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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훈련소만 3번 가게 생김
게시물ID : freeboard_556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글여섯자다
추천 : 1
조회수 : 1219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12/03 13:24:22
ㅎ ㅏ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감을 못잡겠네

일단 사건의 발단은 올해 7월 초임.

작년인 20살부터 군대를 언제갈까... 하고 재고재고재고재고 또 재다가

결국 20살 안에 결정하질 못하고 멍청하게 휴학 한번 써버리고 

5월달즈음에 들어가려다가 왠지 더 놀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7월에 아는 형의 추천으로 공군에 입영을 하기를 결심함.<본인 말로는 꽤나 널럴하고 할만 하다고 어필했기에.. 의지가 거지같은 나로써는 순간 꽤나 솔깃한 말이었음.

7월 초에 공군 입영 신청이 열리자마자 빠르게 신청하고 9월 28일이라는 입영 날짜를 보면서

'ㅋㅋㅋ 두달이나 남았으니 친척분들한테 용돈 한번 타고 존나 밍기적거리고 잉여짓 하면서 보내면 아쉬움이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용돈 타먹고 밍기적거릴라고 준비하고 있는데 엄마가 내일 훈련소 갈테니까 짐싸고, 머리 깎아오라고 함.

ㅇ?

일단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받은 돈은 거진 쓰지도 못하고 통장에 처박하버리고 미용실에 가서 중학교 2학년 때 강릉에서 분당으로 전학 온 이후로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스포츠 머리로 밀어버리고 주섬주섬 이것저것 대충 챙기고 훈련소가 있는 진주로 출발함.

외갓집의 첫 손자라서 그런지 외할머니께서는 눈물을 글썽거리시면서 잘 다녀오라고 해주시고, 첫째인 나를 처음으로 몇 달동안 떨어져서 지내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어머니도 착찹한 표정이셨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니까 그렇게 똥같지는 않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하면서 공군에서 해주는 에어쇼랑 어느 대학교의 댄스 동아리 춤사위를 보면서 멍때리다가 정신차리니까 어느새 생활관에 들어왔음.

평소에도 약간 우울한 감정이 있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는데 왠지 거기 들어와있으니 좀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었음. 그런 기분을 안고 무슨 심리 검사를 받았었는데 그냥 정말로 솔직하게 체크했었음.
그 솔직한 체크 덕에 개고생이라는 헬게이트가 열려버림 ㅇㅇㅇㅇ

같은 방 쓰는 사람들이랑 하루만에 말 트고 개드립 막치면서 놀고, 군대에서 입을 옷도 받아오고 신체검사도 하면서 드럽게 퍽퍽하고 맛없고 왠지 내가 집에서 혼자 있을 때 계란 두개 톡 까서 간장에 김이랑 밥 섞어서 슥슥 비비는게 더 맛있을 것 같은 군대밥이라는게 슬슬 익숙해질 즈음인 목요일에 나보고 정밀 신체검사를 받아야하니 모이라고 함. 심리 검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ㅎ ㅏ

모여서 대충 목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있었는데

그 병맛같은 심리검사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담당 의사랑 면담까지 했었는데, 정신과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서류 떼서 다시 오라고 함.

잉...?

뭐지 이 개소리는

집가란 말이 와닿지도 않았음. 받았던 옷이랑 이것저것 전부 다시 뺏기고, 같은 방 쓰던 사람들이랑 작별 인사 하고 버스 타는 순간까지도 진짜 집에 가는지 실감이 안났음.

속으로는 '이새끼들 이렇게 해놓고 버스 돌려서 '함정이다 병신들아!'이러면서 다시 차 돌리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로 집에 가버림.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기사님이 밥먹고 오래서 마땅히 먹을건 없고 해서 만만한 돈까스를 시켰는데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내가 알던 돈까스가 아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이 너무 맛있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던데 레알 어렸을 때 본 요리왕 비룡에서 나오는 심사위원의 기분을 돈까스 크기만큼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여튼, 엄마는 집에 온 날 보자마자 
'얘가 왜 지금 왔지?' 라는 표정

학원 갔다온 동생은
'이새끼가 왜 집에 있지?' 라는 표정

참... 집 가기 전까진 군대에서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천국에서 구름을 밟는 기분이었는데....
집 문 앞에 서니까 왜이리 가시방석이 따로 없는건지 원...

