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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게시물ID : today_554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ee.
추천 : 5
조회수 : 1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0 21:20:11
sunset

농담삼아 이쁜 나이 서른 셋이라고 말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사춘기 이후로 나이 먹는 일을 멈춘 것 같다.
여전히 불안하고, 외롭고, 망설이고, 아프고, 별 것 아닌 일에 상처 받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그래.
바뀐 것들은
세상에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많으니 싫은 것들은 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던 성격이 싫은 일들에도 미련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흔들리는 사람이 되었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아버려서 혼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던 사람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아마 나타나지 않더라도 기다릴 것 같아. 계속.

나도 알아. 나는 참 많은 죄를 지었어. 그런데 그 형벌로 외로움을 던져준 것이라면 좀 너무하다 싶기도 해. 외롭다는 사실 때문에 지은 죄들도 있을 것 같거든. 나쁜 생각 나쁜 말들 나쁜 행동들.
이런 내게 외로움을 던져 줘서 내가 뉘우치게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죄를 짓게 될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하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필요해. 이런 쳇바퀴 속에서 나는 밖으로 튀어 나와야할까? 고민하는 것을 멈추고 모든 걸 포기해야할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건 정말이야. 둘만으로도 온기를 채울 수 있는 작은 집에서 함께 있고 싶어. 비가 오면 비를 구경하고 별이 뜨면 별을 구경하고. 서로 삐딱한 자세로 각자의 책을 읽더라도 등이든 발이든 어딘가는 닿아 있고.
오늘은 어떻게 해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까.
그런 고민도 했으면 싶어.

예전과는 다르게 인연을 믿어. 하지만 나는 누가 내 인연인지 알아볼 눈은 없으니 스쳐가는 모든 이들이게 최선을 다해야지.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내가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는 동안 정말 인연은 또 나를 스쳐가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사실 뭐가 최선인지도 모르겠어. 확신이 들면 몇번이고 고백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빠른 포기가 맞는 것인지. 정말 인연이라면 그 사람을 빨리 포기해버리는 것은 안 될 일인데, 거절당해도 계속 고백해버리는 건 옳은 거야? 요즘에는 그것 또한 폭력으로 여겨지던데.

운명이라는 녀석에게 조금 약이 오르는 건, 지금 이 순간도 인연이라는 사람이 나를 스쳐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단 것. 친구의 친구일지도, 아니면 지금 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지. 거기 조금 웃은 당신 말야, 난 아니라고 그러는 당신. 당신도 수상해.

일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서른 셋은 잘 모르겠어. 다만 여기 해가 지는 모습을 보니까 나를 보게 되더라. sunset. 서른 셋.
꿈이고 사랑이고 무언가를 기대하기에는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져. 내년부터 나는 긴 밤을 맞을까. 다시 해가 뜨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하여야 할까?
함께라면 긴 밤도, 겨울도 무섭지 않을텐데. 그림자가 길어진 때, 세상이 붉게 물들어가는 때라는 것은 간절함이 그만큼 커진 걸까 흠.

오늘은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화살같은 발갛게 햇빛에 볼을 물들이고 싶었는데. 일이 끝나니 해가 졌더군. 어차피 비도 왔지만.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래서 언제나 원할 때면 너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는 잠시 후 너는 다시 말했지.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럼 마흔 세 번이나 해 지는 걸 구경하던 날, 너는 그렇게도 슬펐었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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