '지금 끊으면 이제 제주도 못가는거잖아' 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니까 렌트카 + 항공권 패키지로 예약하는 거라서 오늘 아니면 영영 못간답니다.
그럼 안가면 되는거지 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조금씩 이상한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허락해 주셨는데 왜 오빠가 안된다고 그래?'
'내 자유를 박탈 당한것 같아.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안된다고 할꺼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니 답답해져'
'나는 친구도 많이 중요해. 오빠가 조금 더 중요하니까 이렇게 허락받으려는 거잖아.' (이말로 속으로 충격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협박조로 나오더군요.
'오빠 많이 미워지려고 그래'
'오빠 나 못가게 하고 나중에 내가 짜증 많이 부릴텐데 괜찮겠어?'
참다 참다 안되겠어서 '가고싶으면 멋대로 해' 라고 하고 끊어버렸습니다.
다음날은 전화 안하고 그 다음날 전화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분명하게 이야기했는데 안가겠다고 나올 줄 알았습니다.
전화했더니 보류해두었답니다. (전화한날 저녁까지 신청해야 한다는 거라더니?)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오빠가 생각을 조금만 바꿔주면 안되냐고 하더군요.
자기 가고싶다고...
도대체 첫날에 나한테 미안하다고 한건 뭐냐니까 그건 가고싶은 마음이 절반정도라서 그랬답니다.
지금은 꼭 가고싶답니다.
안가면 안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차라리 나랑 나중에 제주도 가자. 그러니까
'오빠랑 가면 개인당 60만원은 드는데 얘네들이랑 가면 한사람당 20만원 이내에서 끊을 수 있다.'
'우리가 개인당 60씩 모아서 가려면 앞으로 몇년은 있어야 갈 수 있겠지'
'얘네들 열정적으로 계획 짜고 있어서 재미있을거 같다. 보람찬 여행이 될거다'
나는 지금도 할 말은 한가지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너 가는거 싫어. 안갔으면 좋겠다. 내가 할 말은 이말밖에 없다.
그래도 가야겠다고 하네요.
자기가 다녀오는 전후로 해서 오빠한테 잘 해주면 될거 아니냐고. 자기가 잘 하겠답니다.
제주도 가서도 자주 연락하고 그러겠다고 하면서..
화가나서 화를내다가 결국은 여자친구가 이런말까지 합니다.
'오빠가 가지 말라고 해도 나는 갈거야'
이말까지 듣는순간 어떤말을 해도 안통하겠구나... 싶습니다.
허탈하게 웃다가 말했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알면서 그러는건지 아닌건지...
좋다고 금새 패키지 예약까지 신청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의 상황입니다..
저 여자친구한테 이렇게 고집부린적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에 고집부리다가 결국엔 다 져주었습니다.
이정도까지 말하면 안갈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헛수고... 전혀 아니었네요.
도대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바보처럼 그저 가는걸 보내주어야 하는건지..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너무 허탈하고 힘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