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러한 착각들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이 철이 들고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이다.
실제로는 그저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 고통이 웅크리고 있던 자리가 비어버리니 마음이 조금 허해졌을 뿐인데, 그것을 마치 자신이 조금 더 성숙해졌다는 듯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마음 속에는 결국 아무 것도 없다.
들어찬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고플 때를 지났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이 영글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껍데기가 단단해졌다고 해서 그 속까지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마음이 비어버린 사람은 그 안에 다른 사람들을 품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견딜 수 있는 힘이 없으니 연풍조차 버티질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그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 또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밖에.
그러나 마음이 영글어 가득 찬 사람은 사람을 품지 않는다. 그저 손을 잡아줄 뿐이다.
비록 거리는 조금 두었을지 모르지만, 한 발짝 둔 그 간격 사이에는 그 누구보다 강력한 손아귀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