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기소되자 세계 주요 언론은 한국의 언론자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신들은 9일 "한국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외신기자가 기소당했다"는 소식을 쏟아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정부까지 한국 언론자유가 우려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토 전 지국장 기소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언론이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벤저민 이스마일 국경없는기자회 아시아지부장의 지난달 성명을 인용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정부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데 국가보안법이 쓰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P통신은 "한국의 언론자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언론인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내용을 9일자로 보도했다. 독일 도이체벨레와 로이터·AFP통신 등도 가토 전 지국장 기소 소식을 일제히 타전했다. 미국 정부도 비판에 가세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한국 검찰의 수사를 초기 단계부터 주시해오고 있었다"며 "우리는 연설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안을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마이니치신문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강압적 자세, 대통령의 의향에 충실한 한국 검찰의 체질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국제사회의 상식과 매우 동떨어진 조치"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김원진 주일 한국공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건이 불러올 외교적 파장에 대해 우리 정부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외교 관계자는 "한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 같은 이미지가 크게 깎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대외관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외교와 국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려고 국가의 명예를 추락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이 한국을 비난할 명분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극우 일간지 산케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준 어리석은 조치"라며 "정부가 일본 극우파에 힘을 실어주고 일본 내 혐한 기류를 조장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인에 대한 보도를 법적인 문제로 끌고가 기소하는 것은 다른 언론에 위축·위협 효과를 주기 위한 성격이 있다"며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