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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펌) 대한민국 의료보험의 현실
게시물ID : humorbest_5538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난두부가좋다
추천 : 57
조회수 : 4423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29 00:31:41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0/28 21:27:12

마지막에 깨알같은 4대강 반대


진짜 22조를 의료보험에 쏟았으면 전국민 무상의료 하고도 남았을거같네요 ㅡㅡ


실력있는 의사들이 외과, 산부인과를 기피하다보니


강원도에선 1~2시간 차타고 가지 않으면 분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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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체계에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사실 뿌리부터 잘못되어있다. 시작부터 비뚤어져있었고 비뚤어진채로 50년에 달하는 세월을 기형적이다시피한 수익구조로 유지되어왔거든. 문제의 발단은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다. 이 당시 대한민국은 종전 후 10년 남짓. 아주 매우 당연히 의료보험비 따위를 낼 수 있는 국민이 있을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료보험법은 강행제정됐다. 왜? 북한에서 전 인민을 대상으로 무상의료를 제공한다는 발표를 냈고, 박통이 이걸 듣고 매우 빡이 났거든. 북한에 질 순 없잖아? 

사회보험시스템에서 돈을 붓는 사람들은 낸 돈보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기대값이 적다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에 직면한다. 때문에 사회보험, 특히 의료보험의 대부분은 국가 주도 강제 가입으로 진행된다. 대한민국도 현재 이 시스템을 따라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맨 처음 성립할때의 대한민국 일반 국민들은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의료보험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정부는 의사협회를 찔렀다. 니들 수가 내려. 니들 지금까지 돈 많이 벌었잖아. 경제 사정 나아지면 수가 올려 줄게. 정부의 이 요청에 의사협회가 대놓고 개길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물론 의사협회만 찔린 건 아니다. 보험 보장 수준도 지금보다 많이 낮았고 대기업 사원들이 첫빠따로 의료보험에 강제 가입되면서 돈을 뜯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데, 경제 사정이 나아진다고 수가를 올리면 유권자들이 좋아할까? 퍽이나. 그래서 의료수가는 지금껏 정상화되질 못했다. 내 알기로 1차 진료 병원이 환자 1인당 받는 돈은 내 기억으로 십년 너머 만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십년 전의 물가와 지금 물가를 비교해보면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인도보다 저렴한 수가를 받으면서도 의사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리베이트 때문이었다. 의약분업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병원들은 환자에게 직접 처방약을 조제해줬고 같은 약이라도 어떤 약을 쓰느냐는 의사가 직접 결정했다. 그러면 제약회사들은 당연히 의사를 꼬실 수밖에 없겠지? 자기네 약좀 팔아달라고, 넓게 보면 판촉활동의 일환일 뿐이지만 확실히 보기 안좋은 일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걸 용인하고 있었다. 왜? 의료수가 자체가 저모양 저꼴인걸 자기들도 알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게 자기들 잘못인것도 알고 있었거든. 그거 까면 의사들은 거의 백퍼 무너지고, 그러면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장기적으로 붕괴할거거든. 근데 이걸 2000년에 정권이 까 버렸다. 의약분업의 폭풍이 휘몰아친거지. 

환자보다는 제약회사 덕분으로 살아가던 의사들은 당연히 빡쳤다. 그러니까 정권이 무리수를 뒀다. 리베이트의 존재가 언론에 퍼졌다. 의사들은 아주 나쁜 놈이 됐다. 

2000년도에 1차진료병원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할것 없이 전부 파업해서 거리로 나왔던 걸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철밥통을 자랑하는 교수들까지 전부 의업을 때려쳤다. 왜? 정부가 자기들을 정말로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너무나도 폐쇄적인 집단이었고, 폐쇄적인 집단의 말을 들어줄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베이트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 몫 했다. 의사들은 그래서 지금까지도 돈만 밝히는 속물로 심심하면 인터넷에서 까이고 있다. 


