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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이정표- 1일 째:일을 주십시오.
게시물ID : gametalk_55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번째달
추천 : 3
조회수 : 37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2/13 15:37:18
나는 뱃전에 기대어 정박 준비가 한창인 선원들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다.
역동적이며,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도 어느새 기운이 샘솟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울적하게 있을 필요따윈 없을 테지만, 고향땅 엔트리히를 떠난지 거의 한달 가까이 지났다.
브라이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나는 무작정 대륙과 엔트리히를 오가는 상선에 몸을 실었다.
어릴적부터 엔트리히 곳곳을 여행했고, 더 넓은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느 너무 슬펐지만, 그 영정 앞에서 당당하게 약속을 했다.
'저는 제 운명을 개척하겠어요.'
그 한마디가 이번 여정의 시작이었다고나 할까.
"어이~ 카린! 하선 준비해. 곧 도착이니까."
항해사 제이크 씨의 말에, 나는 가슴 속이 두근거렸다.
짐이라면, 막 정박 준비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리 다 싸놨다.
짐이 너무 간소해서 이기도 하지만 다른 승객들 보다 일찍 갑판에 나와있는 그런 모습에 제이크 씨는 충고차 한 말일 것이다.
나는 한쪽 어깨로만 메고 있는 작은 베낭을 가르키며 씨익 웃어보였다. 제이크 씨는 피식 웃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바람이 분다. 짠내음 섞인 해풍이 아닌 풀내음 섞인 상쾌한 육지의 바람이 머릿칼을 간지럽히듯이 가볍게 흔들어 놓고 지나갔다. 나는 그 향기를 힘껏 들이쉰다. 어느새 날아온 갈매기들은 가장 먼저 우리들을 반겼다.
나는 수평선 저 편을 지긋이 응시했다.
배가 전진할 수록, 그 곳은 점점 떠오르기 시작한다.
시작의 도시. 그래... 모든 것이 시작되는 그 곳 어트랙터가.

1일 째 : 일을 주십시오.

게이트에서 내린 나는 항구도시에 첫발을 내딛었다.
뭐 대부분의 항구가 그렇듯이 첫 모습이 그리 상쾌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수산업과 관광업 그리고 무역업을 주수입원으로 삼는 어트랙터답게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것은 수산시장이었고, 그곳에선 바닷사람 특유의 억센 억양으로 호객하는 상인들이 보였다.
한쪽에선 갓 잡은 돔이나 참치등을 경매에 붙이는 어부들도 있었다.
뭐 내가 여객선을 타고 온 것은 아니니깐, 대륙의 첫 이미지가 그리 유쾌하지 않다라는 불만을 어쩔 수가 없지만... 간혹 보이는 질 안 좋아보이는 건달들의 음흉한 눈초리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게다가 걔 중엔 대놓고 휘차람을 부는 등의 추파를 던지는 녀석도 있어서, 짜증은 배로 불어날 뿐이다.
"어이~ 아가씨"
결국 한 녀석이 말을 걸었다. 여기서 상대하면, 피곤해 질 것 같아서 애써 무시하며 길을 재촉하려는데, 갑자기 어깨 위로 누군가가 떡하니 손을 올렸다.
짜증을 넘어서 분노가 일었다.
나는 날카롭게 그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상대방을 쏘아봤다.
"뭐에요! 미쳤어요?"
"오. 성깔 있는데~?"
으~ 최악이다. 불량스럽게 머리를 길러서 넘긴 불량배와 머리를 박박 깎고, 그것도 모자라 멘 머리에 문신까지 새긴 깡패가 이죽거렸다.
"경고하는데, 그만주는게 좋을 거에요."
"글쎄. 그만두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서라도 더 해보고 싶은데 자기?"
"이래봬도 꽤 수준 높은 적법사이고, 8년 전 엔트리히 전쟁 때. 큰 공을 세워서 버스 왕실에서 기사 작위까지 하사 받은 몸이에요. 댁들같은 시정밥대랑은 격이 틀리다구요. 흥"
"어이쿠 이거 우리가 귀한 분을 몰라 뵙습죠. 그나저나 우리 귀여운 여기사 께서는 기저귀 차고 출병 하셨습니까? 낄낄"
두 불량배는 배를 잡고 웃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뻗쳐오는 분노에 몸둘바를 몰랐다.
어릴적 아빠는 나에게 항상 '여자로 태어났었도 남자처럼 우직할 때가 있어야 한단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곤 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정 두분이 그러시다면, 버스 왕국의 기사답게 깨끗하게 처리해 드리죠."
