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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보면 추가협상 내용이라는 것도 웃기다.
게시물ID : sisa_53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론주의
추천 : 6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6/14 09:35:37
 정부는 추가협상(요청)을 놓고 마치 재협상이라도 하는 양 행세하는데 그 내용도 뜯어보면 우습다.

 일단 추가협상의 내용을 보면 내장,척추 등 광우병위험물질 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이 단지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월령 표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미국 정부에서 보증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 기간을 '최소1년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쇠고기 수입 재개 1년 이후엔 슬그머니 월령 표시안하고 들어와도 된다는 얘기다.
 즉, 1년 뒤의 쇠고기 수입 조건은 지금 그토록 국민들이 반대하는 쇠고기 수입 조건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1년 뒤에는 30개월 이상 된 소의 내장이나 척추가 슬그머니 유통되기 시작하고 우리는 그걸로 만든 내장탕이나 설렁탕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먹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쇠고기 수입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지만, 그 서약서는 아무런 법적 제재력도 없는 그저 '선언문'일 뿐이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시작되면 새로운 쇠고기 수입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것인데 이들은 그런 '윤리적' 수준의 선언에서조차 자유롭다. 한국의 수입업체조차 통제할 수 없을 것이 명약관화한데 정부는 더 나아가서 미국의 수출업체의 자율적 규제(이런 말이 성립하는지도 모르겠지만)에 맡기겠다고 하니 도대체 이런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정부의 이런 얄팍한 추가 협상안은 결국 정부의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잘못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최소 1년 이상 월령 표시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정부가 현 상황을 '한 1년 정도만 지나면 다들 잊어버리고 미국산 쇠고기 맛있게 먹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말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지금 국민들이 멋모르고(혹은 불온한 배후 정치세력의 조작에 의해 선동되서) 거리로 나서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토록 TV토론을 통해서, 특집프로그램과 기사를 통해서, 심지어는 거리 구호를 통해서까지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음을 정부에 '가르쳐' 줬음에도(심지어 정부가 그 의미를 정 반대로 해석한 미국의 동물성 사료 정책을 민간인이 나서서 바로잡아 주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부는 여전히 귓구멍을 닫고 있다. 이야말로 '소통의 단절'이다. 정부는 아직도 '미국이 우리에게 위험한 쇠고기를 팔리가 없다'라는 맹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국민에게 탓을 한다. 왜 미국을 그렇게 못 믿느냐고. 나는 오히려 정부에 묻고 싶다. 왜 그렇게 국민을 못 믿는 것이냐고.

 추가 협상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단지 그 1년간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한미 FTA 등에서 무언가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취약한 의료나 금융 쪽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도 풀어야 할지도 모른다. 단지 '1년간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우리는 실질적이고 항구적인 손해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단 1년동안만 월령표시를 하게끔 쇠고기 수출업체에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공문 하나 발송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난색을 표하는 것은 그 별것아닌 양보에 대해 최대한 생색을 내고, 최대의 댓가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은 현재 촛불집회로 인해 한국 정부가 막다른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한국의 추가 협상에 대해서 최대한 거부하다가 한미FTA의 다른 부분을 양보받는 조건으로 마지못해 승낙해줄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또 '그때 국민들이 촛불집회 했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를 봤다'고 국민 탓을 할 것이다. 이게 현 정부의 수준이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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