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아테네에서 도하를 꿈꾼다!’ 감독 1명에 선수 2명으로 이뤄진 초미니 선수단이지만 아테네올림픽에 나서는 꿈만은 누구 못지않게 크다. 당장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다. 세계 정상급과는 한참 떨어지는 수준임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숨겨놓은 프로젝트는 더욱 장기적이고 현실적이다. 조정 남자 싱글스컬에 도전하는 함정욱(19·수자원공사)과 여자 싱글스컬에 나서는 이윤희(18·충주여고 3년), 그리고 2년째 이들과 동고동락을 해온 장현철 감독(33)은 이번 대회 출전 목표를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조정은 아직까지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딴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주류’에 머물러왔다. 이들은 “아테네를 위해 그동안 흘린 땀이 결국 도하에서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장 감독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세계 조정계를 휩쓸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코치를 초빙해 경쟁력을 높이는 마당에 한국은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예산문제로 꺼려하던 대한조정협회도 결국 어렵게 투자를 결심했고, 지난 겨울 3개월여 동안 중국 항저우에서 베이징체육대학과 합동훈련을 했다. 전지훈련의 성과에 힘입어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이윤희는 세계 12위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중학 시절까지 축구선수로 뛰었던 이윤희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큰 성과를 올려 조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어 어린 남동생의 뒷바라지까지 해야 하는 처지. 대표팀의 하루 일당 2만원으로는 지내기 힘겨운 생활이 계속되지만 최근 이윤희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주위에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뽀빠이’ 이상룡씨가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비주류의 설움속에서도 아테네를 거쳐 도하에서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은 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