등 뒤에 메둔 마법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지팡이 끝에 달린 묵직한 탈리스만 덕에, 상황에 따라 충분히 둔기로서 역할이 가능하다.
내가 지팡이를 쥐고, 자세를 잡자, 녀석들은 두팔을 내둘렀다.
"워워 진정해 꼬마 아가씨. 대낮부터 이렇게 소란을 피워봤자 너에게도 좋을 건 없다구"
"흥, 막상 닥치니 꽁무니를 빼시겠다?"
"아니. 그런건 아니고, 이왕이면 서로 좋게 가자는 거지."
"변명하는 재주도 참 비루하시네요. 뭐 앞으론 서로 볼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나는 횡하니 돌아서서 그들과 멀어졌다.
젠장맞을... 뭐가 꼬마고 기저귀야?
애써 분을 삭히고 걸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바닥을 뻥 차고 말았다.
읔... 딱딱한 돌바닥을 걷어차니, 당연히 발가락이 부러질듯이 아팠다. 눈물이 쏙 빠질 것 같은, 그 통증에 나는 쪼그려 앉아 발을 부여잡고 고통을 삭혀야 했다.
아... 갑자기 서러워 진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
그 순간, 오른쪽 어꺠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참 기가 막힐 뿐이다.
아까 그 녀석들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온건가? 아니면 다른 패거리? 어느 쪽이든 간에, 더이상은 용서할 수가 없다.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혼신의 힘을 담아 어깨에 손을 얹은 그 녀석을 후려쳐 버렸다.


"죄송해요, 마스터. 초면인데 느닷없이 폐를 끼쳐서..."
매끈한 얼굴에 하나둘씩 주름살이 새겨지기 시작하는 중년의 남성은 별거 아니란 듯이 고갤 저었다.
"아니오. 오히려 우리 쪽에서 오늘 신기한 걸 구경하게 해주어서 고마울 뿐이오."
"......"
읔. 신기한 구경거리라... 하긴 보기 흔한 광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처럼 갸냘픈(?) 소녀가 또래로 보이는 소년을 들쳐업고, 한 낮에 여관으로 들어가는 광경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일 터였다.
"아... 저기 마스터! 오해 하시는 것이 당연하시겠지만, 생각 하시는 그런게 절대 아니에요."
나는 고개와 손을 동시에 가로저으며, 극구 부인했다.
마스터는 그런 것 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웃어보였다.
"괜찮소. 이래봬도 이 도시에서 십수년 간 숙박업을 해오던 몸이라 별의별 손님은 다 받아봤으니 염려 놓으시오."
"아... 저기 전혀 괜찮은거 같지 않은데요."
으...오해는 전혀 풀리지 않은거 같지만, 포기다. 그 녀석 주먹 한 방엔 기절해 버리다니. 변태로 오인해서 사고를 친 내 잘못이 크지만 서도...
선착장에서의 사건 이후에, 나는 아마도 '허락없이 어깨에 손 올리는 인간은 모두 변태라는 괴상한 선입견을 가지게 된거 같다. 그때 막상 그 녀석을 때려눕히고나니, 꽤나 반듯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게다가 얼굴도 기껏해야 14살 정도로 너무 어려보였고.
도저히 양심상 그 곳에 버려두고 올 수가 없었서, 일단 주워(?)오기는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릴 줄이야.
사람에게 있어서 이미지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나저나 당신은 외지에서 온 듯한데, 관광차 들린 것이오?"
"네, 엔트리히에서 왔어요. 관광이라기 보단 무전여행에 더 가깝지만 말예요."
"흠. 보아하니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나보군."
"네. 뭐 그렇죠... 일단은 이 곳에서 정착해서 어느 정도 일을 해볼 생각이에요."
"항구 도시라 온통 거친 일들 뿐일 것이오, 아가씨에겐 맞지 않을 것 같군, 카페 웨이트레스 자리 정도는 내가 주선해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쿡. 사양할 게요. 전 자격단에 들어가 볼 생각이거든요."
와인잔을 닦던 마스터의 손이 멈칫했다.
"당신네 둘이서 말이오?"
"위에 뻗어 있는 녀석은 빼줘요. 오늘 처음 만난 사이거든요. 일단은 저 혼자죠."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뭐 그렇다면 마을 중앙에 있는 길드 타워로 가보시오. 요즘 한창 길드원을 모집 중이니 운 좋으면, 자리 하나 쯤은 꿰찰 수 있을 것이오."
"네, 고마워요. 마스터"
"별말씀을"
여관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마스터가 말한 길드 타워는 매우 높아서, 마을 내 어디에서건 볼 수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난 어트랙터의 거리를 걸으며, 이 도시의 건물 양식과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7월 중순의 정오.