여자처자 설명을 해서 정신과 검사를 받고 나니 의사가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우울증은 아니지만 약한 우울증 증세가 있고, 더 심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면서 병사용 진단서를 써줌. 20살때 좀 안좋은 일이 있어서 사람을 좀 멀리 하면서 혼자서만 지낸게 반년정도 됬었는데... 지금도 그 여파가 좀 남은듯 함.

여튼 임상심리검사 결과지랑 병사용 진단서를 떼서 병무청에 제출 후 11월에 다시 들어가기로 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군에 다시 안갈꺼면 굳이 저 생쇼를 할 이유가 없었고, 그냥 육군 지원했으면 됬었다고 함. ㅎ ㅏ 검사비 50만원.... 지금 생각해도 배아프네 ㅎㅎㅎㅎㅎㅎ


그렇게 결과지랑 진단서를 가지고

지난 11월 28일 다시 공군에 709기로 입영하게 됨.

지난번엔 바지 하나만 가져갔다가 토나오는 냄새 나올 때 까지 5일동안 청바지만 입고 먹고 자고 했던걸 생각해서 첫날부터 츄리닝에 바지만 2개 더 챙기고 상의 2개랑 속옷 잔뜩에 물집 방지 패드에 깔창까지 완벽하게 가지고 가서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음.

다시 밍기적 밍기적 월화수 3일이 지났음. 소대장이랑 면담 때도 좋은 인상줘서 좋게 봐주셨었고.. 목요일 7시에 다시 정밀신검 받으러 갔음.

본인은 평소에 간수치가 높은 편인데.. 군 커트라인인 200보다 좀 낮은 160이라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점심 먹은 후에 혈액검사에서 안좋은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 피를 다시 뽑는거임!

밥먹고 2시간정도 지난 시간.. 지방간 수치가 피크일 때 재는 것이라 똥줄타면서 피를 뽑고... 처음 채혈은 160이라는 수치가 나왔지만, 두번째 식사 후 채혈은 220이 나옴... 이때 딱 '아 또 집가겠구나..' 라고 직감했지만, 

한 5년 전부터 저정도 수치가 꾸준히 유지되어 왔었고, 간염 항원도 없었기에 안심하고 있었음. 

일단 내과의사를 보는데 내과 의사 왈

간 수치가 높은데, 간염 항원은 없어서 그냥 체중 때문에 간 수치가 높은 듯 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병원 가서 간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와라



ㅇ?

저건 또 뭔 개소리지...

간염 균은 없는데 지방간이 많아서 간 수치는 높음
그러니까 없는 균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모르니까 증명하라고 나보고 지금 밖에 나가서 또 있으란건가...?

한 10초동안 아무 말도 못했음.
멀쩡한 아들새끼 군대 2번 보낸다고 가슴아파 하시던 엄마랑 다리도 안좋으신데 손자 군대 가는건 꼭 보셔야한다고 한번 더 나와주셨던 외할머니 생각 나면서 눈물이 핑 돌면서 군의관한테 빌었음

나 그냥 여기 남게 해주면 안되냐고...

처음엔 난감한 표정으로 안된다고 하더니 계속 비니까 위에다가 전화를 했는데, 윗대가리는 더 안된다고 하는게 나한테까지 들림. 결국 2개월 뒤에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전과 같은 과정을 밟으면서 또 집에옴.




ㅎ ㅏ

1월에 다시 공군으로 또 갑니다.

휴학은 1학년 마치고 낸지라 빠듯해서.. 이제와서 복학하면 여태까지 군대 간다고 정리했던 생각과 마음이 의미 없어질 듯 하고.. 

육군으로 가자니 1,2월 육군 경쟁률 빡센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이제와서 육군 신청했다간 휴학 한번 더 쓰고 가야할지도 모르기에 그냥 다시 병사용 진단서 끊고 공군에 꾸역꾸역 들어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네요.

그나마 피검사인지라 지난번보다 돈은 훨씬 적게 들겠지만.. 모르겠네요. 그냥 답답하고 짜증날 따름 ㅋㅋㅋ... 어제 집에 왔을 때 망연자실한 표정의 엄마 얼굴은 잊기 힘들 듯 하네요.

오면서 그냥 속 시원하게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엿을 먹었으니 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번에 귀가 당한건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동네 은행에 가서 니 통장에 천원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천원이 있다고는 하던데, 니 꼴이 거지같으니까 혹시라도 돈이 없을지도 모르니 한국 은행에 가서 천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와라

라고 한 정도랄까요

여튼 어이없지만ㅋㅋㅋㅋㅋㅋㅋ 아마 1월 30일날 재입영 할 듯 합니다 ^ㅂ^ 

뭐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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