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사 306 포대 본포출신입니다. 95년 군번이구요.
96년 5월 미그기 3기가 휴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왔다가 2기는 돌아가고 1기는 귀순한걸로 압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강화도 앞에 있던 포병대대로, 작계지역은 해병대 작계지역인곳입니다.
대공초소에 올라가면 해병들 부대 다 보여요.
어쨌건, 미그기가 넘어왔던 그날 대공초소에서 근무중이었는데, 해병애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싸이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ㅋㅋ 훈련 하는구나 뺑이좀 쳐라~'
반면에 우리 부대는 조용하더군요. 아니 그저 행보관이 시키는 작업하랴 다들 바쁠 뿐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해병대애들이 그 난리친걸 알 수 있었죠.
지휘통제실에 근무하던 하사 하나가 내무실로 내려오더니...
"야 오늘 미그기 내려왔다며? 뉴스보고 알았네..."
명색이 서부전선 유일의 전투사단인데... 해병대는 난리, 우리는 평온...
북한군 전투기가 우리 머리위로 지나갔는데 그걸 군인이 뉴스를 보고 알다니.......
그리고는 그 다음날이 석탄일이었습죠. 7시까지 긴잠 자는 날이라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6시 50분쯤 싸이렌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제의 미그기 사건도 있고 해서 x됐구나 싶어 후다닥 옷을 입고 뛰쳐내려와 전투화를 신는데...
방송이 들리더군요.
일직하사가 버튼을 잘못눌러 사이렌이 울린거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사이렌을 듣던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전쟁난줄 알았었습니다.
어차피 일어난거 시간도 얼마 안남고 대충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려 보니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빠릿빠릿한 일병이 깨자마자 전투복 입고 전투화 신는데 걸리는 시간은 2분이 좀 안될텐데...
전투화 끈을 매려다 본 병장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이미 전투화 다 신고 더플백에 짐들을 쑤셔넣고 있더라구요.
짬밥이란게 진짜 있긴 있구나하고 느끼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