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 5월역사 연계 세월호 아픔 담은 전시회 80년 민주화운동 참가자들 직접 관람 가슴 뭉클
<컬처 현장- 예술로 기리는 5월 광주 현장>
싱그럽고 맑은 햇살이 가득한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나들이와 여행가기에 좋은 날이지만 1980년 이후 광주의 5월은 5·18민주화운동의 달로 기억되고 있다. 광주의 5월은 매년 5·18 관련 전시와 공연 등의 행사로 메우고 있다.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는 ‘우리 모두가 지켜온 5·18민중항쟁의 역사 36년’ 전시회가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엔 5·18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과 5·18을 잊지 말자는 학생들의 마음이 담긴 리본에 걸려있다. 하지만 사진보다 눈에 띈 것은 직접 5·18을 겪은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을 핸드폰 카메라에 다시 담아가기도 하고 옛 생각에 잠겨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그 중, 한 사진을 보며 사진 속 사람이 자신이라 외치는 모습은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남상수씨(59)에게 아찔했던 당시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1980년 5월 26일에 잠깐 어머니를 보러 나왔다가 살았다. 그 때 나오지 않았으면 아마 죽었을 것이다. 당시 22살이었는데 5·18에서 발생한 첫 시신을 리어카에 싣고 시내 한 바퀴를 돌았다”며 “지금도 잘 때 소리 지르며 깨곤 한다.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괴롭다”고 전했다. 여전히 5·18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사진 속 고통이 남씨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광주 5월에 5·18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4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 이로 인해 광주의 봄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5·18과 세월호를 연계한 전시회들이 늘어난 것. 광주여성재단에서는 ‘다시 봄, 기억을 품다’ 전시회를 통해 5·18과 세월호의 아픔을 모두 담아냈다. 눈물을 흘리는 동상과 가족을 잃은 슬픔 등 어느 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18일 전시회를 찾은 정미경씨(52)는 전시회장을 쭉 둘러보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씨는 “광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 같다”며 “모정은 여성의 기본적인 본능인데 5·18과 세월호의 아픔이 저절로 모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광주여성재단 관계자는 “여성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5·18과 세월호로 인해 아이와 반려자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5월만 생각했던 전과는 달리 4월과 5월을 바라보고 기획한 전시다”라고 밝혔다. 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앞 시민자생공간 메이홀에서는 ‘정영창 신작전 검은 하늘 그날’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2층 전시관에서는 총탄의 흔적이 보이는 전일빌딩의 모습과 민주화운동 중 총에 맞아 숨을 거둔 윤상원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또, 그가 초등학교 때 쓴 일기와 옛 전남도청 복도·방송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림도 감상할 수 있었다. 4층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팔찌와 작년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등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는 5·18 정신 계승을 현재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5·18과 세월호로 인해 광주의 봄은 슬프게만 보인다. 그러나 광주의 봄을 웃음과 기쁨으로 색다르게 표현한 전시회가 있다. 바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열리고 있는 ‘광주 오월은 따뜻했네’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광주 시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꾸려져 그 의미를 더한다. 직접 5·18을 겪은 사람들과 말로만 들어온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광주의 5월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5·18위령제를 지내는 모습과 전일빌딩 옥상, 5·18 사적지 사진 등 누군가에겐 여전히 아픈 5월이지만 탄생과 추억, 축제 분위기로 재해석한 5·18 등 5월을 즐겁게 표현한 사진들도 다수 전시 돼 있다. 특히 ‘오월의 나무’에는 다양한 광주시민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나무는 광주 땅을 상징하며 사진은 광주 시민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사진 속 시민들은 대부분 활짝 웃고 있으며 이는 아프기만 했던 광주의 5월에도 행복과 희망이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지켜냈던 모습의 뿌리는 5월 정신이 아닐까 싶다.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5·18 전시회를 둘러보며 그 날의 아픔을 되살피고 기억하는 5월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