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여울 사랑방에서 열린 세월호 다큐 상영과 리본만들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매여울 사랑방에서는 세월호 노란 리본 공작소가 열린다. 이번 19일에는 세월호 다큐까지 상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눠 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 찾아가 보았다. 사랑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여울 사랑방 지기 서지연 씨를 비롯해 몇몇의 이웃들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매주 열리는 노란 리본 공작소에 늘 같은 사람들이 참여하진 않는다. 이날도 망포동에서 오신 분들이 계셨다. 매탄동에 사는 분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함께 하고 싶어 멀리서 왔다고 한다. “평소 세월호 관련해서 무언가 함께 하고 싶어도 상황이 안 되거나 방법을 잘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모임이 있는 걸 알게 돼서 좋아요. 저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작은 일이지만 함께 하는 게 의미다고 생각해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서지연 씨가 영통동에 있는 노란 리본 만드는 모임을 안내해드렸다. 몰랐는데 의미있는 일을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음을 느끼며 두 분은 노란 리본 만들기를 즐겁게 이어 나갔다.
이후 노란 리본을 만들며 세월호 다큐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다큐는 매탄 마을 신문에서 세월호 다큐 배급을 맡은 곳을 통해 직접 구입한 것으로 이날은 '오늘은 여기까지'를 보았다. 이 다큐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형제, 자매인 서현, 보나, 윤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다.
아담한 방에 모여 앉아 20대 초반의 세 명은 밝은 웃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어색함을 이겨낸다. 마냥 신나게 웃고 떠들고 놀기만 해도 아까운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세 청년들이 하나씩 이야기를 꺼낸다.
다큐 초반에 동생을 잃은 슬픈 마음 속에서도 누나나 언니, 형 등 자기보다 위였던 형제들을 잃고 이제 그 형제보다 더 나이가 먹은 동생들 마음을 헤아리는 장면이 나왔다. 자신들의 동생은 영원한 고2로 남아 있지만, 고2 누나보다 더 자라서 대학생이 된 동생은 누나가 영원히 고2라는 역설. 다큐를 보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유가족이 겪는 아픔이었다.
극복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를 위로해 주는 건 함께 고통받는 사람들 뿐이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세 아이가 거리에 나가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들면서 겪은 이야기들은 잔인했다.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에 대해 자신만의 이해와 판단으로 손가락질하며 욕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실제로 매탄4동에는 단원고 2학년 6반 세월호 희생자 학생의 누나가 살았는데, 사고 직후 서명 운동을 같이 할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보상 그만큼 받았으면 됐지 않냐, 자식 팔아서 장사하냐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들을 쏟는 어른들은 과연 그 사실들을 어느 누구에게 들은 것일까? 확신을 가지고 소리 높이는 그들 비난의 출처는 대부분 떠도는 말들이다. 보험금을 받은 유가족들은 서명 운동과 유가족 연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부는 사고 직후 다른 사건들보다 빠르게 합의금 협상을 진행했고 사고의 진상 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27분이라는 짧은 다큐를 보며 노란 리본을 만드는 손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끝나지 않는 이 아픔을 새로 바뀐 정부에서 제발 진상규명해 주길 바란다는 이야기, 촛불 정국이후 세월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무척 다르다는 이야기, 우리의 삶이 후퇴한 지난 10년을 극복하고 이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들을 나누며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그동안 세월호 관련 다큐 상영회가 수원 시내에서 몇 번 진행됐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안 돼서 보러 가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보게 되면 너무 아플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용기내어 직접 맞닥뜨려 보니 환부를 꺼내어 수술하는 일이 시급함을 알게 됐다. 진실을 알리고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가 이 사회 어른으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인 것 같다.
세월호 리본 만들기를 하면서 우리 주변 이웃들과 만나고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세월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월호라는 시대적 아픔을 공유한 우리의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이들을 위한 리본 만들기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노란 리본 만들기였다.