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급작스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식도암으로 치료중이시던 일흔 여섯 아버지가 항암치료 후유증+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지요.
3월 발견 후 입원, 5월 초 돌아가셨으니 식도암이란게 정말 무섭더군요. 작년 건강검진에도 없었는데 말이죠.
담담히 적는다고 뭐라 하시진 마세요. 당시엔 두 어린 아이들이 아빠가 너무 울어서 영문도 모르고 며칠 째 같이 울곤 했었습니다.
경황없는 와중에 급하게 장례 절차를 밟는데 영정사진이 필요한 겁니다.
제겐 나이차 많이 나는 형이 두분 계시는데 그러고보니 저 포함 누구도 가족사진 한번 같이 찍자는 생각을 못했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컴퓨터를 뒤졌습니다.
다행히 제 아이들이 아직 어려 대학생들 키우는 형들에 비해 지출이 작으니
그래도 요 몇 년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여행도 곧잘 다니곤 했던지라 형들에 비해 제가 가진 아버지 사진이 많았습니다.
지난 2월에 무리해서 갔던 괌 여행 사진... 죄다 모자쓰시고 선글라스 쓰신 사진들이네요.
경주 놀러 간 사진 또한 아버지 특유의 챙모자를 쓰고 계시네요.
그러다 재 작년에 갔던 거제포로수용소.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문득 찍을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때도 아버지는 모자를 쓰고 계셨는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제가 괜시리 포즈를 요청했었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분이신 아버지는 멋쩍은 듯 한참을 사양하시다가 모자를 벗으시곤 막내를 향해 전에 없던 미소를 슬쩍 지어주셨지요.
당신은 무슨 생각이셨을까요?
그 사진을 장례식 영정사진으로 쓰고 납골당 명패에도 붙였습니다.
화장터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십니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이 제대로 된 사진이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분들일 수록 더 그렇지요. 휴대폰 폰카 사진, 합성한 티가 역력한 사진.
사실 제가 아버지 거제 여행때의 사진을 영정사진 업체에 넘겼을 때 제게 물어보더군요.
"옷이 일반 점퍼신데 정장으로 합성해 드릴까요?"
"아버지는 평생 정장이라곤 자식 결혼식 때 빼곤 안입으셨던 분입니다. 그냥 그 옷 그대로 두세요."
장례식장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다들 오셔서 그러시네요. 정말 평소같이 살아계신 듯 반갑고 또 그래서 아련한 사진이라고.
어머니가 남았습니다.
어디 가까운 데라도 모시고 나들이를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반갑고 또 아련한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오유님들, 늦기 전에 꼭 부모님 사진 찍어주세요. 제가 한 가장 후회없는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늦기 전에 장농에서 꺼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