그래서 현실은 어떤가? 정말로 병원의 수입은 보험공단에서 받아오는 '수가' 밖에 없어졌다. 근데 이 '수가' 란 걸로 병원 돌리려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반적 동네병원의 경우 하루 오십명 이상은 진료를 봐야 한다. 오십명도 사실 많이 낮게 잡은 거고 보통 백에서 백오십을 말한다. 그러면 의사들이 환자를 성심성의껏 볼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하루에 백명의 환자를 일주일에 5일 하고 반나절동안 계속 성심성의껏 고민하면서 진료해 줄 수 있겠는가?

대학병원의 경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그래도 동네 병원은 환자 한명에 투자되는 인풋이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수술방 돌리면서 보통 수술 하나당 교수 한명에 레지던트 두셋, 인턴 얼마간과 간호사 서넛에 마취과 의사까지 투입해야하는 대학병원의 경우 저 인도의 삼분의 일 수준 수가는 정말로 치명타가 된다. 서너시간동안 땀 삐질 흘리면서 위에 있는 슬관절 치환술 돌리고 받은 50만원을 위에 적힌 {교수 한명에 레지던트 두셋, 인턴~~~~~~~~~~~~~~ 마취과 의사까지 } 가 나눠먹는다고 생각해보라. 이익은 커녕 인건비도 안나온다. 시설비는 뽑힐지 궁금하네. 

바로 이 모양 이 꼴이기 때문에 흉부외과나 신경외과를 위시한 각종 외과와 응급의학과 등의 정작 생명과 직결되는 과들에는 의사가 없다. 의사들이 편한 것만 좋아해서? 아니. 그 과 들어가면 정말로 먹고 살 방법이 없다. 생명에 직결된다는 뜻은 즉슨 국민건강보험이 지정한 수가만큼만 받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일은 빡센데 빡센만큼 대가가 없으니 버틸 수가 있나? 그래서 비인기과에는 지원자가 안 몰리고 그래서 일은 더 빡세지고 그래서 지원자는 더 없어지고 과가 무너지고 병원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무한반복된다. 

얼마전 흉부외과쪽 수가가 일제히 200% 인상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느냐? 퍽이나... 수가가 수술 뛴 의사 & 간호사들한테만 돌아가는게 아니잖아. 흉부외과는 확실히 개인병원 스케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술들이 본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말인 즉슨 흉부외과를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유지비가 돌아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흉부외과 환자. 그중에서도 개흉해야 하는 환자들은 처리 안하고 서울로 올려보내는 3차 병원들이 널리고 깔렸다. 지역 거점 병원이라는 병원들 조차 직접 오픈하트 들어가는 병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왜 소위 말하는 피 안 성이 대두되느냐. 일이 쉬워서? 아니, 거기의 주된 진료과목은 다 " 비보험 진료 " 과목이다. 의사 맘대로 돈 물릴 수 있는 철저히 시장원리에 의해 구동되는 과목이라는 얘기다. 피안성이 뜨기 시작한 것 자체가 의약분업 이후라는걸 생각해보면 섣부른 복지정책 하나가 의료계를 어떻게 붕괴시키고 있는지를 참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제 피안성이 아닌 정재영 (정신과 / 재활의학과 / 영상의학과) 가 대두되고 있다는 거다. 비보험 진료 과목을 보는 과라서? 아니. 월급 받을 수 있는 과라서 그렇다. 비보험 수가쪽도 너무 레드오션이 되어버리니 이제 의사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그냥 편하게 월급쟁이로 남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다. 이미 개업의의 길로 들어서서 수가 받아서는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의사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거다... 물론 1차진료병원이 싸그리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래서야 정상적인 의사 공급이 이뤄질지 그게 더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문제는 이 나라 복지예산 전체에 있다. 새는 돈을 잡아야 된다. 나는 그래서 4대강 열렬히 반대한다. 거기 몇십년동안 쳐부을 돈 의료보험쪽에 부어봐라. 국민들의 의료보험비 부담은 낮추면서도 의료수가는 정상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돈이 거기 들어간다. 부자들 감세하지도 말고! 법인세 인하해서 몇조씩 쳐날리지 말고, 세금 알뜰살뜰히 걷어서 복지체계를 제대로 틀어잡아야 된다는 거다. 현행 복지체계는 의료공급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굴러가고 있고, 자신들의 피와 땀을 제공할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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