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침형 인간이 한창 유행이다. 그런데 정작 아침형 인간의 유행이 시작됐던 일본에는 지금 '대충형 인간' 붐이다. 다소 즉흥적인 인간이라는 의미인 '대충형 인간'의 인기는 요리전문가 오시조노 토시코가 쓴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에서 비롯됐다. 2002년 오시조노는 TV '3분 요리 챔피언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 게 우승 이유였다.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은 이런 아이디어를 소개한 책이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예를 들면, 토마토를 삶아 으깨는 대신 냄비에서 직접 토마토를 갈아버린다거나, 새우를 기름에 튀기는 대신 마요네즈와 밀가루에 버무려 오븐 토스터로 구워내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요리를 '스피드 요리'로 부 르는 것을 거부한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도 본질은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에는 7개의 원칙이 있다. ▲기분에 솔직하다 ▲과정을 생략해 맛있어진다 ▲도구는 하나만 사용한다 ▲그날 다 먹는다 ▲몸에 좋아야 한다 ▲요리의 기존관념을 버린다 ▲왕성한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즐거워한다는 게 그것이다.
요리책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유행을 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된 후 시리즈로 4권을 펴내 모두 1백만부 이상이 팔렸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비슷한 내용의 책을 냈다. 일본어로 '즈보라 닌겐(ずぼら人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대충형 인간은 서민의 지지를 얻어 요즘에는 잡지들도 대충형 인간 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아침형 인간보다 대충형 인간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충형 인간을 다룬 책과 특집기사의 요지다.
베스트셀러 요리책이 유행 점화 지갑에 있는 돈은 다 써버리는 게 습관인 연봉 2백80만엔의 독신 남성은 가진 돈을 500엔짜리 동전으로 환전해 하나씩만 들고 다닌다. 동전을 많이 들고 다니면 무겁고 귀찮다는 것. 이렇게 해서 그는 일년에 1백50만엔을 저금하는데 성공했다. 계산에 꼼꼼하지 않은 한 독신여성은 급여통장과는 따로 공과금과 세금을 자동납부하는 통장을 만들었다. 통장에 매달 2만엔씩 넉넉하게 넣어두었다가 월 평균 9,000엔씩 빠져나가면 그대로 둔다. 그는 남은 잔돈이 고스란히 쌓이는, '잊어버린 저축'으로 해외여행을 즐긴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고민하던 한 가장은 2천5백만엔이 드는 내집 마련에 3천5백만엔을 융자받아 2개의 원룸도 함께 지었다. 그리고 각 7만5천엔씩 월세를 받아 연간 1백70만엔의 주택상환금을 갚고도 연 10만엔씩 부수입을 얻는다. 이것은 내집 짓고 수입까지 얻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노후 대책까지 되는 일거삼득.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한 대학생은 휴대폰으로 오는 무료 메일로 일반 상식과 뉴스, 영어를 본다.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피곤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대충형 인간은 마음이 잘 변하는 B형과 꼼꼼하지 않은 O형에게 특히 잘 맞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