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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이온의 문제점
게시물ID : gametalk_743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건우짱
추천 : 0
조회수 : 90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10 18:43:14
*이 글은 결코 내가 맨날 마족한테 썰려서 열받아서 쓰는 글이 맞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별로 논리적인 글은 아니므로 태클은 그다지 받고싶지 않다. 열받은 사람한테 무슨 논리가 필요하겠는가. 맘에 안들면 '저런 ㅂㅅ' 하고 그냥 지나가길 바란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을 즐길 줄 아는 종족이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마조히스트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무런 굴곡도 없는 시간과 장소를 '심심하다' '지루하다' 라고 말한다. 의식주가 완벽하게 충족된 환경이라 할 지라도 일도 취미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 곳은 감옥과 그닥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자신이 이루기에 살짝 혹은 많이 어려운 무언가의 목표를 세워놓고 그걸 이루는 취미생활을 즐긴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전에 올랐던 산보다 조금 더 높거나 험난한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희열을 느낄 것이며, 악기연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난이도가 있는 곡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연주해냈을 때 그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연습실 안에서일지라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이머도 마찬가지이다. 퍼즐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기록했던 최고 점수나 스테이지기록을 뛰어넘기 위해 계속해서 몇번이나 반복했던 게임에 계속 도전할 것이고,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RPG 류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강력한 최종보스를 쓰러뜨리고 아름다운 결말이 존재하는 엔딩스크롤을 흐뭇하게 바라보기 위해서 그 전까지의 수많은 과정들을 즐겁게 견뎌낼 것이다.


...아이온 얘기 한다면서 왜 이런 누구나 아는 쓸데없는 잡소리를 늘어놓느냐고?

MMORPG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투력을 갖추길 원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강력한 몬스터들을 자유자재로 쓰러뜨리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과시욕, 수집욕, 정복욕...수많은 욕구들이 뒤엉켜 범벅이 되어있는 이 끝이 없는 게임들의 목표에는 대부분 전투가 수반된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전투와 전투와 전투 끝에 게임 내의 재화들을 끌어모으고, 그걸 통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투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거는 위험을 담보로 한다. 약한 몬스터만을 하염없이 상대하자니 얻는 것이 미약하고, 보다 강한 몬스터는 그 만큼 죽음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게임 내의 직접적인 손해와 게임 외적으로 플레이어의 정신적인 피해와 시간적인 손해를 가져온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캐릭터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력을 채워줄 포션을 지참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줄여줄 동료들과 함께 다니거나,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보다 강력한 장비아이템을 갖추는 것도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행동의 일환일 것이다.

대부분은 이러한 대비를 통해서 자신의 캐릭터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이른바 위에서 말한 '목표를 위한 노력' 인 것이다. 이러한 대비를 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의 캐릭터가 사망하지 않는다는 결과로 다가오고, 이 결과들이 모여지고 모여져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부.분.은. 그렇다. 예기치 못한 사망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맨손인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민간인 지역에 기관총과 폭탄을 잔뜩 소지한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침입하면 어떻게 될까. 미처 악의를 알아채기도 전에 하나씩 죽어나갈 것이다. 지금의 아이온의 인테르디카 필드는 흡사 그 모양과 같다. 엘테넨도 솔직히 별로 다르지는 않다.

30레벨에서 45레벨까지의 유저가 즐기는 공간. 그러나 45레벨의 캐릭터에게 30레벨의 캐릭터는 권총 앞의 맨손과 같다. 1:1은 말도 안되고 3:1 로도 쉽사리 대항하지 못할 수준의 차이가 벌어진다. 그러나 무방비이다. 그 어떤 대항수단도 도망갈 수단도 없이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착실하게 계획을 세우고 있던 사람은 자신의 계획 일부분을 수정해야만 한다. 캐릭터의 죽음, 그리고 그 근처는 또 다시 접근해봤자 같은 일이 반복될거라는 사실만이 기다리고 있다.

굴곡이 없는 목표로의 일직선 길은 심심할 뿐이다. 그러나 그 굴곡이 동네 뒷산 정도가 아닌 태백산맥을 뛰어넘어서 알프스산맥쯤에 이르게 되면 목표 자체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예기치 못한 사망이 한두차례, 너다섯차례, 점점 누적될수록 이 길은 정복해볼만한 흥미진진한 길이 아닌 짜증나고 답답한 길이 되어버린다.

