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바뀌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 교과서실험본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서 문제됐던 표현들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보다 5·16에 대한 서술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본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전체 학교에 사용되기 전 1년간 일부 학교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교과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사진)은 7일 ‘2015년 초등학교 사회과 5-2 국정교과서 실험본’ 내용을 분석한 결과 94쪽에는 ‘의병의 활약에 놀란 일본은 군대를 늘려 전국의 의병들을 소탕하고자 하였다’는 문장이, 96쪽에는 ‘일본은 쌀을 수출하는 항구, 교통의 중심지…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하였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의병 소탕’과 ‘쌀 수출’은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 일본 관점에서 서술한 대표적 사례로 문제가 됐었다. 교학사는 논란이 커지자 ‘의병들의 존재가 큰 방해가 된다고 인식하였다’ ‘쌀 반출’로 수정한 바 있다.
실험본 157쪽에 등장하는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천만명 이상인 나라’라는 표현도 보수언론에서 사용한 신조어로,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어느 교과서에서도 다룬 적 없는 공인되지 않은 표현이다.
실험본에서 5·16 군사정변 서술은 현행 교과서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실험본에서는 ‘박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군인들이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하여 정권을 잡았다.(5·16 군사정변). 이후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국민들이 잘사는 것을 나라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를 실시하였다’고 서술했다. 현행 교과서는 ‘4·19혁명 이후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 정부는 채 1년도 안 되어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의해 무너졌다. 5·16 군사정변을 일으키고 1963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정희는 18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가난한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고자 힘썼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다’고 서술돼 있다.
도 의원은 “교육부는 국정제 전환 논리로 국가에서 만들면 더 좋은 연구진과 더 많은 예산으로 질 높은 교과서를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개발 중인 초등학교 사회과 실험본 교과서를 보면 우려대로 독재를 미화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묘하게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