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먹었던 육개장순대국이 생각나요. 국물 한 입 먹자마자 아, 라면스프 맛이다. 했지만 가끔은 그런 자극적이고 익숙한 조미료 맛이 좋아요. 얼큰하고 간이 딱 되어 있는, 인위적이지만 깊은 맛 밖에서 밥을 잘 안 사먹기 때문에 굶고 있다가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먹었어요. 밥도 싹싹 다 먹음.
바람이 차서 뜨끈한 국물이 땡겼어요.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그 전에는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용도 평화롭고 좌석도 편해서 편안하게 봤어요. 가까이 있는 사람의 향수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서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변태는 아닌데..)
그리고 어제는 거의 1년 만에 노래방을 갔어요. 노래방을 워낙 안 가는 편이에요. 노래를 안 해서. 전에 친구가 쫄라서 갔다가 거의 두 시간을 그 친구 혼자 부르기도 했었어요. 물론 그래도 괜찮다는 친구였어요. 그은데 어제는 글쎄, 제가 노래를 다섯곡이나 불렀습니다.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를 처음으로 불러봤어요. 불러보니 이 노래가 더 마음에 들어요.
맥주도 마셨어요. 두 캔 마시니 또 취해서 알딸딸하니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습니다.
술이 깼는데 슬픔이 밀려와요. 갑자기 두려워졌어요. 좋았는데, 내 사람들에게 고맙고 든든했는데, 무서워요. 이것도 취함의 연장선일까요?
주절주절,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요. 여기서라도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요.
나는 행복한데 행복하지 않고, 괜찮은데 괜찮지 않아요. 다들 그런거겠죠. 다들 괜찮은 척 살아가는거니까.. 이럴 땐 내가 아직 어리구나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