준비하고 대비하면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묻고싶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컴퓨터가 폭발해서 당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돌풍에 휘말린 돌맹이가 당신 옆의 유리창을 박살내고 그 유리가 당신의 정수리를 찌를 수도 있지 않냐고. 죽음과 사고에 24시간 대비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게임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큰 보상을 위해서 뛰어들 수도 있지만,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항상 마을 외의 그 어떤 지역에서도 갑자기 날아들지 모르는 상대 종족으로부터의 공격을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게다가 이 시스템은 그런 공격으로부터의 회피수단도, 보호수단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결국 아이온의 다른 종족으로의 잠입 시스템은 어떻게 봐도 실패이다. 유저들끼리의 전투를 활성화시키고 싶었다면 어비스를 극도로 발전시켰어야했다. 퀘스트와 솔플을 위한 지역과 종족간 전투와 거기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는 지역은 분리시켰어야했다. 그럼 솔플지역의 봇은 어쩌냐는 문제는 재껴두자. 그건 게임의 기획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기획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만큼 관리시스템이 무능하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문제겠지만.

타 종족의 지역에 잠입하는 사람은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온다. 이럴 경우 죽음에 대한 페널티는 다시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온다는 것 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진영에서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키스크를 지참/설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원한다면 상대 지역에서 원하는 만큼 체류할 수도 있다. 반면 이렇게 잠입해온 타 종족에게 살해당한 사람은 다시 사냥터까지 돌아와야 한다는 피해와 같은 사냥터로 다시 돌아올 경우 또 다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리고 아이온은 마을과 사냥터의 거리가 짧은 편도 아니고 저장위치 변경이나 마을간의 비행이동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비슷한 레벨대의 사냥터가 여러군데 있을 정도로 월드가 넓은 것도 아니다. 죽으면 살아나서 다시 가면 된다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피해에 대한 규모가 다르다. 이 정도 되면 잠입이 잠입이 아니다. 전투력을 충분히 확보한 유저 입장에서는 상대 지역으로 잠입하는 것은 그저 사냥이 귀찮을때 놀러가는 정도의 부담감 밖에 없는 것이다. 그 반대쪽에서는 죽을 맛이지만.


간단하게 쓰려고 했던 글이 자꾸 늘어지기에 잠깐 정리해보자.

문제점 : 고레벨 상대 종족이 타 종족의 지역을 아무 거리낌 없이 활보하고 다니며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한다.

결국 이 한 줄로 압축된다. ...이 한 줄 쓰기 위해서 참 기나긴 헛소리들을 가열차게 달려왔다.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의 안구에 감사드린다.

그럼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어비스 외의 지역에서 상대 종족을 죽였을 경우 어비스 포인트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죽여도 아무런 이득이 없는 상대 종족을 죽이려는 무의미한 시도가 사라지고 잠입 퀘스트를 위한 최소한의 동선만을 밟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적절한 양의 전투만이 발생할 것이다. 어비스포인트를 원하는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어비스로 향하게 되고, 아이온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어비스의 활성화 역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기에는 어비스도 사냥터가 참 없는 편이라는 또 다른 문제거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또 다른 해결책으로는 타 종족 지역으로 잠입해온 사람에게 약간의 전투적인 페널티를 주거나 일정시간 이상 체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학살은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단, 이럴 경우 상대 종족의 지역에서 해야하는 잠입퀘스트의 난이도를 대폭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부분 역시 굉장히 큰 문제인데, 상대 종족 지역으로 가서 처리해야 하는 잠입 퀘스트의 비중이 너무 크다. 거기에 난이도도 높다. 40레벨 이상 고레벨 유저라면 천족 마족 가릴 것 없이 어떻게든 상대 종족 지역으로 넘어가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미션이나 퀘스트 등을 해결하면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으니 한꺼번에 많은 수가 힘을 모아서 상대 종족 지역으로 넘어가고, 다수의 힘을 모은 그들 앞에 개개인으로 대항하던 유저들은 길바닥의 시체가 되어 남는다. 이게 과연 잠입이고 이 퀘스트를 만들었을 당시의 기획 의도에 맞는 것일까? 이 퀘스트의 난이도를 낮춰서 소수단위의 유저들만 넘어가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 퀘스트를 어비스로 옮길 수는 없었던 것일까?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항상 열려있다시피한 서로간의 시공의 균열. 과연 그렇게 자주 열려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45레벨 캐릭터가 시공의 균열을 타고 이동해도 그 지역에는 상대 진영의 30레벨 캐릭터도 사냥하고 있다. 과연 사냥터의 레벨 폭을 그렇게 크게 만들어놓았어야만 할까?
어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어비스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의 성능을 상향시켰지만, 고레벨의 입장에서 어비스포인트를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비스에서의 사냥이나 전투가 아니라 상대 진영의 저레벨을 학살하는 것이라는 걸 정말 모르고 이렇게 만든 것일까?

적으면 적을수록 의문만이 쌓인다. 결국 내가 아무리 해결책이라고 생각해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나는 40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인테르디카에 발도 디디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오늘도 불의 신전 앞에는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카이단 본진 파티를 구하는 글은 채널 채팅창에 쉴새 없이 올라온다. 비어버린 사냥터는 봇들만이 몬스터와 씨름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 이 꼴로 유지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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