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때 기억나니?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남매가 뻔히 지켜보고 있는데도

우리엄마한테 '구질구질하게 여기서 이러고 있지말고 애 데리고 가요 아줌마' 그랬지?

그래,

너는 그때 꽃다운 20대였고 비록 유부남이지만 날 위해 이혼한다는 남자가 옆에 있으니 세상 무서운게 없었겠지..

니 눈에.. 우리 엄마는 애둘낳고 낮에는 김치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밤까는 부업하느라

거친 손에, 그저 무식해보이는 아줌마였겠지..

나는 그저 교복입은 어린 애고.. 동생은 코흘리개 초딩이니까

니눈에는 그저 우리 셋.. 무시해도 되는 사람들로 보였지? 그래 그랬을꺼야.

니 남편이자 내 아빠라는 작자는 스킵할게. 더이상 내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아.

난 사람하고만 말하거든.

너도 그렇지만.. 그 작자도 사람아냐.

니 얘기도 오늘로 끝이야. 앞으로 생각도 안할꺼고 죽던말던 신경끌게.

그래..

그 얘기를 좀 해보자.

너도 애낳고 살아보니 어때?

난 정말 듣고싶지 않았는데 니네 소식이 자꾸 들리더라고..

사람들이 와서 얘길 해줘. 웃기지않니?

우리가 뭐 애틋한 사이라고.. 서로 안부를 다들 챙겨서 알려주더라.

너도 내 소식 종종 듣지?

또 딸이라며?

아들 낳아서 보란듯이 잘살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왜 딸이니?

나 땜에 딸은 치떨리고 질려서 안낳겠다고 니 남편이자 내 아빠인 그 작자도 그랬었잖아. 기억나지?

이것들아..

그러니까 어른들이 사람 앞일은 한치앞을 모른다고, 장담하는거 아니라고 했잖아.

자, 둘째딸 낳고 어떤 생각했니?

우리 세 식구 이제 보란듯이 잘 살아야겠다 그런생각했니?

아님.. 기대도 안하지만 일말의 양심의 가책은 느꼈니?

뜨게질 교실에서 처음 울엄마 만나서 언니언니하며 우리집에 놀러와서

부침개 얻어먹고, 김치얻어가고 고추장 된장 얻어가면서..

뒤로는 우리아빠하고 눈맞아서 애 낳고 당당하게 이혼해달라고 그러던 니 모습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애가 둘이니까 어떤 생각들던?

그때가 대략 10년전이니까 첫애는 이제 초딩이지?

둘째는 젖먹이고..

되게 우습지않니?

난 우습더라..

이제 니가 사랑이라고 그랬잖아 나한테..

울엄마하고 아빠라는 작자는 그저 애 때문에 어쩔수 없이 사는 사이고,

니네는 사랑이라면서~

그러면서 나는 널 이해해야한다고 그때 그랬잖아. 기억하지?

우리셋 눈물에서 피눈물빼며 애 낳고 살고..

평생 너에게 헌신하고 잘해주리라 생각했던 니 남편.

그 남편이 이혼하자고 새여자 데리고 오니까

기분이 어떻던?

피가 거꾸로 솟지?

애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힘들어죽겠는데

남의 남편들은 미역국에 뭐에뭐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집에가서 애낳은 마누라

받들면서 사는데 넌 이제 졸지에 애둘딸린 이혼녀 신세로 전락하게 되려니 앞이 막막하지?

'아줌마, 애들하고 잘먹고 잘사세요' 했던 니 덕담(?) 덕분에

우리 셋은 진짜 잘살아.

난 회사다니면서 돈벌어서 엄마랑 알콩달콩 주말마다 드라이브 다니면서 잘살고,

코흘리던 내동생도 명문대나와서 잘살고 있어.

사람 인생이란게 참 우습지?

자,

이제 너도 바람난 남편 때문에 골치아파가며

생활비 안주는 남편 욕해가며

아침에는 김치공장, 저녁에는 밤까면서 살아봐.

10년뒤 니 모습 기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