오렌지 빛 기와를 길게 늘어뜨린 건물들은 엔트리히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깔끔하게 포석으로 다듬어진 거리와 드문드문 심어진 버즘나무들.
도시 전체는 활기로 가득 차있다.
기분이 좋아졌다.
숨을 들이쉰다. 싱그러운 꽃향기와 효ㅏㅁ께 갓구운 빵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하얀 햇살 아래, 야외 카페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연인들, 와플과 파이를 파는 맘씨 좋아 보이는 노점상 아주머니, 뭐가 그리 신자는지 거리를 뛰어노는 아이들과 열심히 동료를 패고 있는 여마법사...응?
뭔가 어울리지 않는 광경에 시선을 집중했다.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여자가 동료로 보이는 두사람의 멱살을 양손으로 하나씩 잡고, 매우 화가 난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히드라가 뭐 어쩌니 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뭐 단순한 동료들 간에 마찰이겠지.
이런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네, 나는 서둘러 길드로 향했다.


"너같은 어린애가? 돌아가렴"
"......"
무슨 말도 꺼내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한 일이라곤, 힘차게 길드 건물에 들어서고, 프론트의 접수원처럼 보이는 남자 앞에 선 것 밖에 없었다.
남자는 힘끌 나를 쳐다보고 한 말이 저 말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긴 어중이떠중이 다 받아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혹시 당신 직책과 성함 좀 여쭤봐도 될까요?"
"가스톤이다. 직책은 보다시피 중간관리자. 민원이라도 넣으려고 그러냐?"
"네. 이건 엄연히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사황이라서 말이죠."
"재밌는 아이군. 그래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무례하네요! 뭐에요? 그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어허.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아가씨. 너를 무시하는게 아니라 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묻는거야"
"저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주선해 주는 일은 몬스터 퇴치라던가 범죄 소탕이 대부분이지. 너도 보아하니 카페 웨이트레스나 여관 급사 자리를 알아보려 온거 같진 않은데. 그런 일을 하려면 동료가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아? 그게 아니면 혈혈단신으로 범죄 조직과 싸우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으... 그런"
"괜히 젊은 나이에 큰일 치르지말고, 다른 일자리나 알아봐. 급사나 웨이트레스 자리 정도는 내가 알아봐 주지."
"흥. 황송한 배려시군요!"
더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역시 세상은 생각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첫날부터 이리 삐그던 대다니...
터덜터덜 광장 쪽으로 걸어가 아무 번치에나 주저 앉았다.
생각을 해본다. 당장 들어갈 지출을 봐선, 집 떠나올 때 가지고 나온 금액만으론 일주일 이상 생활할 수 없다.
냉정하게 생각해선 카페 종업원으로라도 취직해야 한다.
가스톤이란 그 녀석에겐 죽어도 돌아가기 싫으니, 마스터에게 부탁이라도 해보자.
"어쩔 수 없나..."
웃음이 나온다. 뭐가 모험이고 여행이야? 당장 쓸 돈도 없어서 이렇게 허우적 되는데.
웨이트레스 제복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길게 기른 적갈색 머리칼을 묶고, 검은 원색의 원치스 치마 위에, 하얀색의 레이스 달린 앞치마를 두른다.
타고난 활발함과 사교성으로 분명 난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거야. 걔중엔 분명 휘차람을 불거나 치근덕 거리는 멍청이들도 있을 것이고, 또 가끔은 엉덩이에 손을 대는 녀석도 있을 거야.
그때마다 난 아빠의 좌우명을 상기하며 결투를 신청하겠지.
그런 나날 이후 어느 날 어떤 평범한 청년이 나에게 고백을 해 오는거야.
처음 몇 번은 거절을 하다가, 결국에 나는 승낙을 하겠지.
그리고 그와 결혼해. 그 남자의 이름은... 음... 존. 대장간집 아들 존. 그리고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한 행복감을 느끼는 거지.
좋아! 카페에 취직하자.
"아! 글쎄 돈이 없는게 아니라니까요."
언뜻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호~ 그럼 왜 돈을 안 내고, 어물쩡 도망가려 했을까?"
"지갑을 잃어버려서, 돈을 가지고 오려 했던거 뿐이라구요."
아! 저 사람은!
그래 분명하다. 8년이 지났더라도 절대로 착각할 수 없는 저 얼굴.
골목 안의 한 음식점 앞에서, 싸우고 있는 두사람.
그 중 하나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다.
"변명도 될 법한 소리를 해야 믿어주지."
