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는 선이고 일베는 악일까요?
어느덧 오유를 시작한지 11년이 됐습니다. 인포메일 기간은 빼고요.
참 오랫동안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많이 변해버린 오유 모습에요.
여당을 비판하면 너무나 쉽게 일베 이용자로 낙인찍힙니다. 그게 진실이던 거짓이던 간에요. 그리고 그들의 의견은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완전히 묵살되어 버리지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쫒겨나고 결국 오유 스탠스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남아서 자신들의 의식을 강화합니다. 아무런 견제도 없고 결국 스탠스가 팩트가 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한쪽 날개만 남으면 한쪽 날개만 계속해서 휘젓는 겁니다. 그럴수록 한쪽 날개만 더 단단해지겠죠.
대화는 똘레랑스로부터 시작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일순위로 삼았던 그 관용의 정신이요.
너와 나는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자세요.
일베 애들도 글 올릴 수 있던 예전의 그런 무조건적 똘레랑스가 아니라 다른 의견도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똘레랑스요.
천안함과 세월호에 관한 의혹들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것처럼,
단순 사고였다, 북한이 저지른 것이다라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겁니다.
똘레랑스의 자세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들이 말해주듯 인간의 심리가 원래 그렇게 태어났어요. 나와 반대되는 의견이 제시되면 그것이 사실인지 하나하나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게 참 귀찮죠. 내 시간을 쏟아야 하고 인지적 부담 또한 증가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본성이란 것이 나 좋은 것만 듣고 나 싫은 것은 멀리하는 겁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참 어려운 것을 실현하려 애쓰셨습니다. 적어도 불편한 길을 택하셨어요.
‘일베나 오유나’ 라는 말 참 많이 들립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인 ‘종북’, ‘좌익’ 만큼이나 싫어하는 말이죠. 그런데 그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란 걸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조금 배웠다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일베나 오유나’ 반대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면요.
오유는 절대적 선이 아닙니다.
참 많이 ‘틀렸’었습니다.
한때는 무뇌충이라며 근거도 없이 한 연예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디워 사건 때는 ‘우리 민족이 만든 영화에 비판의 칼날을 겨누지 말라’며 모두가 합심해서 진중권 교수를 공격하고, 그 이후에는 꽤나 길게 여성을 혐오하는 글들이 참 많이 베오베에 올라왔습니다. 오유만 하던 저는 그런 글들을 읽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아져서 친했던 동기랑 멀어진 기억도 있네요. 또 택시법 논란이 있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도 많이 까였죠. 사실 알고 보면 택시법 발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했는데요.
우리의 의견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절대적 진실이 될 수 있어요.
적어도 그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다양한 의견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10년 간 오유만 하면서 편향된 시각을 잡느라 참 노력 많이 했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요. 그런데 그때의 오유보다 지금의 오유가 더 쏠려있어요.
적어도 오유가 고립되지 않으려면요.
나와 다른 의견에 그렇게 쉽게 반대 버튼을 누르지 마세요.
반대를 누르면 그 사람의 의견을 볼 수 없잖아요. 대화가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