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대형마트에서 커피 시음행사를 합니다. 그러면 담당자가 저에게 물건 팔 때 끼워주라고 증정품 박스를 건네주죠. 붙혀주는 것은 제 권한이지만, 남용하면 마트에서 견제하는 '과다증정'규정을 어기기 때문에 저는 경고를 받거나 혹은 즉시 퇴점 조치를 당하게 됩니다.
때문에 증정품은 '잘' 써야 하는 물건이죠. 며칠 전이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제게 반말로, 행사 용품 외에 다른 커피를 들고 와서 저에게 손을 내밀 더군요.
'아저씨, 증정 있지? 내놔.'
정색하면서 저에게 반말로 증정 내놓으라길래 당황하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맥x제품을 파는데...네슬x커피를 사놓고 저에게 맥심 증정을 달라고 하시니...할 말을 잃을 수밖에요. 그러다 저는 겨우 침착을 되찾고 말씀드렸습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지금 행사 중인 제품은 맥x제품들이고요, 고객님께서 구매하신 것은 네슬x사 제품이라서 증정품을 드리기 좀 어렵습니다.'
그러자 저를 째려보면서...
'아, 증정 있잖아! 내놓으라고! 어디서 거짓말을 쳐? 있는 거 아니까 내놔.'
그래서 결국 드렸습니다. 타사의 제품에 저희 제품 증정을 주는 것은 담당자에게 굉장히 혼날 일이지만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일은 거기서 안 끝났습니다.
'하나? 아저씨, 더 있잖아. 내놓으라고. 더 내놔.'
어이가 없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CS파트장(Customer Satisfaction 파트장 : 고객만족 담당 혹은 컴플레인 관리)도 돌아다니고, 그분이 이 상황을 컴플레인으로 인식하셔서 저에게 즉결퇴점경고 하실까봐 겁이 나더군요. 퇴점되면 제 급여는 다 몰수당하고 다음 행사일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결국 그 뻔뻔한 아주머니에게 증정품을 무려 6개나 주었습니다. 그것도 겨우 달래가면서요. 증정 하나에 커피스틱 10개씩 들어있으니 60스틱을 준 셈이지요. 돈으로 따지면 7500원 어치를 공짜로 준 셈입니다. 그러면서 그 아주머니는 제게 고맙다는 말 없이 '아 진짜 쫀쫀하네. 뭐 장사를 이따구로 하나.' 하면서 가더군요. 머리 빠지는 듯하였습니다....
2위 - 버스에서 만난 교회 가는 아주머니.
역시 마트에서 행사일을 할 때입니다. 행사는 주말에도 출근을 합니다. 주말에 매장이 터져나가니까요. 차에 앉아서 기분좋게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고요. 제 옆자리에 파마머리를 한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앉으셨습니다.
한 15분 정도 지났을까요. 제가 읽던 책을 흘끗 쳐다보시던 그 분이 한마디 던지더군요.
'학생, 그런 책 왜 봐?'
'네?'
'그거 불교 믿는 사람이 쓴 책이잖아. 돈 벌라고 쓴 가짜 종교서적이지.'
'...'
'성경 읽어. 성경은 세상 모든 진리가 담겨있어. 무소유 그딴 거 읽을 시간 없어.'
'저는 이걸 읽고 싶은데요...?'
'아니, 지옥 갈 사람 책이라니까. 성경 읽으면 진리를 깨우치고,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만나뵐 수도 있어.'
이 정도쯤 되자, 저는 이분이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깨닫고 대꾸를 포기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 일터가는 길 내내, 책을 읽지도 못하게 하면서 무소유는 일개 중이 쓴 쓸데없는 글이지만, 성경은 예수의 일대기를 담은 성스러운 연대기다 라는 등등의 이상한 소리를 하셨습니다...그리고 내리는 저에게, 교회약도를 건네주시더군요. 언제 한번 오라고. 실은 같이 가자고 하던 것을 겨우 거절한 겁니다...그분 덕에 아주 바쁜 일요일날 기분 더럽게 영업을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