"흥. 저에겐 당신 가게 정도는 통째로 사도 남을 만큼의 돈이 있다니까요."
"오~ 그 정도의 재력가라면, 어디에서 무얼하는 누구신가?"
"아...그. 저처럼 훌륭한 사람은 자신을 나타내지 않는 법 입니다."
식당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는 인상을 잔뜻 쓰고 험악하게 말했다.
"이러쿵 저러쿵 떠들 것도 없어. 돈이 없다면 몸으로라도 떼워야지. 이리와"
안돼. 도와줘야 겠다.
"아아..."
엥? 주,주저 앉았다! 저 사람... 그러니깐 T.T 아저씨가 바닥에 갑자기 주저 앉았다. T.T 아저씨는 신파극 여배우나 취할 가련한 폼으로 자조적인 목소리로 구슬프게 시를 읊듯이 말했다.
"이 정도까지 말했는데, 믿어주지 않다니"
어디선가 음악 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나나 식당 주인장이나 이 황당한 상황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고 멍청히 T.T 아저씨를 쳐다 볼 뿐이었다.
"내 덕이 부족한 탓일까? 아아 그래... 사라져 버리자. 새벽 이슬이 햇빛 속에서 말라 버리듯 그렇게..."
...그렇게 T.T 아저씨는 사라져 버렸다.
식당 주인은 넋나간 듯이, 멍청히 그것을 바라만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대체 뭐야?"
어떤 모습으로 사라졌는지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겠다.
내가 아는 한에선 T.T 아저씨는 녹법사. 바로 땅의 마법사이며, 그 밖에도 여러 잡다한 기술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환영술로 가짜 모습을 만들고, 하늘로 우웅 떠올라 도망쳤거나 아니면 순간이동 이라도 썼겠지. 어렵겠지만 말이다.
아니 이럴게 아니라 빨리 나도 찾아봐야지.


T.T 아저씨를 찾아낸 곳은, 그 곳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바로 뒷길이었다. 거리로 미루어 보건데, 아무래도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도망간 듯 하다.
...아무튼 이 반가운 사람에게 빨리 말이라도 걸고 싶다.
"아저씨이~"
숨을 고르며 안도하는 T.T 아저씨는 내 목소리에 흠칫 반응을 보였다.
"...나중에 사람을 보내겠소."
T.T 아저씨는 애써 태연한 척 고갤 돌렸다.
"아저씨~ T.T아저씨~"
그제서야 T.T아저씨는 뒤로 돌아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 봤다.
"이봐 아가씨. 나는 아저씨가 아니야, 그런데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던가?"
T.T 아저씨는 내 얼굴을 한동안 골똘히 쳐다봤다.
그리곤...
"카린? 혹시 카린이니?"
아저씨의 얼굴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섞인다.
아~ 역시 알아봐 주었어!
"네 맞아요, 저 카린이에요."
"이렇게 컸다니, 몰라봤어. 일단 우리 어디 앉아서 얘기할까."
우리는 카페 LOVE&PEACE에 자릴 잡았다.
점심 때가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오후 티타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웨이트레스에게 주문을 마치고, 우리들은 그 동안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이야기 했다.
8년 전, 그 일이 끝나고 T.T 아저씨는 바로 이곳으로 넘어와 이곳에 정착했다고 했다.
방랑벽 심한 자신이 마음을 다 잡고, 이 도시에 눌러앉은 계기에 대해선 깊게 말하진 않았고, 나도 그 일에 대해선 깊게 묻지 않았다.
나는 엔트리히에서 8년 간 마법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브라이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과 이 곳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해 쩔쩔 메던 일까지 설명했다.
특제 파르페를 스푼으로 떠먹던 T.T 아저씨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래서 표정이 어두웠구나, 하지만 기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어. 카린의 실력은 나도 잘 알지만, 아무래도 전투라면 옆에서 보호해 줄 전사가 하나 쯤은 필요하지."
"...역시 그렇겠죠?"
"일단은 급선무는 동료를 모으는 일일 거야. 혹시 당장이라도 전사 역할을 해줄 사람 없어?"
번뜻 생각나는게 있었다. 항구에서 데려온 그 아이!
공교롭게도 여관 침대에 뉘일 때, 눈에 들어온 물건이 있었다.
들쳐업고 데려올 때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었는데, 그냥 두고올 수 없어서 가지고 온 물건. 그건 검이었다.
"아! T.T 아저씨. 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께요."
T.T 아저씨는 말 없이, 손으로 O.K사인을 보냈다.
나는 바로 여관으로 뛰어갔다. 그 아이가 검사 역할을 해준다면 동료 문제는 해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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