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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민주주의는 가라" 홍콩도심 메운 분노의 물결
게시물ID : sisa_5537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1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09/30 22:06:48
http://media.daum.net/foreign/china/newsview?newsid=20140930203012128&RIGHT_REPLY=R14

[한겨레]르포 홍콩 '우산 혁명' 시위현장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 요구


주말 강경진압에 분노 확산

땅거미가 내리자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늘 밤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얼굴에선 긴장감도 흘렀다. 홍콩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도심 점거 시위 사흘째인 30일 저녁 홍콩 금융중심가 센트럴은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 중국 건국기념일인 10월1일 국경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경찰이 다시 최루탄 등을 쏘며 강경진압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모은 것 같았다. 오후부터 삼삼오오 모이더니 어느 틈엔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중학생인 프랜시스 쳉(15)과 클레멘트 청(16)은 티셔츠에 노란 리본을 달고 우산을 든 채 시위에 나왔다. 이들은 "우리는 많은 이들과 함께 있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오늘 여기서 밤을 새울 것"이라고 말했다. 쳉은 "생각해 봐요. 만일 결혼을 하려는데, 부모가 성격 나쁜 사람, 지저분한 사람 등 미리 3명을 정해놓고 이 중에서 선택하라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첫 직선제 선거 후보자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하겠다는 8월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결정에 대한 비판이다. 청은 "애초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틀 전 일요일에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내가 참가하지 않으면 동료들이 다치고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에서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많은 시위대가 세월호 노란 리본과 똑같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희망의 상징이다.

센트럴 거리 곳곳에는 "평화, 이성, 공민 보통선거 쟁취" "학생들은 폭도가 아니다" "렁춘잉(현 홍콩 행정장관) 물러나라" "우리는 완전한 보통선거를 요구한다" "우리는 가짜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쓰인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쓰인 대자보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안싸우면 후세가 고통"…서로 격려하며 "쟈여우!"

금융중심가 센트럴 수만명 빼곡
"평화·이성·공민 보통선거 쟁취"
거리 곳곳 플래카드 걸려
시민들 음식·텐트 등 가져다 줘
홍콩 당국 '지연 전술' 비판


집회와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힘내라" 하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중국 당국의 비민주적 통치 정책에 대한 분노와 함께, 희망과 열망, 축제 같은 연대가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1989년 봄 민주와 정의를 요구하던 시위대로 가득했던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연상시킨다.

시위대에는 특히 지난 일요일 경찰의 최루탄 발사 등 강경 진압에 자극받아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 회사원이라는 렉시 쩡은 "난 '센트럴을 점령하라'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한 것을 보고 분노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시위대한테 최루액을 뿌리고 최루탄을 쏜 경찰이 여론을 악화시키자, 홍콩 당국은 29일 경찰을 철수시킨 상태다. 거리 곳곳에는 시위대가 경찰 진입에 대비하려고 세워놓은 바리케이드들이 줄지어 있다.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위를 상징하듯 곳곳에서 우산이 눈에 띄었다. 경찰이 뿌리는 최루액을 젊은이들이 우산으로 막아서는 모습은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키는 이번 시위의 상징적 풍경이 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쌓아둔 물병과 과일, 비옷, 수건, 마스크, 텐트 등을 서로에게 건넨다. 시위대한테 '해산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당국에 맞서 시위대도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센트럴 공민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학생들에게 물과 휴지, 수건 등을 건네는 한 자원봉사자는 "이 물품들은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시민들이 찾아와서 '뭐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묻고 필요한 것을 직접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이날 성명을 내 "홍콩 당국은 진정한 보통선거권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이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길 바라면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렁춘잉 현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렁춘잉 행정장관은 이날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인 행동이 중앙정부의 결정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도심 점거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는 크게 4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금융가인 센트럴, 쇼핑가인 코즈웨이베이, 그리고 인구밀집지역인 주룽(카우룬)반도의 몽콕 등이다. 센트럴과 완차이를 잇는 홍콩섬의 메인 8차선 도로는 경찰의 통제로 차량이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저녁 퇴근시간부터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채우고 밤샘 시위를 이어간다. 아침이면 상당수가 집이나 직장으로 향하지만, 많은 이들이 거리에 남아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

시위대의 주축은 젊은 학생들이다. 이날도 한낮에 36도까지 오르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센트럴에 있는 공민광장에서 대학생 수천명이 오후부터 집회를 열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홍콩 과기대에 다니는 왕아무개(21)는 "우리는 완전한 자유 보통선거를 원한다. 우리가 지금 싸우지 않으면 우리 후배 세대들이 고통을 물려받는다. 이런 일이 나중에 되풀이돼선 안 된다. 공권력이 두렵지만 함께라서 견뎌낸다. 힘내자"라고 말했다. 시위 참가 학생들은 검은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밤샘 시위 때 발생한 쓰레기를 직접 치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시위대를 "가장 예의바른 시위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날도 도심 점거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의 21개 은행 31개 지점이 휴업했다. 또 센트럴 등지의 유치원과 학교도 휴업을 이어갔다. 센트럴을 점령하라 등은 국경절인 10월1일에도 흩어지지 말고 점거 시위를 계속 이어가자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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