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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총 도난 사건 겪은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23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펑키맨
추천 : 5
조회수 : 9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08 15:04:54

음..... 전역한지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계속 생각나는 잊지 못할 사건이 있어서 한번 써봅니다.

 

9x년도 수기사에서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시간도 오래 됐고 하니 말해도 괜찮을것 같아서...

 

제가 1명 말호봉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저희 내무반에서 상병때 말뚝을 박은 하사 한 분이 당직사관을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점호때 총기 수를 확인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밤새 근무하기 지루했는지 총기고에서 직접 총을 모두 세어봤답니다.

 

으악....그랬더니 놀라운 사실이.... 파견나온 공군대장 K5 권총 한정이 분실...ㅡ,.ㅡ 고장이 나서 수리하려고 계속 총기함 안에만 보관중이었답니다.

 

바로 비상이 걸리고 전병력 소집...

 

부대 내에서 해결하려고 모든 간부들이 나서서 감언이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다 필요 없고 총만 다시 돌려주면 없던 것으로 하겠다."

 

"아무데나 던져놓고 쪽지 한장만 어따가 좀 넣어놔라"

 

 

통할리가 없지요. 협박 들어갑니다.

 

"총은 한번 잊어먹으면 죽을때까지 공소시효 없이 전 병력 1:1 감시 들어간다..."

 

"총 잊어먹고 못찾은거 못봤다. 10년, 20년이 지나도 꼭 발각되니 숨길 생각 말아라..."

 

"총 찾을때까지 제대도 못한다.." 등등....

 

 

그러면서 전 병력이 모여서 부대 곳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본부대장은 어쩔수 없이 헌병에 연락합니다. 바로 나오더군요.

 

이때부터 우리는 아침 점호 끝나면 모여서 하루 두세번씩 쪽지를 씁니다. 누가 의심이 가는지 무조건 이름을 적어내라는 겁니다.

 

안적어 낸다고 뭐라 하지는 않지만 일단 이름부터 적으랍니다. 점심 먹고 모여서 쓰고, 저녁먹고 모여서 씁니다.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한 명씩 방송으로 호명되고 어딘가로 끌려갔다 옵니다.

 

갔다온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들어가자마자 일단 뚜드려 패고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영문도 모르고 맞다가 아니라고 말하면 또 맞고.... 죽어라 맞다가 아니다... 싶으면 일단 가있으라고 하고 다음 사람을 부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수사를....ㅡ,.ㅡ

 

부대 분위기는 완전 전쟁터입니다. 서로 의심하고, 언제 끌려가서 죽도록 맞을지 모르고.... 무슨 포로수용소 같은 곳에서 학대받는 느낌....

 

 

저희는 일과 시간 내내 부대를 1열 횡대로 서서 여기 저기 다 들쑤시고 다니는게 일이었습니다. 모이고 쓰고, 밥먹고, 총찾고... 그래도 10시엔 취침을 시켜주더군요.

 

 

3일째가 되니 헌병감이 뜹니다. 이젠 일이 정말로 커져서 전 사단에 알려지고 수색대 정찰대원까지 저희 부대원 말고도 모두 200명 넘는 지원병력이 저희 부대를 쑥대받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뭐든지 다 까보고, 열어보고, 파보고...

 

입대 전에 총 잊어먹으면 어떻게 찾는지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모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걸 봤네요.

 

1. 총이 들어갈만한, 또는 묻혔을만한 모든 곳 쑤셔보기(연병장부터 전병력이 원모양으로 퍼지면서 부대 주위 야산까지 모두 30cm 간격으로 대검으로 찔러봅니다.)

2. 지붕, 바닥 모두 뜯어서 확인(진짜 지붕 완전히 뜯고 들어갑니다..ㅡ,.ㅡ)

3. 정화조 똥물 모두 퍼내고,(수세식, 퍼세식 모두...) 각종 하수도 맨홀 모두 들어내고 수색대 투입해서 확인....

4. 부대 내에 있던 연병장 반 크기의 연못물 모두 빼고 전병력 1열로 서서 바닥 손으로 훑어보기.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말조개는 첨봤습니다.)

5. 흙으로된 모든 곳 다 파보기(야산까지 모두입니다.ㅠㅠ)

 

기타 등등 별 희한한 곳을 다 쑤셔봤습니다. 그러면서 수색대, 정찰대 넘들은 부대 내에 짱박혀 있던 라면, 소주... 이런거 귀신같이 다 찾아서 쓸어갑니다.. 나쁜 쉐리들..ㅠ 물론 이 기간동안은 면회, 외박, 휴가 , 전화 모두 금지...ㅠ 위에서 얘기했던 쪽지는 계속 씁니다. 사람들은 계속 끌려가고.... 계속 두드려 맞고....

 

제일 많이 맞았던 사람은 저희 내무반 상병이었는데, 절도 관련된 전과 비스므리한게 있었답니다. 기소된 흔적이나 뭐 이런거겠지요.

 

매일 그런 지옥같은 생활이 일주일이 넘었나....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에 본부대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총을 찾았다고 방송을 하자 전 부대원들이 자다 말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탄약고에서 근무하고 있던 애들도 같이 소리를 질렀답니다...

 

범인은.... 공군대장의 총을 매일 수불하던 공군 파견병... 제일 가까운데 있는 사람이 범인인데 그걸 못잡고...

 

범인을 색출하는데 가장 큰 공은 어이없게도 쪽지였답니다.

 

200명에 가까운 두뇌들이 계속 머리를 써가며, 의심을 해 가며 추리를 해서 쪽지를 쓰다보니 한 곳으로 집중되는 의견이 있었답니다.

 

당연히 근자소행이 아니겠느냐, 총 당번병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일부러 예의주시하면서 안심하도록 주의를 다른 곳으로 계속 돌렸던것 같습니다.

 

범인넘은 병장 말호봉으로 말년휴가를 떠나는 날 새벽에 헌병이 내무반에 들이닥쳐서 자고 있는걸 일단 제압하고, 그넘 물건을 모두 뒤져봤는데 당연히 없더랍니다.

 

거의 포기해갈 즈음, 헌병 수사관 한 명이 통기타를 들어보니 이상하게 묵직해서 바로 뽀개봤더니 기타 맨 안쪽 깊숙히 붙여놓았었다더군요.

 

하루만 더 늦었으면 그넘은 휴가 나가서 총 숨기고... 저희는 제대할 때까지 고생하고... 나쁜..ㅡ,.ㅡ

 

더 위험했던건, 이상하게도 파견나왔던 그넘은 면회,외박,휴가 금지에 해당되지 않았었다네요.

 

총을 가져간 날부터 일주일이나 뒤에 분실된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동안 당직사관들은(병장들 포함)  1명 열외 없이 2주간 군기교육대.

 

발견했던 제 선임 하사는 휴가 및 포상.

 

지나고 나니 그냥 헤프닝 같이 느껴지지만, 제대하고도 5-6년간은 그 생각만 나면 항상 몸서리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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